허찬국 논설위원, 전 충남대 무역학과 교수

허찬국 논설위원
허찬국 논설위원

UN 산하 기구의 추계에 따르면 올 4월 인도의 인구가 중국을 앞서며 인구 세계 1위 국가로 등극했다. 두 나라 인구 규모가 약 14억(2023 추계)인 데 중국의 총 인구가 예상보다 일찍 감소하며 역전된 것이다. 앞으로 총인구 수 격차는 더 뚜렷해질 것이 중국이 인도보다 고령층이 많은 데다 출산율은 더 낮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도에서도 이런 추세를 크게 반기는 것 같지 않다. 정치·경제·문화 다방면에서 우리에게도 중요한 두 인구 대국의 사정을 살펴보자.

아래 인구 피라미드 그림은 우리나라의 인구(5200만 명, 2023년 추계)가 어떻게 구성되었는지를 보여준다. 그림에서 세로축은 나이별 구성, 즉 5년 단위로 각 연령대에 몇 명이나 되는지, 가로축은 0선을 기준으로 남성(왼쪽)과 여성(오른쪽) 규모를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서 대략 60세 이상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많은데 연령이 많아질수록 이런 추세가 더 뚜렷해진다. 즉 여자들이 더 오래 사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연령이 낮을수록 피라미드 폭이 좁아지며 사람 수가 가파르게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다. 출산율 하락으로 갈수록 신생아 수가 줄고 있음을 보여준다. 신생아가 줄며 전체 인구 규모도 감소하고 있다. 이런 인구 변화가 촉발하는 대표적인 문제가 작금 논란이 뜨거운 국민연금기금 고갈이다.

  한국의 인구피라미드. 출산율 하락현상이 이 도표에서도 잘 드러난다. 
  한국의 인구피라미드. 출산율 하락현상이 이 도표에서도 잘 드러난다. 

최근 가시화된 인구 감소 추세에 고민이 깊은 곳이 인구 대국 중국이다. 지난 30여 년간의 기록적 경제성장과 생활수준 향상은 풍부한 노동력에 의존해서 시작되었다. 일할 사람이 많은 중국은 낮은 임금을 바탕으로 엄청난 해외 직접 투자를 유치해 ‘세계의 공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제는 범용 공산품 생산과 수출을 넘어 자동차·전기자동차 생산 규모가 세계 1위, 독자적으로 달 탐사를 추진하는 기술 수준의, 미국 다음의 경제 대국으로 약진했다. 대단한 굴기(崛起)가 아닐 수 없다.

중국의 인구 피라미드 규모는, 즉 인구는 우리나라의 30배쯤 되지만 전체적 모양이 한국과 비슷하다. 바닥이 좁다. 몇 년 전 중국 정부가 엄격한 산아제한 정책을 풀고 자녀 3명까지 허용했고, 이제는 적극적으로 출산을 장려하고 나섰지만 이런 노력이 무색하게 신생아 수는 줄고 있다. 그 결과 중국은 소위 ‘4-2-1’문제를 떠안게 되었다. 이는 청년 한 명이 부모 두 명과 조부모 네 명을 건사해야 되는 상황을 일컫는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근본적으로 유사하나 중국의 경우 최소 두 가지 이유로 문제가 더 심각하다. 첫째, 우리는 국민연금 제도를 일찍 도입했다. 기금이 충분치 않으나 중지가 모아지면 문제 해결에 쓸 수 있는 틀이 있어 투명하게 얼마를 더 내야 할지, 연금을 얼마나 줄지 등 해결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 더 포괄적으로 우리나라는 정부가 공공지출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 조세제도가 잘 정비되어 있다. 공산주의 통제경제인 중국은 공산당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필요한 자원을 동원할 수 있으니 시장경제 나라들의 제도를 구비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4-2-1’문제는 그 규모가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문제라 단기적, 일시적, 자의적인 접근으로 해결하는 것이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둘째, 중국의 ‘1가구 1자녀’ 정책이 2010년대 중반까지 약 40년간 유지되었기 때문에 당시에 출생해서 이미 이 문제를 직면한 인구가 적지 많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40대 초반의 근로자가 60대의 부모, 80대의 조부모를 건사해야 하는 경우가 충분히 가능하다. 한국의 국민연금 고갈 개연성은 미래에 대한 걱정인 것에 비해 4-2-1문제는 이미 부분적으로 진행 중인 현재의 문제인 것이다.

소득, 생활비, 집값 등 분야의 도농격차는 문제를 직면한 가구를 더 어렵게 할 공산이 크다.

  중국과 인도의 인구 피라미드. 인도의 경우는 타지마할의 지붕을 연상케 한다. 
  중국과 인도의 인구 피라미드. 인도의 경우는 타지마할의 지붕을 연상케 한다.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된 인도를 보자. 타지마할의 건축물을 연상시키는 인구 피라미드는 신기할 정도로 중국과 다르다. 나라가 30대 중반 이하의 사람들로 가득하니 임금이 비싸진 중국의 사업가가 대규모 공장을 지어 풍부한 인력을 이용할 꿈에 부풀어 있을지 모른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과거 냉전시대와 비슷한 상황이 재연되자 중립적 입장을 견지하며 러시아로부터 값싼 원유를 수입하며 실리를 챙기고, 동시에 침공을 비판하며 서방의 입장을 지지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과거 비동맹 연대세력을 대변하던 인도는 세계 최빈국이었다. 작금의 인도는 버젓한 중위 소득국이며 빠른 경제 성장으로 자신감에 찬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인도의 모디 총리는 새로운 세계 1위 등극을 자랑하고 다니는 것 같지 않다. 왜 시큰둥할까? 인구 증가로 중국과 유사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 인구가 느는 곳과 산업이 입지한 곳이 다른 것이 중요한 걸림돌이다. 상대적으로 부유한 인도의 서부와 남부에 비해 동북부는 소득이 낮은 지역이다. 잘 알려진 도시 뭄바이는 서부, 방갈로는 남부에 위치한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서부, 남부는 인구가 약 10% 증가한 것에 비해 북부는 약 20%나 증가했다.

중국은 풍부한 인력을 제조업에 투입해 공산품을 생산하고, 이를 통해 기술과 인적 자본을 축적하며 경제적 도약의 발판으로 삼았다. 인도 경제에서는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중국에 비해 훨씬 낮고 농업의 비중이 높다. 경제활동인구의 약 절반이 농업에 종사하고 서비스업, 제조업 순이다. 물론 북부의 노동력이 산업이 입지한 남쪽으로 이동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땅이 넓지만 교통망이 미비되었고, 언어, 문화·종교적 지역적 특색이 강한 인도에서 대규모 인력 이동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울러 서부, 남부의 도시들은 벌써부터 인구 과밀로 인한 공기오염, 주택난 등이 심각해 대규모로 유입되는 인구를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직 넘쳐나는 젊은이들을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을 준비가 모자라다.

두 인구 대국 상황은 우리에게 두 가지 시사점을 준다. 첫째, 중국의 빠른 고령화로 인해 재정 수요가 계속 커질 것이다. 따라서 미국과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수출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과 경제적 잉여의 축적은 계속 중요할 것이다. 둘째, 인도는 향후 경제발전과 지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인력의 이동이 늘어날 전망이다. 따라서 전국적 교통망 구축, 도시 및 산업지역 개발 등의 사회간접자본 수요가 더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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