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현 논설위원, (주)터치포굿 대표

박미현 논설위원
박미현 논설위원

전국을 들끓게 했던 플라스틱 수거 거부 사태가 몇 년이 지났지만, 집 앞에 내놓기만 하면 알아서 처리되는 줄 알았던 플라스틱의 재활용률이 낮다는 충격은 가시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놀란 가슴에 쐐기를 박듯이 우유팩과 멸균팩, 최근에는 종이상자까지도 사실 재활용이 어렵다는 뉴스가 연일 이어진다. 사용한 자원들을 분리하여 매주 세 번씩 집 앞에 내놓을 때마다 불안하고 찝찝한 마음이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고민을 끊임없이 듣는다.

대체 왜 신경 써서 분리배출한 자원이 순환되지 않을까?

<1>법적으로 재활용이 어려운 경우

자원순환 분야 업계 농담으로 “다이아 반지가 분리배출되면 결국 소각된다”라는 말이 있다. 법적으로 재활용이 되는 것과 안 되는 품목과 방법까지도 명확하고 세세하게 규정되어 있고, 그 과정에 필요한 비용을 생산자가 부담하는 체계이기 때문에 (시민들은 무료로 집 앞에 내놓으면 쓰레기가 수거되는 배경이다) 법으로 정의되지 않고, 재활용 비용을 감당할 생산자가 명확하지 않은 다이아몬드는 법적으로는 일반폐기물이다. 반대로, 재활용이 어렵다는 정보가 있어도(분리배출등급제) 분리배출 표시가 있다면 일단은 분리배출해야 법을 지키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정부가 주도해 폐자원의 수집과 재활용을 관리하는 체계하에서는 정책의 힘이 가장 세다. 2021년부터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되고 있는 무색페트병 분리배출과 멸균팩과 우유팩의 분리배출 정책이 재활용 산업의 효율성과 만난다면 실제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2>시스템상 재활용이 어려운 경우

우리나라는 정부 주도적으로 폐자원의 수집과 재활용을 관리하는데, 대부분 수집된 자원들이 선별장이라는 곳으로 모여서 다시 자원별로 재선별된 후에 일정량을 채워 재활용 공정으로 전달(판매)된다. 이 일정량이라는 것이 채워지지 않거나 상태가 들쑥날쑥하면 재활용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

요즘 전국적으로 페트병 뚜껑을 분리해서 모으는 활동이 유행인데, 페트병은 라벨과 뚜껑이 다른 것이 그 배경이다. 서로 다른 재질을 혼합 배출할 경우 주요 재료인 PET를 재활용하는 공정으로 진입하게 된다. 뚜껑 자체는 좋은 소재이지만 양이 적어 저급의 재활용 재질인 이물질로 처리될 수 있어 배출 시점부터 별도로 분리하자는 것이다.

이때 주의할 점이 가정에서 두 개로 나누어 집 앞에 내놓는 것은 오히려 자원순환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페트병 뚜껑은 너무 작아 선별장에서 일일이 사람 손으로 분류할 수 없어 오히려 소각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분리해서 작은 플라스틱만 전문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제작자가 근처에 있으면 최선이겠으나 없다면 현행대로 페트병으로 분리배출하는 것이 차선이다.

<3>대량처리 위주로 된 시스템문제

재활용을 위해서는 재질이 동일한 자원들을 일정 규모 이상 선별장에 모아야 하는데, 상태가 좀 나쁜 자원이 혼입되면 전체적으로 질이 떨어진다. 색으로 생각하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색색으로 유리를 나누어 재활용한다면 원래 염료의 색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일정량을 모으기 위해 각종 색상의 유리를 섞어서 녹인 재활용 유리의 색은 짙은 색일 수밖에 없다.

일정량을 모으기 위해 이동하는 거리와 그간에 소요되는 에너지와 비용도 상당하다. 비중앙 집적화 자원순환 처리시스템을 도입하자는 주장도 이 때문이다. 생수병 뚜껑처럼 1톤만큼 모으기도 어려운 작은 플라스틱의 자원순환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20여 명의 소형 작업장을 중심으로 별도로 수집하고 재활용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술적으로 재활용이 안 되는 물질들도 여전히 많다. 겉면은 유리이지만 안쪽은 플라스틱으로 재질이 다른 제품과, 혼방섬유처럼 아예 다른 재질을 섞어서 만든 자원들은 재활용을 위한 기술을 개발하거나 기술을 현실적으로 운용할 시설의 설립이 필요하다.

2023년은 자원순환 산업의 새로운 격동기이다. 오늘의 쓰레기가 내일은 자원이 된다. 시민들이 관심을 갖게 되니 기업과 기술자들이 뛰어들고 신기술이 끊임없이 발표되고 정책도 변한다. 기술은 준비되었지만 적용된 시설이 없었던 물질들도 새로운 자원순환 시설과 함께 자원이 된다. 재활용을 하는 데 필요한 기본량이 너무 커서 문제라면 더 작은 공정들을 직접 만들어 해결하자는 적극적인 시민들도 많아지고 있다. 플라스틱 수거 거부 사태가 아니라 이 쓰레기도 자원이 된다는 뉴스가 이어지도록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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