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하슬아 논설위원, 작가·컨텐츠 기획자

송하슬아 논설위원
송하슬아 논설위원

2023년 1분기 실적 발표가 한창이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따라 기업의 실적은 매출, 전 분기 대비 이익률, 순이익 등으로 평가받는다. 숫자 포인트가 가리키는 높낮이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기업은 매출 상승과 하락, 아니면 혼조세라는 세 가지 결과를 보인다.

필자 스스로 1분기 실적을 분석해 보았다. 실적 지표는 ‘건강’과 ‘삶에 대한 만족도’를 기준으로 점검했으며, 주관적이고 자의적으로 해석했음을 밝힌다.

1분기 하락세, 포인트는 ‘마스크’

코로나19의 여파로 3년 동안 건강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며 지냈다. 실내, 야외 가릴 것 없이 수면 시간을 제외하고 마스크 한 장에 의존했다. 백신을 맞아도 감염될 개연성이 있기 때문에 마스크는 개인이 취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보호 수단이었다.

그동안 호흡기 질환을 피하려 갖가지 노력을 다했다. 평소에 미지근한 물을 마시고, 평일 근력 운동을 챙기며, 외출 후 반드시 손을 씻었다. 한 번 착용한 마스크는 교체 후 쓰레기통에 버렸다. 약 890여 일 동안 900장이 넘는 마스크를 썼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다는 안내가 있은 후 실적, 즉 건강 상태는 급변했다. 답답한 마스크를 벗고 미소 지을 자유를 누리자마자, 실적이 미끄럼틀을 탔다. 이른 개화 시기에 노 마스크로 벚꽃을 보러 갔다가 심한 감기몸살에 걸리고 말았다. 면역력에 대한 경계가 풀어져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를 부정할 수 없다.

코로나19 이후로 심하게 감기를 앓기는 처음이었다. 바이러스가 내 몸을 점령했다는 표색을 여러 번 확인했지만 충분한 휴식을 누릴 새가 없었다. 하필 가장 바쁜 시기를 지나고 있었다.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속으로 콧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참을 수 없는 기침이 터질 때마다 목을 겨우 진정시키며 배출의 욕구를 참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병원을 택했고 감기 바이러스의 위력을 두 눈으로 확인했다. 토요일 아침, 동네 병원 풍경은 감기로 고통받는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요즘 인플루엔자(독감) 환자 수가 독감 유행 기준인 4.9명보다 3배나 더 많다는 게 증명됐다.

일주일을 시름시름 앓았고, 첫 주에는 코감기로 인한 축농증을 진단받았다. 두 번째 주는 목감기약을 처방받았고, 세 번째 주는 몸에 흡수된 알약 중 항생제 반응으로 위장이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 3년간 KF95 기술로 짜인 천 따위가 인류의 면역력을 좌우했다는 걸 다시금 느끼는 계기가 됐다.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 지표 급락으로 1분기 장을 마감했다. 상반기 ‘건강’ 실적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도미노 효과로 ‘삶에 대한 만족도’도 떨어져 하반기 하락장 위기를 면할 수 없을 것이다.

2분기는 노 마스크로 반등 기대

이번 감기를 이유로 마스크를 다시 잘 챙겨 쓰고 있다. 대중교통 등 밀집된 구역에 있을 때는 벗고 다니기엔 아직 이르다고 생각된다.

미국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비상사태가 끝났다며 공식적으로 종료를 선언했다. 우리도 5월 초 코로나19 위기 단계를 '경계'로 하향 조정할 것이라는 소식이 있다. 노 마스크 시대가 오면 마냥 반갑게 맞이할 줄 알았지만, 황사와 호흡기 질환 환자의 급증으로 인해 자유를 외쳐도 될지 의심을 거두긴 이르다. 이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G편의점이 발표한 매출에 따르면 3월 말과 4월 초 마스크 매출이 평소보다 82.8% 늘었다. 노 마스크 일상이 가능할지 여부가 궁금하다.

1994년에 제작된 짐 캐리 주연의 ‘마스크’는 주눅 들어 살던 소심한 은행원 스탠리가 녹색 마스크만 쓰면 과감해진다는 내용의 코미디 영화다. 스탠리는 마스크를 쓰면 용기가 나고 스스로 대담해지는 게 좋아 보이기 시작한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마스크 뒤로 숨지만, 진짜 자신을 위해서라면 마스크를 언젠간 벗어야만 한다는 걸 상기하는 장면이 있다. 녹색 마스크나 KF95 마스크나 결국은 벗었을 때 진짜 모습으로 일상을 회복하는 것처럼, 마스크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생활이 간절히 기다려진다. 어쨌든 2분기는 실적 개선을 위해 힘을 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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