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현 논설위원, (주)터치포굿 대표

박미현 논설위원
박미현 논설위원

2016년부터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폐기물 처리업체들의 쓰레기 수거 거부 사태가 벌어졌다. 전국이 시끄러울 때 폐기물 관련 업계의 반응은 “터질 게 터졌다”였다. 과격한 방법에 대해서 동의하진 않지만 주요한(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처리방식이던 ‘중국으로 보내는 재활용’이 불가해지고, 코로나 19로 늘어난 폐기물 양과 유가 불안정, 인건비 상승 등 다양한 배경이 작용하고 있는데 수거 거부라는 극단적 사태 때문인지 그 후로 일반 국민들이 쓰레기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다.

당시 국민들의 입장에서 수거 거부사태가 충격적이었던 것은 아래 세 가지에 대한 믿음이 깨진 탓이다.

첫째, 그간 우리나라는 재활용 선진국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전혀 없을 것이라는 기대가 무너진 것이다. 우리나라는 관련 법과 정책이 촘촘히 구성되어 있고, 국민들의 분리배출에 대한 인식수준은 국제적인 평균보다 월등히 앞서 있긴 하다.

하지만 분리배출만으로 자원이 순환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순환자원으로 다시 우리 생활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결국 쓰레기들을 종류대로 예쁘게 모아서 버린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재활용한답시고 중국과 동남아 등지에 자원들을 배로 실어 날랐다는 것은 충격을 넘어 경악이다. 주로 규제가 적은 나라로 쓰레기를 보내며 책임지고 결과물 확인을 하지 않는 관리자의 부재로 쓰레기를 먹는 코끼리, 고래 배속을 가득 채운 쓰레기들이 결국 내 손에서 출발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해질녘에 집 앞에 내놓기만 하면 아침에 나가보면 말끔히 사라지는 쓰레기 처리방식에 대한 믿음이 깨졌다. ‘내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도 전문가들이 알아서 잘 하고 있겠지’ 하는 믿음이 깨진 것이다. 내가 버린 쓰레기가 어딘가에 처리되지 않은 상태로 산이 되어 발견되기도 하고, 몰래 외국으로 보내졌다가 국제적 망신을 당하기도 하면서 뼈아프게 ‘자원순환이 정말 안 되고 있구나!’라는 것을 알게 된 계기였다.

이웃나라 일본과 우리나라는 체계적으로도 많은 차이가 있지만, 가장 큰 차이는 일본의 경우 쓰레기 배출 시간이 오전이라는 점이다. 즉, 내가 내놓은 쓰레기들을 보면서 이웃들이 출근, 통학을 하게 되기 때문에 더 잘 세척해서 배출하기도 하고 무단배출 사례가 적다.

셋째, 분리배출 마크에 대한 인지도가 높은 만큼 마크가 있는 것을 분리 배출하기만 하면 100% 재활용되고 있으리라는 믿음이 사실이 아니었던 충격이다. 실제로는 절반 이하만 재활용되고 일부는 결국 폐기물이 되었다는 것에 대한 분노와 실망이 컸다. 실제로 조금만 생각해봐도 깨질 수 있는 환상이다.

필자가 강의할 때 자주 하는 질문이 “우리가 배출하는 자원들이 잘 재활용되고 있다면 지난주에 분리 배출한 쓰레기가 20kg일 경우 이번 주에 내가 사들인 것 중에도 20kg 정도가 순환자원이어야 하지 않은가?”이다. 이어서 최근 쇼핑목록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지면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구매하는 것들 중에는 캔이나 택배상자, 신문, 과자 종이상자 정도가 공통적으로 순환자원일 가능성이 있다(전부는 아니니 가능성이 있다고 표현하겠다). 물론 약식 계산이고 강의장이 공공시설물이라면 방음재 등에 순환자원이 사용되었을 수 있고, 참여자가 순환자원에 관심이 많아 업사이클 가방, 신발 등을 구매했을 수 있다. 하지만 절대량을 기준으로 ‘그럼 내가 버린 쓰레기는 어디로 갔을까?’를 객관적으로 의심했다면 지금보다 나은 상황을 맞이하지 않았을까?

‘왜 재활용이 되지 않는 것일까?’라는 질문에 기술적으로만 접근해서 마치 제품 생산자들이 지구를 구원할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고 반응하는 식으로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생산자 입장에서도 자원 폐기량이 적어지면 원자재가 절약되어 원가가 낮아지고 이익이 높아진다. 기업 연구소가 환경을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기를 쓰고 폐기되는 자원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는 이유이다.

우리는 정책적으로 여전히 자원순환 관련 우수한 시도들을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자랑하는 정책이 소주, 맥주, 일부 음료와 주류 유리병의 규격 제정 및 재사용 정책이다. 그동안 브랜드별로 다르던 유리병의 규격을 통일하여 브랜드에 상관없이 효율적으로 수집하고 재사용을 독려하는 것이다. 유리는 다시 녹여 병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에너지가 많은 편이어서 재사용률을 높이는 게 가장 좋은데 직접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기나긴 가뭄을 뚫고 반가운 봄비가 내린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미래가 아니라 우리의 현실이다. 수거 거부사태라는 극단적 사건을 통해 국민들이 자원순환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지금이 중요하다. 그간 환경문제가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에 역설적이게도 모두의 관심에서 벗어나기도 했던 것에 반해 개인들도 의지와 관심을 갖고 같이 해결해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새로이 시도되는 정책과 생산자들의 대안이 진짜로 자원순환에 긍정적인지를 냉정하게 지켜보며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도록 협력해야 한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