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B금융·KT&G 등 주총서 주주제안 모두 부결
단기 주주환원책, 기관 설득 못했다는 해석도
소액주주 '구심점' 역할..'IR개최' 등 소기 성과도

28일 대전 KT&G 인재개발원에서 '제36기 정기주주총회'가 진행 중이다. 사진. KT&G
28일 대전 KT&G 인재개발원에서 '제36기 정기주주총회'가 진행 중이다. 사진. KT&G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 행동주의펀드와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한층 강화된 상황에서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을 끌었던 올해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현재 성적만 놓고 보면 행동주의펀드들은 주주제안을 한 기업과 표 대결에서 사실상 연전연패를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행동주의펀드의 연이은 패배에도 투자기업에 일부 움직임을 이끌어내는 등 소기의 성과 또한 적지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3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과 태광산업의 정기주주총회를 끝으로 행동주의펀드들이 주주 제안에 나선 주요 기업 주주총회가 마무리되는 가운데, 행동주의펀드가 내놓은 안건은 거의 모두 주총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사실상 사측과의 표 대결에서 완패한 셈이다. 

실제로 지난 30일 개최된 JB금융지주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이 제안한 주당 900원의 배당금 지급 안건이 부결됐다. JB금융지주 이사회가 제안한 주당 715원 배당금 지급 안건이 가결됐다.

출석 의결권 수의 76.7%, 발행 주식 총수의 73.1%가 JB금융지주 측 안건에 찬성했다. 얼라인의 JB금융 지분이 14.04%인 것을 감안하면, 삼양사(14.61%), 오케이저축은행(10.99%), 국민연금(8.45%) 등 주요주주들이 JB금융 측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서도 얼라인이 완패했다. 얼라인이 추천했던 김기석 후보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은 38%만 찬성해 부결됐다.

올해 주주총회 표대결에서 패배한 행동주의 펀드는 얼라인 뿐만이 아니다. BYC 3대주주(지분율 8.99%, 작년 말 기준)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이번 주총에서 감사위원 선임, 배당 확대, 자사주 취득, 주식분할 등 4건의 주주제안을 했지만 모두 부결됐다

앞서 지난 24일 열린 BYC 주주총회에서는 트러스톤자산운용(트러스톤)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감사위원 선임 △배당금 확대 △자사주 매입 △ 액면 분할 안건이 모두 부결됐다.

특히 트러스톤 자산운용이 BYC의 부당 내부 거래 의혹을 제기하며 주장했던 법률전문가의 감사위원 선임 안건도 부결됐다.

KT&G 주주총회에서는 플래시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와 안다자산운용(안다)이 제안한 주요 안건들이 부결됐다.

배당금 지급 안건의 경우 KT&G 이사회가 제안한 주당 5000원 안건이 가결됐다. 앞서 FCP와 안다는 각각 주당 1만원, 7867원 배당을 제안했다. FCP와 안다가 추천한 사외이사 선임 건도 부결됐다.

한국철강 그룹 지주사인 KISCO홀딩스 주주총회에서도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과 소액주주연대가 제안한 △500억규모 자사주 매입과 △감사위원 선임 건이 부결됐다.

특히 감사위원 선임 건의 경우, 행동주의펀드와 주주연대가 추천한 심혜섭 변호사는 사측이 추천한 감사와 표대결에서 2만주의 간발의 차이로 패배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행동주의 펀드들의 연이은 패배 이유로 지분율이 높은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를 설득하지 못했다는 점을 꼽는다.

특히 이들이 제안한  배당확대, 자사주 매입·소각 등 일부 주주환원책이 '단기 수익'과 관련되어 있어, 장기투자에 나서는 기관투자자를 설득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해석이다.

실제 ISS 등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은 행동주의펀드가 제안한 주주환원책에 대해 반대하기도 했다. 자문사들의 의견은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행사에 참고한다. ISS의 경우 행동주의펀드가 BYC, 남양유업, KISCO홀딩스, JB금융에 제안한 △자사주 매입△배당확대 관련 건을 모두 반대하기도 했다.

소액주주 '구심점'...'사측 견제·소통자리 마련' 소기의 성과도

표결에서는 패배했지만, 행동주의펀드의 이번 주주활동이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해석도 나온다.  행동주의펀드가 소액주주들을 결집하는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주주 가치 제고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얼라인과의 표결에서 승리한 김기홍 JB금융 회장은 주총 이후 마무리 발언에서 "표결 결과와 상관없이 얼라인의 주주 제안은 주요 의사결정시 늘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KISCO홀딩스의 경우에도 이병제 대표이사는 주총 현장에서 "내부적으로 올해 IR(기업설명회) 개최를 검토해 주주들과 소통 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의결권자문사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결집이 어려운 소액주주들을 한곳에 모아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주주환원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공유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해석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사측에서도 주주 관련 정책을 점검하는 계기로 적용 했을 것"이라며 "배당 확대, 이사회 독립성 제고 등을 통해 지주사의 지배구조가 개선되면 기업가치는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