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SSG닷컴에 이어 쿠팡 리테일 부문도 2인 체제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견조한 성장…시장 내 경쟁 격화
경영 전문성 강화는 긍정적…책임경영 측면서는 한계

왼쪽부터 쿠팡 리테일 부문 윤혜영, 이병희 각자대표. 하형일, 안정은 11번가 각자대표. 사진. 각 사.
왼쪽부터 리테일 부문 윤혜영, 이병희 쿠팡 각자대표. 이어서 하형일, 안정은 11번가 각자대표. 사진. 각 사.

[데일리임팩트 황재희 기자] 주요 이커머스 기업들이 리더십을 재편 중이다. SSG닷컴, 11번가, 쿠팡 등이 일제히 2인 대표체제로 전환됐다. 

이는 각 분야 전문성을 갖춘 대표를 동시에 기용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포석. 다만 업종 특성상 돌발변수가 상존하는 까닭에 경영 효율성 측면에서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리테일 사업부를 윤혜영, 이병희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윤혜영 대표는 이화여대를 졸업한 뒤 월마트 코리아, 홈플러스 등을 거쳤다. 이병희 대표는 고려대를 졸업한 뒤 애경그룹, CJ제일제당에 몸 담았다. 유통·생활용품과 식품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두 사람은 2014년에 쿠팡에 합류했다.   

향후 윤 대표는 홈리빙·레져·그로서리·로켓프레시 등을 총괄하고, 이 대표가 가전·미디어·뷰티·생활용품 등을 맡아 내실을 다지는 데 역할할 전망이다. 쿠팡 역시 리테일 부문별로 각자대표를 세워 전문성과 책임경영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인 체재를 택한 기업은 쿠팡만이 아니다. 앞서 11번가와 SSG닷컴 역시 2인 대표로 운영되고 있다. 11번가는 지난해 12월 안정은 최고운영책임(COO)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안 대표는 야후코리아, 쿠팡, 네이버를 거친 후 지난 2018년 신설법인 출범 시기에 합류해 11번가의 서비스 총괄 기획과 운영을 담당했다.

11번가는 기업공개(IPO)에 앞서 하형일 사장에게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작업을 맡겼다. 하 사장이 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안 대표에게 경영을 맡긴 셈이다. 안 대표는 아마존 글로벌스토어, 라이브11, 슈팅배송 등 특화 서비스를 지휘했던 만큼,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등의 지표를 빠르게 개선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SSG닷컴도 이달부터 공동대표로 이인영 부사장을 선임해 강희석 대표와 2인 대표 체재로 전환됐다. 온라인 업계에서 20년간 다양한 경험을 쌓아온 인물이다. 이전까지 SSG닷컴 운영부문총괄과 지마켓 지원본부장을 겸직해 왔지만, 이달부터는 SSG닷컴의 운영에 집중하고 있다. 지마켓 인수 이후 온·오프라인 계열사를 통합해 신세계 유니버스를 구축 중인 점을 고려할 때, SSG닷컴 중심의 사업 모델 확립과 수익성 개선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왼쪽부터 강희석, 이인영 SSG닷컴 공동 대표. 사진. SSG닷컴.
왼쪽부터 강희석, 이인영 SSG닷컴 공동 대표. 사진. SSG닷컴.

기업마다 구체적 니즈는 상이하지만 이들이 2인 대표 체제를 택한 이유는 동일하다. 이커머스 경쟁력 강화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데일리임팩트에 "각 분야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실무에 적합한 인재를 등용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전체적인 조율능력은 부족하지만 각자의 전문성을 반영할 경우, 플랫폼으로서 경쟁력에 제고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커머스의 경쟁력은 다양한 분야의 상품을 더 싼 값에 신속하게 배송하는 데 있다. 그러자면 판매부터 물류, 배송, 입점 셀러 관리, 고객 응대까지 모든 단계에서 이용자 만족도를 높일 수 있도록 서비스 고도화가 시의적절하게 이뤄져야 한다. 이처럼 방대한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엔 단독 대표체제는 한계가 있다. 

이커머스 시장 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도 리더십을 강화하는 이유로 꼽힌다.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은 젊은 층의 구매력 상승과 비대면 수요를 타고 급성장했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는 올해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규모를 241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다만 전년도(14.5%)와 비교해 성장률은 13.7%로 소폭 줄었다

온라인 쇼핑 시장의 고성장은 끝났지만 매력은 유효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소매업에서 온라인 쇼핑의 비중은 2019년 21.4%에서 2022년 27.3%로 증가했다. 그만큼 탄탄한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렇다 보니 롯데, 신세계 같은 오프라인 강자들이 온라인 채널을 강화하는 추세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엔데믹 이후 오프라인 시장이 다시 활성화되고 있다"며 "비대면의 편리함에 익숙해진 소비자를 겨냥해 오프라인 업체들도 온라인상 접점을 늘리고 있는 까닭에 경쟁이 더 격화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특히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은 절대 강자가 없는 상황이다. 2021년 국내 온라인 시장 점유율을 보면, 네이버 17%, 신세계(SSG닷컴·이베이코리아) 15%, 쿠팡 13%, 11번가 6%, 롯데온 5% 순이다. 플필먼트를 강화한 네이버와 쿠팡이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하면서 양사의 합산 점유율이 40% 수준까지 올라갔지만, 과점 업체는 없다. 때문에 수익성 증대와 사업 확장을 통한 점유율 상승을 함께 꾀해야 한다. 사업운영과 경영전략으로 나눠 2인 대표를 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트렌드에 민감한 이커머스 특성상 2인 대표 체제가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는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표 간 의결 조율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의사결정 속도를 오히려 늦춘다는 것이다. 노동자 사망 등 중차대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의 문제가 생기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공동 대표는 단독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한 개인의 독단과 전횡을 막는 등 견제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도 "빠른 의사 결정이 요구될 때, 그리고 책임경영 측면에서 안 좋은 결과가 도래했을 때는 그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서 최근 트렌드인 책임경영 추세에는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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