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용 논설위원,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

권오용 논설위원
권오용 논설위원

돈이 있으면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열심히 돈을 모았다. 그랬더니 서구의 어느 학자는 소득이 1만 2000달러를 넘어서면 돈이 늘어나도 행복은 늘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스터린의 역설’이다. 같은 논지로 유엔은 세계행복지수를 매년 발표한다. 행복을 구성하는 6가지 항목 중 돈에 관련된 것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 정도, 여기에 기대건강수명, 사회적 연대, 기부와 봉사활동 같은 자선 행위, 정부에 대한 신뢰도, 원하는 삶을 선택할 자유도 등의 5가지 항목이 추가된다.

돈이 많거나 권력을 누리는 사람의 기부와 봉사는 필자의 관심사항이었다. 우리들의 행복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대선 기간에는 퍼스트레이디가 될 가능성이 큰 두 명의 후보 부인에게 기부와 봉사의 경험을 물어봤다. 답은 “노 코멘트.” 없었다고 추정할 수밖에 없었다.

최고 권력자였던 전직 대통령들의 뜻을 기리는 기념재단은 어떨까 하고 찾아봤다. 결과는 실망, 모든 법인이 투명성의 관점에서는 낙제점이었다. 진보냐 보수냐를 떠나 모두가 모처럼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대기업의 오너들도 기부를 많이 한다. 그런데 이 기부금은 거의 다 회삿돈이다. 자신의 주머니를 터는 경우는 본인이 사법처리의 대상이 될 때가 대부분이다. 기부가 면죄부를 받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된 것 같아 우울해진다.

우리 국민들의 행복지수는 이래서 더 떨어진다. 경제 규모 세계 10위권의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지수는 세계 50위권, 그 차이는 결국 투명하지 않은 돈의 쓰임새에서 나오고 있다.

부동산 개발로 단군 이래 최대의 이익을 냈다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는 얼마나 기부했을지 궁금했다. 여러 차례 국세청 홈택스를 뒤졌으나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전 김만배 씨가 기부했다는 뉴스가 떴다. 여주시의 한 사찰에 16억 5000만 원이나 기부했다. 그러나 쓰임새는 알 수 없었다. 종교단체는 결산서류 공시의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기부에 따른 세제 혜택은 주어진다. 누릴 건 누리고 책임은 면제되는 최고의 재테크를 한 셈이다. 검찰은 돈세탁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고 한다. 이쯤 되면 김 씨의 기부를 둘러싼 논란 자체로 이미 우리는 더 불행해진 셈이다.

노동조합의 회계 투명성을 둘러싼 논란도 이렇게까지 대치상황이 벌어질 만한 일인지 의문이다. 노동의 대가인 ‘돈’ 문제로 조합원을 실망하게 해서는 안 된다. 거기에 양대 노총은 국고 지원과 지자체의 보조금까지 받았다. 조합비에 대한 세제 혜택에 더해 국민들의 혈세까지 받았다면 이런 논란이 벌어지는 것 자체를 수치스럽게 여겨야 한다. 노동운동의 자부심을 위해서도 투명성은 지켜져야 한다. 이것이 노동자를 행복하게 하는 길이다.

국가행복지수 상위 10개국을 보면 상당수가 국가 청렴도나 회계 투명성에서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도 GDP의 감소를 사회적 연대나 선행활동으로 상쇄했다. 자선활동은 코로나 이전보다 25%나 늘었다고 한다. 그래서 깨끗한 나라의 국민은 예외없이 행복했다. 반면 돈이 많은 우리는 돈의 순위와 행복의 순위가 일치하지 못하고 미스매치(두 가지 이상의 것이 서로 잘 어울리지 않음)가 일어났다. 깨끗하지 않아서 생긴 일이다. 정치도, 기업도, 공익법인도, 노동조합도 투명성을 기준으로 해 더 깨끗해져야 한다. 이것이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길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