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문제 해결로 플랫폼 출시 임박
생계 위협에 설계사 조직 반발 극심
소비자 위해 서비스 제공 서둘러야

지난해 서울 광화문에서 진행된 '온라인플랫폼 보험진출 저지 및 보험영업인 생존권 사수를 위한 2차 결의대회'. 사진. 한국보험대리점협회.
지난해 서울 광화문에서 진행된 '온라인플랫폼 보험진출 저지 및 보험영업인 생존권 사수를 위한 2차 결의대회'. 사진. 한국보험대리점협회.

[데일리임팩트 최동수 기자] 보험업계의 오랜 숙원사업 중 하나인 온라인 보험·비교 플랫폼 출시가 임박한 가운데, 보험설계사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일자리 감소뿐 아니라 불완전판매·독과점 폐해 역시 증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상당수 보험 설계사들은 플랫폼과 공정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게 해달라는 구호와 함께 반대 집회까지 열며 적극적으로 서비스 도입을 막고 있다.

업계에선 이러한 주장에 대해 디지털 전환은 시대적 흐름이라며 당국, 설계사 조직이 함께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고 고객에게 가장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는 최근 수수료율 합의를 마치고 출시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다. 앞서 수수료율을 두고 장기간 협상을 벌였던 핀테크사와 보험사는 평균 상한선 범위를 5% 미만으로 합의하면서 의견 차이를 좁혔다.

온라인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는 대형 포털사이트나 플랫폼에서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손쉽게 비교하고 추천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보험에 대해 정보가 부족한 소비자들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면 본인에게 맞는 보험 상품을 추천받을 수 있다.

다만 해당 서비스는 모든 보험 상품을 다루진 않는다. 보험업계와 핀테크사의 합의를 통해 온라인 전용(CM) 실손의료보험 및 자동차보험, 1년 미만의 단기보험 등만 서비스할 예정이다. 종신·변액·달러보험 등 상품 구조가 복잡하고 설명이 필요한 상품은 서비스에서 제외됐다. 향후 단계적 규제 완화에 따라 실손의료보험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업계는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올 상반기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겠다고 밝힌 만큼 늦어도 올 상반기에는 서비스의 시범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아직 조율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 정확한 시기는 얘기하기 어렵지만 늦어도 하반기에는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열렸던 결의대회. 사진. 한국대리점협회.
지난해 열렸던 결의대회. 사진. 한국대리점협회.

'생존권' '독과점' 이유로 극심한 반대

서비스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보험설계사들의 반발이 극심해지면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설계사들은 '생존권'을 이유로 장외투쟁에 나서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험영업인노동조합연대(보노련)는 지난 21일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빅테크사의 보험 중개업 진출이 보험 설계사들의 생계를 위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설계사들은 보험 상품을 비교하고 추천해주는 것은 본래 설계사들의 몫이라고 주장한다. 상품이 다양하고 복잡한 탓에 소비자가 일일이 비교하는 것보다 설계사들의 도움을 받는 것이 빠르고 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험소비자들이 플랫폼 이용에 익숙해지고 이들의 영향력이 커지면 '불완전판매' 역시 크게 늘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한국보험대리점협회 관계자는 "보장 내용이 복잡하고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높은 장기 보장상품 취급으로 민원 유발 등 소비자 편익성이 저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설계사 측은 현재 빅테크사가 운영 중인 자회사 GA에 플랫폼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공정한 경쟁이 어렵다고 요청했다.

'독과점' 역시 설계사들이 우려하고 있는 부분이다. 플랫폼을 통해 핀테크 업체들이 시장점유율을 높이면 △설계사 감소 △보험료 인상 △효율성 등의 피해가 발생하고 보험소비자는 이러한 피해를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다.

보노련 관계자는 "온라인플랫폼을 위한 사업비 부과로 인한 소비자의 보험료 부담이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보노련은 오는 24일 빅테크 보험영업 진출 반대 및 보험설계사 부당처우 개선 관련 등 내용을 다루는 국회 토론회도 열 계획이다.

지난 21일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사진. 보험영업인노동조합연대
지난 21일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사진. 보험영업인노동조합연대

시대적 흐름 고수, 합의점 찾아야

다만 이러한 우려들에 대해 금융당국은 디지털 전환은 꼭 필요한 시대적 흐름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어느 업권이나 문제가 존재하는 만큼 소비자에게 더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

한상용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비자들의 보험 접근성 측면에서만 보면 플랫폼업체가 비교시장에 들어오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당국, 설계사 조직, 핀테크사 모두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꼬집는다. 오히려 합의를 통해 보험이 쉽다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심을 수 있으면 또 다른 기회가 생길 수 있다.

황인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도 "빅테크의 보험업 진출은 보험사에 경쟁 심화로 위험 요인이 될 수 있으나 디지털 전환으로 인한 사업다각화 및 고객만족도 향상 등 기회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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