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보 논설위원, (사)한국자원순환산업진흥협회 회장

민경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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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전 부처에 수출 부진에 따른 해결책을 모색하라고 다그치면서 부처 목표도 관리하라고 엄명(?)을 내렸다. 이에 따라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거나 기재부와 산업부 중심의 수출전략 회의가 매월 열리고 있는 모양이다. 여기에 발맞추어 환경부도 녹색산업 분야에서 20조 원을 수출목표로 제시했다고 한다.

그런데 환경부가 수출 목표를 제시했다는 얘기는 지금까지 듣도 보도 못하였다. 단어 앞에다가 녹색만 붙이면 환경부 것으로 되는 줄 아는 모양이지만, 기존의 산업이 환경친화적인 산업으로 진화하기 위해서 붙여진 이름이 녹색산업이다. 녹색산업이 환경부가 별도로 만들어낸 산업군이 아니라는 말씀이다. 그러니 환경부가 산업으로서 수출실적을 낼 것은 마뜩하지 않다. 오히려 환경부는 우리 산업이 친환경적으로 가는 것을 독려하고 감시하고 수출규제 환경을 넘어서기 위한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 이제 산업이 녹색산업으로 가지 않고서는 수출 길도 막힐 것이고 아마도 살아남기가 힘들지도 모른다.

환경부 홈페이지에서 장관은 이렇게 인사하고 있다. 탄소중립 실천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 기후 위기에 강한 물 환경과 자연생태계 조성, 미세먼지 걱정 없는 푸른 하늘, 재활용을 통한 순환경제의 완성을 주요 환경과제로 삼고 이를 책임 있게 해결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런 환경부가 생뚱맞게 수출 목표 운운하는 것은 참으로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아무리 전 부처가 산업부가 되라면서 수출 진흥을 독려한다고 해도 이러는 건 아니다.

지난 8일 국무조정실은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홈페이지에 탄소중립 기본계획 수립에 대한 공청회를 3월 22일 열겠다는 공고를 올렸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에 의하면 기본계획은 공청회 등을 통해서 관계 전문가와 국민, 그리고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듣게 되어 있으며,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전략, 중·장기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탄소중립 기본계획 등을 논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법에 따르면 시행일로부터 1년 이내에 기본계획을 수립하게 되어 있는데 지난해 3월 25일에 법이 시행되었으니 올해 3월 25일까지 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 공청회가 무사히 끝난다고 해도 녹색위원회 전체 회의와 국무회의, 이어 각 부처 간 조율까지 거친다면 시행일을 지키는 것은 물 건너간 셈이 되고 말았다.

탄소중립 기본계획은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는 것으로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 국내외 기후변화 상황과 미래계획, 온실가스 배출 및 흡수 계획, 에너지 전환에 따른 정의로운 전환 계획 등의 내용을 담게 된다. 더구나 국가 기본계획이 수립된 날을 기준으로 6개월 간격으로 광역지자체와 각 시·도가 기본계획을 세우고 나면, 이를 받아서 시·군·구 계획을 수립하게 되어 있다. 처음 일정이 삐끗하게 되면서 전체의 일정이 밀리게 되어버렸다. 이는 우리나라 수출전략과도 연계되어 있어 아주 중요한 국가계획임은 물론이고 환경부가 주무 부처이다.

보도에 따르면 EU 의회는 올 한 해에만 무려 43건의 환경규제 정책을 이름도 생소한 지침이나 규정으로 제정하는 일정을 추진하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것이 그 많은 규제 제정의 이유라고는 하나, 속셈은 역내의 산업 보호와 그에 따른 이익 추구임이 불 보듯한 무역장벽을 쌓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우리 기업들은 비상사태를 맞이하게 되었다. 무역협회 산하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023 주목해야 할 EU 주요 환경규제와 대응전략보고서’를 내놓았는데, 파급력·시급성·대응 난이도를 기준으로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정성평가해 보았더니 ‘공급망 실사 지침’과 ‘에코디자인’, 그리고 ‘탄소 국경세’가 가장 큰 부담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공급망 실사지침(CSDD)은 기업의 ESG경영 실사를 아예 의무화하기 위한 것으로서 기업의 사업장과 공급망 전체에서 일어나는 환경문제와 인권침해 활동 여부 등을 확인하고 이를 보고하고 개선하도록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물론 관련된 정보를 공개해야 할 의무도 동시에 부여하고 있다.

2005년 시작된 에코디자인(EuP)에서는 제품의 내구성, 재사용, 재활용 가능성, 수리 용이성, 환경발자국 정보가 추가된 것이 핵심인데, 공급망과 제품 생애주기를 추적 관리하고 관련 정보를 소비자에게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판매되지 않은 상품을 폐기하는 경우 폐기 사유와 폐기제품 수까지 공개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를 확실히 하기 위해 모든 공산품에 ‘디지털 제품 여권(DPP)’이라는 이름으로 부착(QR코드, 바코드 등)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또한 시범 운영이 10월로 다가오고 있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에너지로 신재생에너지를 얼마나 사용하였는지, 그래서 탄소는 얼마나 배출했는지를 확인하고 이를 탄소세로 매기기 위한 모드를 실행에 옮기는 제도이다. 대기업을 비롯한 중견기업들은 답답한 상황 속에서도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이러한 상황이 파악도 되지 않고 있음은 물론 아예 손을 놓고 있다고 해도 과한 얘기가 아닐 것이다.

그 잘나가던 중국도 경제성장이 목표 대비 어림없이 떨어졌다고 한다. 그렇다고 수출 증진을 위해 우리 정부 전체가 올인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마땅한 일이 아닌 것 같다. 환경을 앞세운 무역장벽이 갈수록 높아가는 수출환경을 전략적으로 풀고 환경규제에 대비해야 한다. 3월 들어 사계절을 한꺼번에 몸으로 맞는 기후변화를 확인하고 보니, 다른 무엇보다도 좋은 환경에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게 하는 것이야말로 환경부의 존재 이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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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온실감축목표(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공급망실사지침(CSDD: 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에코디자인(친환경설계 의무지침, EuP: Eco-design for Energy using Products)

*디지털제품여권(DPP: Digital Product Passport)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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