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현 논설위원, (주)터치포굿 대표

[데일리임팩트 박미현 논설위원]

박미현 논설위원
박미현 논설위원

얼마 전 뉴스에서 개 1200마리를 죽여서 쌓아둔 주택이 발견되었다. ‘왜?’는 궁금하지도 않고,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그 많은 개들이 어디서 왔을까였다. 경악스럽게도 번식장으로부터 1만 원을 받고 데려와서 밥도 물도 주지 않고 굶겨 죽인 것이었다. 현재 구속 수사 중이어서 어떤 처벌을 받을지 결정되지 않았지만 1200 생명에 대한 죗값을 계산할 수는 있는 것인가? 개를 생명보다는 물건으로 보는 시선에서 처벌 수위가 정해지면 벌금형일 것이라는 의견도 있어 관심을 잃지 않고 지켜봐야 하겠다.

동시에 평생 비윤리적인 환경에서 새끼를 낳는 기계처럼 쓰이다 마지막까지 고통 속에 죽도록 내몬 번식장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들이 과연 이 개들이 고통 속에서 죽을 것을 몰랐을까? 알면서도 죽도록 방치한 죄에 대해서도 처벌해야 하지 않을까? 특히 1만 원을 내고 개를 넘겼다는 것이 기가 막힌데 마치 폐기물 처리비에 가깝지 않은가? 이 1만 원 때문에 자신들은 잘못이 없다고 한다고 하니 생명을 죽도록 방치한 죗값을 치르게 할 방법은 없는지 고민이 깊어진다.

마음이 심란한 가운데 이 글을 쓰게 된 것은 이 외에도 죽어가는 생명이 우리 주변에 너무나 많고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잠시 찾아온 꽃샘추위가 가시고 나면 본격적인 봄이다. 조금만 천천히 걷다 보면 작은 풀들이 먼저 돋아나기 시작했고 나무들도 겨울눈이 눈에 띄게 벌어진 게 보인다. 봄꽃 축제가 시작된 곳도 있고 SNS에서도 나들이 사진을 쉽게 볼 수 있다.

계절을 느끼기 가장 좋은 곳 중 하나가 마트라고 생각한다. 계절에 맞는 먹거리나 생활용품들을 모아둔 기획전이 눈에 잘 띄는 곳에서 열려 생각이 없더라도 한 번씩 구경하게 된다. 봄맞이 행사는 봄나물이나 청소도구, 그리고 식물 판매전이다. 식물 판매전은 보통 “봄을 맞아 집을 푸릇하게 만들어보세요”라든지 생기를 불어 넣어보시라는 제목으로 진행되는데 얼마 전 판매되는 식물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다가 깜짝 놀랐다.

봄을 맞아 생기가 느껴지는 바깥의 식물들과 달리 봄맞이 식물 판매전 매대에 올라온 식물들의 상태는 점점 생명을 잃고 있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필자가 방문한 판매점은 지하에 있어 식물이 일주일 이상 한 달 정도 있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노랗게 변해가고 있는 잎들과 빛이 모자라 웃자란 작은 나무들이 그것을 증명했다. 환경 탓만은 아닌 것이 수생식물들이 담겨 있는 유리병은 물기조차 없이 말라 죽어가고 있었다. 이곳뿐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대형할인점이 창문이 없으므로 지하가 아니어도 비슷한 환경일 것이다.

 말라죽어가는 식물들. 생명의 소중함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말라죽어가는 식물들. 생명의 소중함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30분 정도 머무르는 동안 식물을 구경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는데, 그럼 이 식물들은 더 오래 이 적합하지 않은 곳에 있을 것이고, 더 죽어갈 것이고, 그럼 더 사는 사람이 없을 것이고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 확실하다. 결국, 죽을 때까지 방치되다 쓰레기봉투에 들어가게 될 텐데 굶어 죽은 강아지와 직접 대입하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할 수 있으나 생명을 다루는 것에 대한 태도에 있어서만큼은 문제가 확실히 있어 보인다.

상태가 좋아 보였던 판매식물들도 잘 관리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상태가 좋은 식물로 바뀌었을 수 있다. 살아있는 식물을 채취한 과일처럼 상태가 나빠지면 버리고 좋은 것으로 바꾸는 것은 사실 소름 끼치는 일이다.

식물이니까 너무 과잉 반응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고통을 모르는 식물이니까 (연구에 의하면 식물도 고통을 느낀다고 하지만), 빨간 피가 나지 않는 곤충이니까, 비명을 지르지 않는 물고기이니까, 대상이 점점 확대되어 말 못 하는 개니까 괜찮아까지 확대된 것 아닐까? 종에 상관없이 생명을 다루는 것에 대한 사회적 태도를 정비해야 할 때이다.

스위스에서는 살아있는 랍스터를 끓는 물에 넣는 것이 불법이다. 반드시 지정된-고통이 덜한 방식으로-기절시켜야 한다. 이탈리아는 살아있는 랍스터를 얼음 위에 올려두고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상태로 전시하며 판매하는 것을 금지했다. 뜨거운 소금 위에서 튀어 오르는 새우를 산 채로 굽고, 산 채로 뜨거운 탕 안에서 익어가는 낙지를 신선하다고 생각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식물 판매를 금지할 수는 없을 것이다. 화훼농가들의 어려움뿐 아니라도 이 시기마다 식물 판매전을 하고, 평소에도 작은 규모지만 식물 판매를 지속하는 것으로 봐서 꾸준한 매출이 있다는 근거니까. 흔히 어린이 장난감 코너 옆에서 소동물(햄스터, 토끼, 열대어 등)을 판매하는 것은 비난 속에 줄어들고 있지만 그래도 전문 분양소가 많지 않은 지역은 그대로 운영되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말이다. 작을수록 잘 팔려 일부러 밥을 적게 주고 좁은 철창에 여러 마리를 넣어 문제가 되는 동물보다는 잘 자라 있을수록 잘 팔리는 식물은 어느 정도 관리를 할 수도 있으니 약간은 나은 상황일지 모른다.

적어도 살아있는 것을 판매하려는 계획을 세웠다면 판매 기간에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계획을 함께 수립하도록 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 물만 채워주면 되는 수생식물이 말라죽을 때까지 방치하지 않을 여유가 있는 곳에서만 식물을 판매할 수 있게 하면 좋겠다.

적어도 생명을 집으로 들이는 일이 “계절이 바뀌었으니 커튼을 바꿔보세요” 정도의 메시지로 해석되지 않으면 좋겠다. 저렴하게 사서 대충 방치하다 ‘죽으면 할 수 없고’가 아니라 생육에 적합한 조건을 알고 오랫동안 식물이 주는 생명력과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질 수 있도록 식물 입양자에게 잘 살리는 방법을 안내해줄 수 있는 책임감 있는 식물 생명 판매자가 많아지면 달라지지 않을까.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