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보 논설위원, (사)한국자원순환산업진흥협회 회장

민경보 논설위원
민경보 논설위원

저지난 토요일(11일) 날씨도 풀리고 해서 가끔 일요일에 동네 호프집에서나 만나던 성당 동생들과 오랜만에 산행을 했다. 기왕 가는 김에 그간 가깝게 지내다 개포동으로 이사 간 형뻘 되는 친구도 만날 겸 해서 개포동 근처에 주말 산행으로는 이름 있는 대모산으로 정했다. 전날 단톡방에서 모임시간을 공유하고 대모산입구역에서 그 형과는 아침 10시에 만나기로 했다. 한참 만에(그놈의 코로나로 3년 만에) 만난 반가움에 포옹도 하고, 인사를 나눈 뒤 정담을 주고받으며 걸어서 일원터널 입구 쪽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이맘때쯤 되면 겪게 되는 등산로의 질척거림은 예상대로였으나, 오랜만에 반가운 사람들과 함께하는 즐거움을 깨지는 못하였다. 대모산 정상에 올라 잠깐 쉬고, 내친김에 구룡산으로 향했다. 구룡산 정상에서 각자가 싸온 김밥과 간식으로 점심을 간만에 맛있게 해결하고, 수다를 있는 대로 떨고(남자수다가 더 심한 것 같다) 허기를 느낀 우리는 하산길을 개포중학교 방향으로 정하고 내려갔다.

목적지가 가까워지면서 산 아래 펼쳐진 마을이 보기에 참 딱했다. 얼마 전에(1월 20일) 불이 났다는 구룡마을이 이곳이었다. 개포동 형 얘기로는 자그마치 불이 열 번 이상 났다고 한다. 큰길 너머 아파트가 즐비하고 맞은편에서는 마침 고층아파트 신축공사가 한창이었는데, 이 마을의 이곳저곳에는 현수막만 어지러이 춤추고 있었다. 서울에서도 꽤나 산다는 강남구에서 산을 두 개 넘어오니 묘하게 1970년대로 소환되어 있었다. 무슨 딱한 문제가 있는지는 잘 아는 바가 없지만, 이렇게 오래도록 방치하게 하는 사람의 이기심이 무섭다. 눈에 띄는 그곳의 폐기물 처리와 상태는 한마디로 엉망이었고 등산로처럼 진창이었다. 산행을 마치고 내려와 이른 저녁을 먹는 내내 마음이 개운치 않았다.

갈수록 심해지는 계층 간의 격차가 이 시대가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얽히고설킨 문제를 품고 있는 곳들이 여기 말고도 여러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번 나들이에서 적나라한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보니 새삼 그 격차의 크기를 메꾸기가 쉽지 않음을 느낀다. 더구나 그 파고가 환경 분야에서는 더욱 심해져 가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방법을 볼라치면, 친구네는 싱크대에서 주방용(동물, 생선뼈 등 단단한 것을 제외한) 분쇄기를 통해 직접 내보내고 있고, 우리 집은 비닐봉지에 담아서 외부의 음식물 배출박스에 넣고 비닐봉지는 따로 버린다. 수수료(1803원: 처리량에 따라 변함)는 관리비에 포함되어 부과되고 있다.

서울의 어느 구(區)에서는 RFID(무선주파수 인식기술)가 장착된 배출박스에 태그가 부착된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인식해서 음식물 쓰레기양에 따라 비용을 정산하고 있다. 또 다른 가정에서는 음식물 쓰레기 건조기를 사용해 처리하기도 한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에 이렇게 여러 방식이 사용되고 있는 것은 지자체의 능력(?)이나 가정의 경제적 여건과도 연관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주방용 오물 분쇄기가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하수도법 제33조 제2항의 고시(환경부고시 제2017-13호) 제5조에 따르면 음식물 찌꺼기 고형물이 무게 기준으로 80% 이상 회수되거나 20% 미만으로 배출되는 인증제품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으나, 근래에 그렇지 못한 제품들이 범람하고 있어 어느 지자체에서는 수질 악화문제로 ‘주방용 분쇄기 사용금지 조례’를 제정 중에 있다고 한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를 나름 열심히 하는 시민에 반해 편리함만으로 환경을 오염시키는 자들은 찾아내어 엄벌에 처해야 한다.

쓰레기 처리에 있어서 우리나라는 쓰레기종량제를 채택하고 있다. 1995년 이전에는 건물면적, 재산세 등을 계산해서 쓰레기 수수료를 책정하던 것을 쓰레기 배출량에 따라 수수료를 부과하는 제도로 개정한 것이다. 제도의 핵심은 종량제 쓰레기 규격봉투에 담아 버리는 것인데, 규격봉투의 값이 지자체마다 다르다. 가정용 생활쓰레기 소각용 규격봉투 5ℓ의 가격이 70원(전남 장성)에서 250원(경남 양산)까지 세 곱이 넘게 가격 차이가 난다(www.data.go.kr:공공데이터포털 참조).

더구나 쓰레기봉투에 담기만 하면 쓰레기 문제가 해결될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수도 있다. 억지를 부려본다면, 대형 규격봉투(100ℓ)에 솥단지나 가전제품을 넣든지, 유해물질을 포장해 넣어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 지금의 제도이다. 물론 재활용될 수 있는 폐기물은 분리해서 배출하라고 계도하고 있고, 가끔 쓰레기봉투를 열어서 돌려보내는 일이 매립지에서 있다고는 들었지만, 오로지 시민의 양심에 의지하고 규격봉투를 살 수 있는 경제력만 있으면 쓰레기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 수도권매립지 매립 종료 시점(2026년 1월 1일)이 임박하고 있음은 기정사실인 만큼 배출되는 쓰레기양을 줄이고 폐기물을 분리 배출해야만 하는 계몽과 교육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에 따라 정부는 세부 단위(군, 면, 동 등)까지 특색(해안, 산간마을 등)에 맞는 정책으로 쓰레기 처리를 세분화해야 할 것이다.

어제 2월 27일은 ‘국제 북극곰의 날’이었다. 우리의 쓰레기 처리가 북극곰의 생사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기우가 아니라 현실임을 자각하는 나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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