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선 논설위원, 기업&경제연구소장, 연세대 경영대학 산업협력교수

 

이주선 논설위원
이주선 논설위원

이수만은 K-팝 창시자로 SM 엔터테인먼트(이하 SM)를 창립, 대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의 혁신으로 엔터테인먼트는 산업이 되었다. 그러므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크게 이수만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

이수만 이전 엔터테인먼트는 라디오·TV 등의 가요 방송시간 할당, 일본 음악·콘텐츠 방송 금지, 스크린 쿼터 등 문화 보존 명분의 외국 문화 콘텐츠 제한·금지 규제를 통한 보호에 급급했다.

그러나 이수만의 혁신 이후 엔터테인먼트는 국내외의 냉소와 조롱을 뚫고 산업화·세계화에 성공했다. 이수만 이후 박진영·양현석·방시혁 등이 세계시장에서 K-팝의 상업적 성공을 견인한 주역들이다.

이수만과 여러 천재 기업가들의 혁신 폭발로 BTS·블랙핑크 등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세계적 인기와 수익을 얻었다. 또한 이는 드라마·영화·광고·웹튠·게임·뮤지컬·공연·디자인 포함 수많은 콘텐츠 산업은 물론, 식음료·의류·화장품·생활용품·가전 등 광범위한 산업에 시너지를 창출했다. 이 성공은 이수만 이전에는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었다. 그러므로 이수만의 기업가정신은 정주영·이병철 등과 견줄만하다.

이 엄청난 업적을 이룬 이수만이 최근 SM에서 축출당했다. 이 일에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 파트너스(이하 얼라인)가 개입했다, 얼라인은 SM과 이수만의 개인회사 ‘라이크기획’의 프로듀싱 대가 지급 내부거래에 이의를 제기하고 감사 선임에 성공해서, SM 내부와 카카오의 협력으로 이수만을 퇴출시키고 내부거래 계약도 종료시켰다. 시장은 이수만 퇴출에 긍정적이어서 SM 주가는 크게 상승했다.

이수만은 경쟁기업 하이브로 보유 주식 14.8%를 매각해서 대응했다. 이는 경쟁자 방시혁과의 제휴로 현 SM 경영진과 얼라인-카카오 연합의 적대적 M&A에 대항한 것을 의미한다. 하이브는 이수만의 완전 퇴진과 SM-라이크기획 간 내부거래 완전 종료를 공표하고 SM 주식 공개매수도 선언했다. SM 주가는 9만2000원대에서 12만 원 이상으로 급상승했다.

이 경영권 분쟁 결과 예상은 어렵다. 그러나 한 부문을 세계적 시장과 산업으로 일궈낸 기업가정신 발휘 창업자가 한국 기업에서 정부 아닌 외부의 힘으로 퇴출된 것은 희귀한 일이다. 그래서 이수만의 퇴장은 우리나라 주류 기업조직 ‘재벌구조’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SM은 삼성·LG·SK 같은 거대 재벌그룹은 아니다. 그러나 SM도 우리나라 기업 대부분처럼 재벌구조를 가졌다. 이수만이 SM의 창립 대주주로 SM을 지배하면서 본인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과 내부거래를 해왔고, SM이 상장기업(public company)이 된 후에도 이수만의 지위나 위상 그리고 내부거래 관계가 불변이었다.

한국 재벌구조의 특징은 지배 대주주 지분이 상장과 승계로 희석되어도 그 지배권을 지배 대주주 가족이 장악·승계한다는 점이다. 재벌구조는 지배주주 장악·승계로 주주-경영자 간 주인-대리인 문제 발생이 차단되나, 대주주-소수주주 간 이해갈등이 발생한다. 이는 재벌구조가 주주-경영자 관계의 효율성을 소유-경영 분리 기업보다 높일 수 있으나, 주주 간 이해갈등으로 기업가치가 저하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주주 간 이해갈등은 행동주의 펀드 등 M&A 전문 기업들의 개입으로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높인다. 이는 정상적 기업경영을 어렵게 할 수 있는 반면, 기업의 이해갈등 관리를 위한 적극적 주주환원 정책 등으로 주주가치가 제고되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

이수만의 퇴장에도 주주 간 이해갈등이 있다. SM 상장 후에도 이수만은 자신의 개인회사와 SM을 모두 지배하면서 그 내부거래로 엄청난 수익을 봤고, 얼라인은 이 거래와 수익의 정당성에 이의를 제기했다. 소수주주, 공동 CEO와 임직원, 인수 희망 카카오와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얼라인은 그를 퇴진시키려 했고, 그의 대응으로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다.

이런 일은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비일비재하다. 애플을 창업하고 스마트폰을 창조한 기업가정신의 화신 스티브 잡스조차 한때 애플에서 퇴출당했다. 물론 그는 애플이 더 이상 성공을 이어가지 못할 때 복귀해서 아이폰과 다양한 스마트기기들을 내놓으면서 재기에 성공했다. 미국 경영권 시장은 이렇게 적극적으로 작동한다.

그러나 재벌구조를 가진 한국 기업에서 경영권 시장의 정상 가동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대다수 기업은 경영권 방어 수단이 없다고 아우성이지만 대기업 총수들이 경영권 시장에서 퇴출되는 경우는 사실상 볼 수 없다. 이는 한국의 시장경쟁과 재벌구조가 재벌 및 소유지배구조 관련 규제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대주주 지배권 방어 기제가 있음을 알게 한다.

다만 이수만의 퇴진과 SM 경영권 분쟁은 최근 도입된 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 의결권을 전체 주식 3%로 제한하는 규제가 대주주 지배권(경영권)에 상당한 위협임을 시사한다. 이는 앞으로 주주 간 갈등이 발생할 경우 경영권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최근 JP모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주식시장의 지난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1.9%로, 미국(12.6%), 대만(10.3%), 일본(5.9%), 중국(5.5%), 유럽(5.2%)보다 크게 낮다. 반면 시장 변동성은 21.3%로 미국(14.7%), 유럽(16.1%), 일본(14.0%)보다 월등히 높고, 후진국인 중국(24.6%)보다만 약간 낮다. 다른 나라 대비 장기보유 수익률은 월등히 낮고 위험은 더 크다. 원인은 저조한 수익성과 성장성, 낮은 회계 투명성, 미흡한 주주환원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라 한다.

이는 재벌구조가 가진 주주 간 이해갈등이 향후 큰 반작용을 초래할 것임을 시사한다. 주식 대부분을 보유한 소수주주 이해관계가 이렇게 무시되면 재벌구조와 지배주주들에 대한 반감과 대항은 정부가 좌파냐 우파냐에 상관없이 규제와 개입 압력을 크게 강화할 수 있다. 지금 같으면 어떤 기상천외한 규제가 지배권을 제약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는 언제든지 나타나 지배주주와 기업이 칼끝을 쥐고 피 흘리는 싸움을 하게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상장기업들의 선제적인 획기적 소수주주 정책 전환이 당장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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