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대규모 자금 차입…이례적 행보
반도체 업황 둔화로 영업익 급감…조달 용이한 자회사 활용
전년 수준의 투자 예고…적기 투자로 초격차 확보 의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7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를 찾아 QD-OLED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7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를 찾아 QD-OLED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삼성전자가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조원을 빌렸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현금성 자산은 100조원 이상,이다. 무차입 경영 기조를 깨고 자회사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빌릴 정도 삼성전자의 올해 반도체 사업 실적이 좋지 않다는 방증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메모리반도체에서는 경쟁사의 추격을 물리치고, 시스템반도체에서는 1위인 TSMC와의 간극을 좁혀야 하는 중압감이 크다. 이번 차입은 적기 투자를 통해 초격차 확보라는 미션을 완수하겠다는 삼성전자의 의지를 보여준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운영자금 20조원을 차입한다고 공시했다. 차입 기간은 오는 17일부터 2025년 8월 16일까지로, 연 4.6%의 이자율을 적용한다. 2021년 말 별도 재무제표 기준 자기자본 대비 10.35% 규모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거액의 자금을 빌린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지난해 말 단기금융상품과 금융상품 등을 포함한 현금성 자산은 115조2300억원이고, 순현금만 따져도 104조8900억원에 이른다. 덕분에 삼성전자의 부채비율은 26%, 차입금비율 역시 3%에 불과하다.

굳이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4조3100억원)의 4배 이상에 달하는 외부 자금을 끌어온 데에는 투자 재원 마련이 여의치 않아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설비투자에 53조1000억원을 투입했다. 전년(48조2000억원)보다 약 10% 증가한 것으로, 이 중 47조9000억원이 반도체 사업에 들어갔다. 평택 3·4기 기반 시설, 극자외선(EUV) 공정 등 첨단 기술 적용 확대, 차세대 연구개발(R&D) 인프라 확보를 위해 쓰였다. 특히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의 경우, 평택 공장의 EUV 확대, 3나노(㎚,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초기 생산능력 확보, 미국 테일러 공장 설비 구축처럼 호황기를 대비한 미래 투자의 성격이 짙었다. 

올해 역시 삼성전자는 예년 수준의 투자를 이어갈 방침이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컨퍼런스콜에서 “최근 시황 약세가 당장 실적에 우호적이지는 않지만, 미래를 철저히 준비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면서 “ 올해 시설투자는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항공사진. 제공. 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사진. 삼성전자

문제는 재원을 단시간 모으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지난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43조3766억원으로 전년 대비 16% 감소했다. 메모리반도체 업황 둔화로 실적을 책임져 온 DS 부문 영업이익이 97% 급감한 게 원인이었다. 

올해 DS 부문 사정은 더 좋지 않다. 반도체 한파가 파운드리까지 번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서다. 상반기까지는 삼성전자도 DS 부문에서 적자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증권사들도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을 16조원대 수준으로 낮춰 잡는 분위기다. 전년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수익을 줄었어도 투자는 지속돼야 한다는 게 삼성전자의 딜레마다. 메모리반도체에서는 수성, 시스템반도체에서는 공격 기조를 지속하려면 삼성전자는 경쟁사들이 감산, 투자 축소를 하는 이 때 더 진취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중장기 수요를 대비한 선제적 투자가 진행되려면 결국 속도전이 중요하다. 다만 삼성전자의 현금은 국내외 법인이 보유한 것이기 때문에 신속하게 끌어오기 어렵다. 이에 자회사를 활용했다는 분석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지분 85%는 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34% 늘어난 5조9500억원을 기록했고, 20조원의 유보금을 갖고 있기도 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적기에 반도체 투자를 단행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올해 일시적으로 투자 재원이 부족할 수 있다. 게다가 회사의 현금성 자산은 해외에서 운영되는 자금을 포함하는 것이기 때문에 본사 차원에서 빠르게 투자를 진행하고자 단기 차입을 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기술 리더십 강화에 초점을 맞춰 평택과 테일러에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다. 평택 3·4공장에 이어 5·6공장 기반 작업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또 DDR5, LPDDR5X 등 고성능 D램 생산을 위한 선단공정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클린룸을 먼저 건설한 두 설비투자를 진행하는 쉘 퍼스트 전략에 따라 미국을 포함한 국내외에서 파운드리 첨단공정 투자 역시 진행될 것으로 점혀진다.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3나노 2세대 공정을 적용한 제품을 양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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