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첫 실적 공개한 함영주·이재근·이원덕
역대급 실적 견인에 취임 첫해부터 A 성적표
리딩뱅크 탈환‧리스크 관리 등은 숙제로 남아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지난해 취임 1년 차를 보낸 국내 주요 금융사의 수장들이 만족할만한 첫 성적표를 받은 가운데 진정한 시험대는 올해가 될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해 1월과 3월 각각 첫 임기를 시작한 이재근 KB국민은행장과 이원덕 우리은행장, 그리고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고금리 기조에 따른 이자 이익 증가 등 우호적 시장환경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 기록을 또 한 번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단 이자익의 증가라는 환경적 요소 못지않게, 그동안 은행과 금융지주사의 과제였던 플랫폼‧비(非)이자‧비은행 등의 분야에서 경쟁력 강화를 이끌었다는 점은 ‘초보 CEO’의 리더십을 공고히 하는 데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난 몇 년간 이어진 고금리 등 우호적 금융환경이 올해를 기점으로 다소 약화될 수 있다며, 올 한해가 이들 CEO들의 진정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도 무게가 실린다.

1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 4대 금융지주(신한‧KB‧하나‧우리)의 지난해 실적 발표가 마무리된 가운데, 지난해 나란히 새로운 CEO를 맞이한 KB국민은행, 우리은행 그리고 하나금융그룹의 성적표에도 관심이 모아졌다.

취임 2년차를 맞이한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사진. 하나금융.
취임 2년차를 맞이한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사진. 하나금융.

취임 1년 차 CEO, 역대급 실적에 ‘방긋’

지난해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는 대출자산 증가와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이익 확대의 여파로 증권 등 일부 계열사를 제외한 거의 모든 업권에서 역대급 실적을 또 한 번 달성했다.

실제로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누적 이자이익은 39조6739억원 수준이다. 이는 전년 대비 20.3%(6조6240억원) 가량 늘어난 수치이다. 각 사별로도 약 18~25% 정도 일제히 이자이익이 확대되며 전반적인 실적 제고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금융지주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거둔 가운데, 업계 내부에선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그리고 하나금융지주의 실적에 관심을 집중했다.

3사는 나란히 지난해 연초 새로운 선장을 맞이했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과 이원덕 우리은행장은 각각 지난해 1월과 3월, 허인 전 KB국민은행장과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행장에 선임됐다.

함영주 회장 또한 지난 10년간 하나금융의 성장을 견인한 김정태 전 회장의 후임으로 하나금융의 지휘봉을 잡았다.

자연스레 업계에서는 취임 첫해, 신입 CEO 3인이 거둘 성과에 주목했다. 앞서 언급했던 김정태 전 회장뿐 아니라 허인 전 행장과 권광석 전 행장 또한 임기 내 조직의 안정과 실적 제고, 주요 혁신 작업을 순조롭게 이끌며 리더십을 인정받은 만큼 후임 CEO들의 부담 또한 더욱 클 수밖에 없을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결론적으로 이들 CEO 3인의 임기 첫해 성적은 합격점이라는 평가다. 앞서 언급했듯, 전년 대비 실적 제고에 성공한 데다 업권 내 불확실성 속에서도 비교적 조직을 잘 이끌었다는 의견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환경교육 협력 업무 협약식에 참석한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이 KB국민은행 환경교육 활동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KB국민은행.
환경교육 협력 업무 협약식에 참석한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이 KB국민은행 환경교육 활동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KB국민은행.

우선 ‘이재근 護’ 첫해였던 지난해 KB국민은행은 2조996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15.6% 확대된 수치다. 4년여 만에 신한은행에 ‘리딩뱅크’자리는 내줬지만, 여전히 견조한 실적 제고 흐름을 유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주목해볼 부분은 이자익부분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9조2910억원의 이자이익을 거뒀는데 이는 전년 대비 20.2%나 늘어난 수준이다. 특히 이 같은 국민은행의 이자익은 KB금융 전체 이자익의 90% 이상을 차지하며 지주사 전반의 실적 제고를 사실상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이원덕 행장이 이끄는 우리은행 또한 우리금융그룹의 핵심 계열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우리은행이 거둔 당기순이익은 2조9198억원으로 우리금융 전체 당기순익(3조4813억원)의 약 84%를 담당했다.

특히 이원덕 행장은 수치로 증명되는 실적 외에도 디지털,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등 비정량적 경영 부문에서도 공고한 리더십을 증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엇보다 지난해 우리금융을 강타한 ‘내부통제 이슈’ 국면에서 다소 어수해진 조직 분위기를 잘 추스르며 소통의 리더십도 보여줬다.

지난해 김정태 전 회장의 뒤를 이어 부임한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역시 ‘준비된 CEO’라는 명성에 걸맞은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함영주 체제의 첫해였던 지난해 하나금융그룹은 전년 대비 2.8%(996억원) 증가한 3조625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이자 이익은 8조9198억원으로 전년 대비 19.9%(1조4826억원) 늘어났고, 특히 외환은행의 강점을 살려 외환매매익은 전년 대비 무려 1246.7%(4778억원) 늘어난 5161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핵심 계열사인 하나은행의 경우 전년 대비 23.8% 늘어난 3조169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는데 이는 KB국민은행(2조9960억원), 신한은행(3조450억원)보다도 높은 수치다. 리딩뱅크 경쟁을 4대 시중은행으로 넓히면 하나은행이 1위에 오르는 셈이다.

이원덕 우리은행장. 사진. 우리은행
이원덕 우리은행장. 사진. 우리은행

거품 걷어진 시장, ‘검증은 올해부터’

이처럼 나란히 성공적인 취임 첫해를 보낸 이재근 행장과 이원덕 행장, 함영주 회장이지만, 이들의 진정한 시험대는 바로 올해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올해 긴축 기조를 다소 완화할 뜻을 내비친 가운데, 금융당국 또한 예대마진 축소를 노골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이 실제 금융시장에는 ‘이자이익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전체 순익 내 이자익의 비중이 절대적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반적 실적 약화는 피해 갈 수 없을 것이란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당장 이재근 행장은 올해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해야 한다. 여기에 최근 리딩금융 경쟁의 핵심 전장에 서있는 정상혁 신임 신한은행장과의 경쟁 또한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로 지목된다.

이원덕 행장의 행보는 안갯속이다. 당장 임종룡 신임 우리금융 회장이 취임 이후, 인적쇄신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 때문이다.

물론 업계 안팎에선 상당수 우리금융 계열사 CEO의 임기가 종료된 만큼, 올해 말까지인 이원덕 행장의 임기는 그대로 보장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설사 현재 임기를 보장받는다 하더라도 임기 종료(2024년 3월) 시점을 감안하면 올해 연간 실적이 결국 추가 연임 여부의 바로미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취임 2년 차를 맞이하는 함영주 회장은 비은행 부문 경쟁력 강화라는 숙제를 떠안았다. 지난해 하나은행이 국내 4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좋은 실적을 거두며 선전했지만, 그 외 계열사의 실적은 이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나금융의 지난해 기준 전체 순익 대비 비은행 부문 비중은 19.9%로 전년(35.7%) 대비 15.8%p 축소됐다. 특히, 증권 계열사를 갖고 있지 않은 우리금융의 비은행 부문 비중(16.6%)과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 또한 눈길을 끈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역대급 이자 수익에 기댄 실적 제고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며 “비은행, 비이자 부문 수익성을 얼마나 극대화할 수 있는지가 실적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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