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호 전 인천대 석좌교수, 바른사회운동연합 회원

 

정재호 씨
정재호 씨

한덕수 총리는 금년 1월 13일 서울대총동창회 신년인사회에서 우리나라는 향후 10년 이내에 세계 5위 수준의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하였다. 한 총리는 과거 필자와 경제기획원에서 나란히 근무하면서 선·후임을 주고받은 사이로, 필자는 그간 오랜 교우를 통해 그의 생각을 비교적 잘 알고 있다. 그는 거시경제 전반에 대한 지식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경제학박사를 3년 만에 끝내고 영어와 불어에 능통하며 통상교섭본부장, 경제부총리, 총리, 주미대사 등을 거쳐 이번이 두 번째 총리로 국제무대에서 세계적 리더들과 소통이 매우 원활히 되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대한민국의 세계 5위권 국가를 언급한 것은 매우 근거가 있는 이야기이다. 특히 그는 국제무대에서 최근 대한민국의 위상을 피부로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그의 발언의 배경을 잠시 보도록 하자.

지난 연말 US News and World Report는 세계의 Best Countries(최고 국가) 중 National Power(국력) 부문에서 우리나라를 미국, 중국, 러시아, 독일, 영국에 이어 세계 6위 국가로 발표한 바 있다. 이는 평가항목 6가지 중 수출 호조(100점 만점에 84점), 경제적 영향(79.9점), 군사력(79.1점), 국제외교(66.4점), 정치적 영향력(48.6점), 리더십 역량(22.5점)을 종합평가하여 결정한 것인데, 우리나라는 수출, 제조업 경쟁력 등 경제적 영향력과 군사력 세 분야에서 크게 앞서 이런 평가가 가능하였다.

2022년도 세계 수출 순위는 중국, 미국, 독일, 네덜란드, 일본에 이어 대한민국이 세계 6위이나 네덜란드는 독일 등 EU국가들의 수출품을 로테르담 항구를 통하여 수출하므로 수출액이 과다 평가된 면이 있다. 이를 감안하면 우리는 세계 수출 5위로 볼 수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수출 총액은 6839억 달러로 2021년보다 12%가 넘는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일본은 2022년 1~9월간 통계로 수출실적이 우리보다 약간(289억 달러) 많았으나 작년 수출실적이 2021년보다 약간 감소하였다. 이런 추세로 보면 금년도 또는 내년에 우리나라의 수출액은 일본을 넘어선 세계 4위로 전망된다.

유엔공업개발기구(UNIDO)가 발표한 세계 제조업 경쟁력지수(Competitive Industrial Performance Index: CIPI)에서 우리나라는 2020년 독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4위 일본, 5위 미국)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향후 산업발전에서 극히 중요한 반도체, 이차전지, IT기술 등에서 우리나라는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WIPO(유엔 산하 세계지적재산권기구)의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세계PCT(patent cooperation treaty: 특허협력조약) 출원 기준으로 중국, 미국, 일본 다음으로 세계 네 번째로 국제특허 출원이 많은 나라이다. 기업 기준으로는 2021년의 경우 중국의 화웨이, 미국의 퀄컴에 이어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세계 3위와 4위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1인당 GDP를 실제 생활수준을 나타내는 구매력(Purchasing Power) 기준으로 세계 강대국인 G7국가와 비교하면 2023년 우리나라는 이미 일본과 이탈리아를 넘어섰고 영국이나 프랑스의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IMF의 최근 통계(World Economic Outlook, Oct. 2022)에 따르면 구매력 기준으로 2023년 우리나라의 1인당 GDP는 5만6694달러로 예상된다. 이는 일본(5만1594달러), 이탈리아(5만2825달러)를 넘고 영국(5만7822달러), 프랑스(5만8421달러), 캐나다(5만9872달러)에 근접한다. 이번 정부가 끝나는 2027년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1인당 GDP가 6만7977달러로 일본(5만8685달러), 이탈리아(5만9612달러)는 물론 영국(6만5857달러), 캐나다(6만6222달러), 프랑스(6만6541달러) 등 G7국가의 대부분을 넘어서게 된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금년 1월 25일 UAE 방문 후 첫 국무회의에서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국가제도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어 개조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이 한 총리의 위와 같은 우리나라의 향후 위상에 대한 생각을 함께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다보스포럼 등 여러 국제무대를 통하여 느낀 점은 세계적으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국내에서는 후진적인 시각에서 반시장적인 규제에 시달린다고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느낀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을 보는 눈은 달랐을 것이며 우리도 스스로 우리의 국격에 맞지 않는 국가운영의 틀을 이제 우리의 위상에 맞게 대대적으로 재편해야 할 시기가 된 것이다.

세계 5위권의 나라, 초일류 공업 국가이며 IT 초일류국가인 대한민국의 앞으로 국가 운영은 어떻게 되어야 하나? 그것은 국민의 능력과 아이디어를 최대한 살려주고 창의력이 마음껏 발휘되게 경제적 자유를 최대한으로 보장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정부정책은 과학과 합리성에 바탕을 두어야 하고 미래에 대비한 인재 육성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난 정부는 자유시장 경제체제에서 벗어나 사회주의적 국가 중심적이거나 경제이론에 맞지 않는 규제를 양산해 나라의 근본 틀을 무너뜨린 사례가 많다. 경제이론에도 맞지 않는 소위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최저 임금을 급격하게 올린 결과 생산성이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약자는 취업도 못 하고 영세 자영업자는 지불능력이 없어 고용을 못 하다가 결국 문을 닫는 결과를 가져왔다. 집값이 오르는 것은 집주인 때문이고 임대료가 오르는 것은 건물주 때문이라며 집값을 잡겠다는 수많은 규제를 남발한 결과 집값 폭등으로 경제에 엄청난 부작용을 가져왔고 그 후 부동산 가격의 폭락 등 또 다른 후유증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나라의 하나다. 그나마 좁은 국토의 거의 70%가 산지임에도 토지 이용은 매우 비효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해방 후 인구의 80%가 농민인 시기의 경자유전(耕者有田), 주곡의 자급, 절대농지의 보전 등 기본개념을 아직도 그대로 가지고 있다.

농민만이 농지를 구입할 수 있다는 경자유전의 원칙은 현직 대통령을 양산에 농사짓는 농부로 만드는 엄연한 탈법을 저지른 코미디이다. 해마다 쌀이 넘쳐나는데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전량 수매하자는 주장은 언제까지나 우리 농민을 국제비교에서 다섯 배나 비싼 쌀을 계속 짓게 하자는 우리 경제에 비효율과 낭비를 조장하는 짓이다.

이러한 고정관념 때문에 사실은 탈농을 원하는 농민에게까지 강제로 농사를 짓게 하고 이 땅들을 농지로 묶어 토지 공급을 제한한 결과 집값은 비싸고 공장 짓고 일자리 만들기는 더 어려워지는 것이다. 농업부문도 토지의 이용부터 농산물의 생산, 유통, 가공 등 모든 부문에서 규제를 완화하여 국제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답이다.

인력에 대해서도 시장의 자유를 과도하게 억누르는 정책은 개선되어야 한다. 4차 산업시대는 근무형태도 시간도 다양한데 개발연대 공장근로자를 상정한 획일적 주 52시간 근무 강요는 사회 발전을 저해하고 경제 주체들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강요하는 정책이다. 노사 상호 필요할 경우 집중 근무하고 휴가도 원할 경우 장기간 갈 수 있는, 보다 자유롭고 탄력적인 근무형태로 발전되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 근로자는 2200만 명 정도 되는데 이 중 노조 가입비율은 13%가 조금 넘는 수준으로 근로자의 권익 보호는 강성 귀족 노조의 보호와는 전혀 별개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노사관계에 대한 이들의 의견은 전체 근로자의 필요와는 동떨어지나) 현실은 이들의 목소리가 과다하게 대변되고 있다.

인력양성 면에서도 향후 4차 산업의 발전에 따라 차별화된 우수 인재들이 필요한 지금 특목고, 과학고, 자사고를 없애며 평준화 교육에 치중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정책인가? 다양한 교육은 필요하며 오히려 대학도 기업들과 협력하여 필요한 인재 양성에 적극 나서야 할 시기가 아닌가?

현재 우리나라 경제 관련법을 검토해 볼 때 가장 시급한 것은 기업의 자유를 구속하는 관련 조항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이다. 거의 모든 경제 관계법령에 CEO의 형사 처벌규정을 두고 있어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노동, 환경, 산업, 경제, 세법, 공정거래법 등에서 CEO에 대한 처벌조항은 경총의 조사에 의하면 2000여 개가 있는데 이렇게 기업을 범죄시하고 어떻게 일류 선진국에 맞는 자유시장 경제를 논할 수 있을까?

그 결과 매년 수많은 기업과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최근 5년간(2017~2021년)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에 투자한 금액(2944억 달러)은 외국 기업의 국내 투자 금액(745억 달러)의 네 배에 달한다. 과도하게 대표이사를 처벌하는 대신 필요시에는 대표이사가 아닌 그 구체적 행위자를 처벌하거나 손해배상 책임의 강화 등의 방법도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특히 최근의 중대재해처벌법은 한국에서 기업하는 것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것과도 같다는 외국기관의 평가를 낳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소위 노란 봉투법을 제정하여 노조의 불법 행위마저 면책하자는 입법 움직임도 있다.

이제 우리 국민들은 우리나라가 조만간 세계 5대 국가로 진입하고 있는 나라인 점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이에 걸맞게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인 주장은 세계 초일류 선진 경제권에 진입하는 우리나라의 발전방향과 맞지 않고 오히려 나라를 후퇴시키자는 주장이라고 정면으로 비판하며 단호히 단절해 나가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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