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화 논설위원, 성균관대 핀테크융합전공 교수

 

임병화 논설위원
임병화 논설위원

지난 6일 금융위원회는 토큰증권(security token) 발행 및 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을 발표하였다. 자본시장법 규율 안에서 STO(security token offering, 증권형 토큰)를 허용하겠다는 것이 골자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자본시장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증권 성격을 갖는 가상자산 발행을 허용하겠다는 말이다. 가상자산의 발행과 거래를 국내 제도권으로 편입한다는 의미와 동시에 국내 기업이 가상자산 발행을 통해 합법적으로 자금 조달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에서는 2017년부터 가상자산 발행에 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초기에는 ICO(initial coin offering, 가상화폐 공개) 허용 여부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ICO는 가상자산 발행을 위한 자금 모집을 이더리움 등과 같은 가상자산을 통해 모집하는 것으로, 가상자산 지갑 특성상 무기명으로 자금 모집이 이뤄지고, 자금 모집 주체에 대한 신뢰성이 담보되지 못해 무수히 많은 투자자가 피해를 당했다. 2018년 가상자산 시장 폭락 이후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ICO에 대한 규제가 시작되면서 자연스럽게 국내에서도 ICO에 대한 논의는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비트코인을 공식 통화로 인정했던 일본 정부가 2019년 가상자산을 ‘암호자산’으로 명명하고, 가상자산 매매에 대한 세금 부과와 함께 ICO 및 STO를 허용하는 금융상품법과 자금결제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국내 STO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되었다.

이번 금융위의 STO에 대한 법적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증권성 여부에 따라 자본시장법상 ‘증권’에 해당하면 자본시장법의 규율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이 경우 발행된 가상자산을 ‘토큰증권’이라고 정의하고 모든 증권 규제가 적용됨을 분명히 하였다. 증권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경우로는 사업 운영에 대한 지분권을 갖거나 사업의 운영성과에 따른 배당권 또는 잔여재산에 대한 분배청구권을 갖게 되는 경우, 그리고 발행인이 투자자에게 사업 성과에 따라 발생한 수익을 귀속시키는 경우이다. 일반 주식 증권이 갖는 경영권이나 배당권과 유사한 성격을 갖는 경우 토큰증권이라고 보면 된다.

한편, STO의 대표적 사례라고 생각되었던 부동산 및 미술품과 같은 실물 자산에 대한 공유권만을 갖는 토큰은 토큰증권으로 보지 않겠다는 점도 밝히고 있다. 토큰 발행 목적 및 권리가 다양하기 때문에 토큰증권의 판단 기준을 명확히 하기보다는 개별 사례에 따라 증권성 판단을 하겠다는 원칙이다.

토큰증권을 거래할 수 있는 장외 유통플랫폼에 대한 인가 및 투자자 보호 등의 규율방안도 마련하였다. 자본시장법상 증권거래소 허가를 받은 자가 운영하며 상장요건 및 주요 정보 공시를 적용받게 되고 현행 매매·청산·결제 인프라를 동일하게 활용하기로 하였다. 현재 부산시가 가장 적극적인데 토큰증권 이전에 금, 선박, 영화 지식재산권(IP) 등을 토큰화한 상품토큰에 대한 거래소로 우선 출범하고 이후 토큰증권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올 상반기에 토큰증권 발행·유통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디지털자산 시장 전반의 제도적 인프라를 만들어 가기로 하였다. 무엇보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는 디지털자산기본법과는 별개로 추진된다는 점은 환영할 만하다. 미국, 일본 등 디지털자산 규제를 이미 도입·실행하는 국가들 모두 기존의 전자결제 및 증권 관련 법을 개정 또는 수정·보완하여 디지털자산을 제도권으로 편입하였다. 우리나라도 이와 같은 접근을 취하는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스테이블코인, NFT, CBCD 등 디지털자산 관련 제도의 정합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

가장 빠른 디지털자산 제도화를 이룬 일본은 최근 기시다 총리의 ‘디지털 전환’ 정책에 힘입어 디지털자산 시장의 규제 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상자산 기업의 법인세 완화,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의 유통 허용, 가상자산의 거래소 상장을 위한 사전 심사 의무 완화 등을 담은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이미 갖춰진 디지털자산 제도화로 인해 작년의 ‘테라-루나 사태’나 ‘FTX 사태’에도 자국 내 투자자 피해가 거의 없었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볼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이제야 본격적인 디지털자산 시대 준비를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STO 다음은 스테이블코인의 제도화가 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과 맞물려 있다. 그리고 메타버스와 NFT, Web3.0 등 거대한 디지털자산 경제가 기다리고 있다. 그야말로 디지털자산 시대의 개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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