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구 언론인, 바른사회운동연합 자문위원

이석구 언론인
이석구 언론인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가 점입가경이다.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뜻) 팔이’가 선거운동의 중심이다. 권위주의 시절도 아닌데 여당이 마치 대통령의 사당(私黨)처럼 보인다. 당 대표로 출마한 후보자의 정책이나 비전, 능력을 검증하는 것은 뒷전이다. 지난 20대 총선의 ‘옥쇄 들고 나르샤’, ‘진박(眞朴), 친박(親朴)논쟁’과 같은 코미디다. 이에 중도층의 마음은 떠나고, 지지층도 한숨을 쉬는 것 같다.

김기현 의원을 당 대표로 만들기 위한 주류 측의 편법과 꼼수가 난무한다. 이에 맞서는 안철수 의원 측도 윤심 이용이라는 면에서는 피장파장이다. 민주주의와 정정당당함이 사라진 것 같다. 주류 측은 경기 직전에 자기네에게 유리하게 규칙을 바꾸고, 실력이 출중한 상대 선수가 있으면 뛰지 못하게 윽박지르기도 한다. 옛날 관권선거를 보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은 당 대표 선거에 관여하지 않고, “윤심이란 없다”고 한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다.

국민의힘은 최근 당원 70%, 일반 국민 30% 비율로 반영하던 당 대표 선거비율을 100% 당원만으로 바꿨다. 이는 일반 국민 지지율 1위이던 유승민을 누르기 위해서라고 여겨진다. 역선택을 막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구차한 변명이다. 그럼 과거에는 왜 그대로 뒀나. 20대 총선에서 유승민 출마를 막기 위해 온갖 꼼수를 동원한 새누리당을 연상케 한다. 새로 도입된 결선투표제도 친윤(親尹)계 난립으로 인한 비윤(非尹)의 당선을 막기 위해서로 보인다.

친윤계는 당심(黨心)에서 1위이던 나경원 전 의원에게 집단 린치를 가했다. 나 전 의원이 저출산 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 직을 자신의 개인정치에 활용한다고 집중 비난하는 등 유·무형의 압박을 가했다. 이에 나 전 의원이 부위원장직 사퇴를 표명했지만 대통령은 해임이라는 강수로 대처했다. 결국 나 전 의원은 당 대표 선거에 나갈 뜻을 접었다.

그런데도 김기현 의원의 당선이 불투명할 정도로 안철수 의원이 선전하자 대통령실은 공개적인 안 의원 저격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5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실체도 없는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표현으로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사람은 앞으로 국정 운영의 방해꾼이자 적으로 인식될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격노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이진복 정무수석도 이날 국회를 찾아 안철수 후보의 ‘윤핵관’과 ‘윤안(윤 대통령과 안 후보) 연대’ 관련 발언과 관련, 윤석열 대통령의 불편한 감정을 여당 지도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후보가 “윤심은 안 후보가 아니다”라는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의 발언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하신 말씀이 아니다”라고 반박하자 나온 대응이다. 대통령실은 또 안철수 선대위원장인 김영우 전 의원의 국민통합위 부위원장 직책까지 내놓게 했다. 그가 부위원장을 겸한다고 해서 뭐가 그리 문제가 되고, 그 직책이 당 대표 선거에 영향을 준다는 말인가. 치졸하다. 그렇게 김 의원의 당선에 자신이 없는가.

정당이란 같은 이념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단체지만 방법상의 이견 분출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일사불란, 상명하복만 있다면 그건 공산당이나 독재체제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다. 왕조도 아닌 민주주의 사회에서 ‘격노 운운’도 듣기 거북한 말이다. 건전한 여당의 존재는 나라와 대통령 모두에게 필요하다. 대통령에게 할말은 하는 여당이 있었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도 아마 없었을 것이다.

유승민, 나경원, 안철수 모두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찍었던 사람들이다. 또 이들은 일정 지지층을 갖고 있는 국민의힘의 자산이다. 윤심과 달리 그들이 대표가 돼 내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 비윤 인사들이 많이 당선된다 해도 그들 역시 국민의힘 당원이다. 윤 대통령의 성공에 그들의 미래가 달려 있는데 대통령과 어깃장만 놓겠는가. 이준석 축출 시 겪었던 극심한 당내 혼란을 벌써 잊은 것 같다. 지금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서 벌어지는 주류 측의 행보는 나라를 위한 것도, 국민의힘을 위한 것도, 대통령을 위한 것도 아니다.

우리 사회의 진영간 갈등은 심각하다. 자기 편은 무조건 찍고 보는 게 우리의 불편한 진실이다. 지난번 선거도 그랬다. 따라서 수도권의 중도 층을 끌어오는 쪽이 내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 그러려면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 당 대표 선거는 후보들이 정정당당하게 겨룬 뒤 패자가 승복, 화합하는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갈등 증폭으로 여당 지지층마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뺄셈 정치나 하고 있다.

정부 여당은 유권자들이 ‘윤 대통령이 좋아서가 아니라 문재인 정권과 이재명이 싫어서 윤 대통령을 찍었다’는 사실을 잊은 것 같다. 그 반대 현상이 내년 총선에서 일어나지 말란 법이 있는가. 여당 지지층으로서는 생각하기 싫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지금 윤핵관들이 쓰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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