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매출 26조1518억원, 영업손실 2조850억원 기록
시장 전망보다 저조한 성적…수주 위주로 사업 재편 가속

LG디스플레이 분기 실적 추이. 디자인. 김민영 기자.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수요 부진의 위력은 시장의 예상보다 더 컸다. LG디스플레이가 전방 산업의 영향으로 지난해 2조원대의 적자를 냈다. 이에 고강도 긴축에 들어갈 가능성이 점쳐진다. 

LG디스플레이는 현재 인력 재조정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지난해 임원 인사에서 정호영 사장을 유임시키되, 전체 승진 규모를 전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인 것. 최근 생산직에 이어 사무직도 자율희망휴직을 도입하기도 했다. 인건비도 부담스러울 정도로 LG디스플레이 재정이 좋지 못하다는 신호다. 

재무통인 정 사장이 체질 개선과 수익성 확대라는 미션을 완수할 수 있을지 시장의 눈길이 쏠린다. 

예상보다 부진했던 2022년

27일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매출 26조1518억원, 영업손실 2조85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2.47%로 줄었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증권사 추산보다 저조한 성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취합한 증권사 전망치 평균(컨센서스)은 연간 매출 26조3803억원, 영업손실 1조8856억원이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LG디스플레이 적자 규모가 조 단위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2분기부터 적자가 지속된 데다, 업황이 좋지 않아 손실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다. 최종 성적이 시장의 예상보다 더 낮았던 이유는 디스플레이 수요가 꺾인 탓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디스플레이 면적 수요는 전년 대비 6.9% 가 감소했다. 평면 패널 디스플레이 시장 역사상 최초의 역성장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등으로 공급망이 붕괴되고 원자재 가격 상승, 에너지 위기가 겹쳤다. 여기에 세계 각 국이 유동성 관리를 위해 긴축 재정으로 돌아서면서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이 본격화 됐다. 이는 LG디스플레이의 실적에 모두 악재로 작용했다. 

실제 TV와 스마트폰, IT 기기 수요가 급감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TV 출하량은 전년 대비 3.8% 감소한 2억200만대에 그칠 것으로 추산됐다. 옴디아 역시 지난해 전 세계 TV 출하량이 4.2% 적은 2억452만대에 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10년 간 가장 적은 수준이다. 

액정표시장치(LCD)는 중국의 저가 공세가 이어진 가운데 패널 수요가 급감하면서 판가 하락이 지속됐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3분기 LCD 패널 가격에 대해 ‘지금까지 가장 낮은 가격과 비교해도 크게 하회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TV 시장 자체가 위축되다 보니, 성장세를 유지하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사업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특히 고화질 대화면 TV로 교체하려는 소비자가 줄어들다보니, 신규 공급처 확보에서도 애로사항이 있었다. 

전체 매출에서 비중이 높은 노트북·태블릿·스마트폰용 패널 상황은 더 좋지 않았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지난해 스마트폰 출하량을 전년 대비 11% 적은 12억4000만대로 잡았다. 노트북 출하량도 줄었다. 트렌드포스는 24.5% 감소한 1억8600만대에 그친 것으로 추산했다. 

반면 인건비, 에너지 가격 인상 등으로 운전자금 부담은 늘었다. 결국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2조938억원에 달했다. 이익률은 불과 3%였고, 상각전 영업이익(EBITDA)도 2087억원에 머물렀다. 

CES 2023 참가를 앞두고 이현우(왼쪽) LG디스플레이 대형 사업부장이 메타 기술을 적용한 3세대 OLED TV 패널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LG디스플레이.
CES 2023 참가를 앞두고 이현우(왼쪽) LG디스플레이 대형 사업부장이 메타 기술을 적용한 3세대 OLED TV 패널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LG디스플레이.

커지는 적자…고강도 다이어트 예고

문제는 LG디스플레이 실적이 회복될 기미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 4분기에 적자가 늘었는데, 이는 시장의 상황이 더 악화됐음을 방증한다. 

LG디스플레이 4분기 매출 7조3016억원, 영업손실 875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 매출은 17.09%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전분기와  비교하면, 월드컵 특수와 스마트폰용 신모델 출시로 매출은 8% 증가한 반면, 영업손실은 1000억원 이상 늘었다.

회사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4분기 거시경제 환경 악화로 수요 부진이 심화됐다. 상대적으로 견조했던 하이엔드 제품군에서도 재고 조정이 이뤄져 판매가 감소했다“며 “중형 패널 가격 약세 속에 재고 감축을 위해 생산 가동률을 조정한 결과, 손익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변동성이 매우 높아진 만큼, 수요 회복을 낙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올해의 경영 방향을 재무건전성 강화에 맞출 방침이다. 

수급형 사업에서는 고부가 제품에 집중, 유연하고 합리적인 운영 체제를 구축한다. 유의미한 수익을 가져다주지 못한 대형 OLED 사업에서는 제품과 원가 경쟁력을 강화해 수익성 확보 기반을 공고히 하기로 했다. 투명·게이밍 등 차세대 패널 수요처를 늘리는 동시에 고가 TV 시장에서 OLED 점유율을 확대하는 데 집중한다. 

투자 역시 필수 경상투자와 수주형 프로젝트 중심으로 최소화한다. 재고를 최소 수준으로 맞출 수 있도록 생산을 탄력적으로 운영한다. 

아울러 장기적으로 시황에 영향을 덜 받는 사업 구조를 만든다. 장기 계약이 이뤄지는 수주형 사업에 집중해 투자와 물동, 가격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구조를 확립하겠다는 것이다. 

LG디스플레이는 수주형 사업의 전사 매출 비중을 30%에서 올해는 40% 초반, 내년까지 50% 수준으로 높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IT용 OLED를 공략하는 한편,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회사의 성장동력인 OLED는 중형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 

또 재무관리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대형 OLED 부문에 대한 자산 가치를 재평가했다. LG디스플레이는 국내 LCD TV 생산 철수 결정 이후 대형 OLED를 현금창출단위로 분리시켰다. 외부 평가기관의 감정 결과, 대형 OLED 사업 자산은 1조3305억원을 손상처리했다. 고가 TV 시장 수요 부진 심화와 전망 변화에 따른 회계처리 적정성 확보를 위해 영업 외 비용으로 반영시켰다. 순손실 규모는 일시적으로 확대되었지만, 현금 지출이 없는 장부 상의 회계 조정인 것이다. 회사는 재무제표 반영 후 미래 사업의 불확실성을 축소한다는 관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성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4분기의 선제적 재고 축소 및 대형 사업 운영 합리화가 향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고강도 비용 감축 활동을 지속함에 따라 분기별 손익 흐름이 개선되어 갈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재무건전성 회복과 사업구조 고도화를 위한 실행력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올해 실적 개선의 관건은 디스플레이 수요 회복이다. 업계에서는 디스플레이 시장은 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확신키 어렵다. 더욱이 OLED 시장을 노리는 경쟁자가 늘었다. 삼성전자는 올해 QD-OLED TV 판매를 본격화 한다.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대형 OLED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4분기 제품별 판매 비중을 보면 TV용 패널 25%, IT용 패널 34%, 모바일용 패널·기타 제품 34%, 차량용 패널 7%다. 중대형 OLED를 늘리거나 자동차용 디스플레이와 같은 시장에서 지배력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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