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리스크·경기 침체로 4분기 시장 전망치 하회
스마트폰 교체 주기, 43개월에 달해…사업 재편 필요
전장 관련 매출 성장세 지속…脫스마트폰 본격화

고성능 자율주행용 하이브리드 렌즈. 사진. LG이노텍.
고성능 자율주행용 하이브리드 렌즈. 사진. LG이노텍.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시장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국내 전자부품 업계를 이끄는 LG이노텍과 삼성전기가 4분기 어닝 쇼크를 피하지 못했다. 

두 회사 모두 시장의 기대를 밑도는 성적을 받았지만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 LG이노텍, 삼성전기는 전장 사업에서 가능성을 다시금 확인했다. 

고객사 효과 사라지자 실적도 흔들 

26일 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은 지난해 매출 19조5894억원, 영업이익 1조271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31.1%, 0.6% 늘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2019년부터 4년 연속 역대급 성적을 받았지만, 4분기 실적으로 빛이 바랬다.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 6조5477억원, 영업이익 1700억원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 대비 14.4%, 전분기와 비교해도 21.5%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0.4%, 전분기와 견주어도 61.8%나 빠졌다. 

시장에서는 LG이노텍에 대한 눈높이를 낮춰왔다.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가 제시한 증권사 전망치 평균(컨센서스)를 보면, 매출 6조5060억원, 영업이익 4112억원이었다. 그럼에도 시장의 예상보다 59% 낮은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아이폰13의 꾸준한 인기 덕분에 3분기까지 선방했던 LG이노텍은 나은 편이다. 삼성전기는 반도체 한파에 IT 수요 위축까지 겹쳤다. 

삼성전기 부산사업장 전경. 사진. 삼성전기.
삼성전기 부산사업장 전경. 사진. 삼성전기.

삼성전기는 지난해 매출 9조4246억원, 영업이익 1조1828억원을 거뒀다고 공시했다.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3%, 20% 감소했다. 4분기 실적은 더 부진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9% 줄어 1조9684억원에 그쳤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68%나 빠지면서 1012억원에 불과했다. 3분기와 견주어도 하향세가 뚜렷했다. 매출(2조3837억원)은 17%, 영업이익(3110억원)은 67%나 감소했다. 애프앤가이드는 4분기 매출 2조912억원, 영업이익 142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했지만, 실제 성적은 훨씬 낮았다. 

LG이노텍, 삼성전기가 부진했던 이유는 고객사 효과가 힘을 발휘하지 못해서다. LG이노텍은 아이폰에 탑재되는 멀티플 카메라모듈, 3D센싱 모듈, 반도체 기판 등을 공급한다. 삼성전기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 등에 IT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카메라 모듈을 제공한다. 

문제는 중국 정부가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면서 주요 지역 봉쇄가 지속됐다는 점이다다. 최대 시장인 중국 내 스마트폰 수요가 떨어진 것은 물론, 중국 내 생산기지를 운영 중인 기업들도 타격을 입었다. 애플의 최대 협력사인 폭스콘 정저우 공장은 공장 봉쇄에 반발한 직원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아이폰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LG이노텍, 삼성전기는 올해 수익성 강화를 내걸었지만 녹록치 않을 전망이다. IT 재고 조정이 진행 중인데다,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단기간 나타날 가능성이 적어서다. 스마트폰, TV 등은 올해 역성장이 예고된 상태다. 

전장부품 성장세…’새 먹거리’ 기대감 증폭

LG이노텍, 삼성전기는 스마트폰 중심의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스마트폰 관련 부품 매출이 전사 매출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하지만 스마트폰 고사양화로 교체 주기가 길어지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43개월까지 늘어났다”며 내년에도 스마트폰 교체 주기는 40개월 이상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프리미엄급 부품 공급을 늘려도 새 먹거리가 필요한 상황인 셈이다. 

LG이노텍, 삼성전기는 전장 사업에서 잠재력을 확인했다. 사업 구조 개편이 매끄럽게 진행된다면, 수익 다각화가 가능하고 경영 변수가 발생해도 충격을 덜 받게 된다. 실적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LG이노텍 사업부별 실적 추이. 디자인. 김민영 기자 

LG이노텍의 전장부품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5%, 전분기 대비 11% 증가했다. 전기차용 파워·조향용 모터 등 전기차·자율주행차 관련 수요가 증가한 결과, 6분기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다. 삼성전기도 전장용 제품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전장용 MLCC 매출이 성장세를 지속했고, 고화소 전장용 카메라 모듈도 거래선을 늘려가고 있다. 반도체 기판에서도 전장용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FCBGA) 공급이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전자부품사들에게 전장사업은 기회의 장이 될 것으로 본다.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5G·자율주행 관련 기술이 적용된 전기차는 하나의 전자제품과 다를 바 없다. 카메라 모듈, MLCC, 반도체 기판 같은 사업을 영위하는 전자부품사들이 공략할 영역이 많은 것이다. 게다가 전기차에 탑재되는 반도체 성능이 향상되고 다양한 기능이 적용될수록 관련 부품의 수가 늘어난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MLCC는 수만개에 달한다. 자동차의 눈 역할을 하는 전장용 카메라 모듈도 늘어나고 있다. 테슬라 전기차에는 8개의 카메라 모듈이 들어간다.  

시장 전망도 유망하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전세계 전장 시장의 규모는 2028년 700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기 사업부별 실적 추이. 디자인. 김민영 기자. 

이에 LG이노텍, 삼성전기는 현재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 중이다.

미래차 토털 솔루션 프로바이더를 목표로 하는 LG이노텍은 전장부품 신제품 개발 속도를 올리고 있다. 지난해 연말 DMS·ADAS용 고성능 자율주행용 하이브리드 렌즈를 공개했다. 플라스틱을 채용해 유리보다 20~30% 두께를 줄였고, 원가를 낮춘 제품이다. 해당 렌즈가 적용된 카메라 모듈도 올해 본격적으로 시장에 출시된다. 

거래처를 확보하기 위한 마케팅도 가동했다. CES 2023에서 차량·모빌리티 기술 전시관인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웨스트홀에 공개전시관을 꾸리고 전장부품 신제품을 선보였다. CES에서 LG이노텍 관계자은 다수의 거래선과 긍정적인 협의를 마친 것으로 보인다. 회사 측에 따르면, 고객사 미팅 건수는 예년보다 2배 이상 늘었고 현장 상담도 100건 이상 진행됐다. 

삼성전기 또한 사업 확대를 위해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지난해 자동차 파워트레인에 적용할 수 있는 전장용 MLCC 13종을 공개했다. 사용환경 150℃를 보증하는 데다, 크기·용량을 다양화하면서 삼성전기는 글로벌 거래선을 확보했다. 

올해는 고온·고압 등 전장용 하이엔드 제품군을 넓히고 전장용 카메라모듈 거래선을 다변화 한다는 계획이다.특히 기지개를 편 전장용 MLCC의 경우, 유럽 상위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판촉을 강화해 시장을 상회하는 매출 신장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국내 전장 고객사를 대상으로 MLCC 테크데이 행사까지 열었는데, 유럽에서도 적극적인 프로모션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탑승자의 안전과 직결되고, 장기 계약을 맺기 때문에 전장부품은 기술 역량 못지 않게 상대 회사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면서 “LG이노텍, 삼성전기 모두 기술력을 인정받았고, 브랜드 효과도 갖춰 유리한 위치“라고 말했다. 이어 “그룹 차원에서 전장사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에서 계열사와의 협력을 도모할 가능성도 있다“며 “시장 성장세가 가파른 북미, 유럽 신규 거래처를 뚫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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