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ESG경영의 증빙, 논란 속 공식 발진

중. 2023년, 새 국제 기준 적용의 원년

하. 의미 큰 보고서, 힘 받는 제3자 검증

[이종재 데일리임팩트 고문 겸 PSR 대표] #1. 2023년 2월16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IFRS(국제재무보고기준)가 주최하는 제1회 지속가능성 국제심포지엄이 개최된다. 1박2일로 예정된 이 심포지엄에는 글로벌 기업과 투자자, 국제적인 정책 입안자들이 모여 지속 가능성 보고서 공개를 위한 글로벌 기준을 논의한다.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가 내놓을 국제 기준과 SASB(지속가능회계표준위원회)의 기준을 활용하는 방법 및 효율적인 보고서 작성원칙 등이 주요 내용이다. 심포지엄의 총괄 주재자는 ISSB 파뵈르 위원장이다.

#2. 2022년 11월8일, 이집트 샤롬 엘 세이크에서 COP27(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이 열렸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전세계 197개국 관계자들이 참석한 국제회의다. 이 자리에서 ISSB 파뵈르위원장은 지속가능성보고를 위한 국제기준의 원칙을 발표했다. 투자자의 정보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지속가능성 관련 글로벌 기준을 개발하고 있으며 다양한 글로벌 환경 공개 플랫폼을 통합하고 2023년초에 발표될 ISSB기준은 2024년부터 전 세계 1만8천여 기업이 우선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ISSB는 2021년 영국 글래스고 COP26에서 발족이 공식 공개된 국제지속가능성보고기준이다. 파뵈르는 출범과 동시에 ISSB의 위원장을 맡고있다. 파뵈르는 2014년부터 에비앙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 다농의 최고경영자로 활동하면서 유럽의 ESG경영을 선도했다. 하지만 그는 2021년 주주들의 압박으로 CEO에서 물러났다.

전세계적으로 ESG 열기가 한창인 상황에서 ESG경영의 상징이었던 파뵈르가 실적부진을 이유로 사실상 해임되자 경영계의 해석이 분분했다. ESG경영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경영을 못하도록 압박하겠다는 투자자들이 ESG경영의 상징인 CEO를 쫒아냈으니 ‘결국 CEO는 수익으로 말하는 것 아니냐’는 혼란이 초래된 것이다. 그러나 국제적인 합의로 출범한 ISSB는 파뵈르에게 초대 위원장의 책임을 맡겼다.

한발 더 나아가 IFRS 리카넨 의장은 지난 19일 다보스포럼에서 ISSB 글로벌 표준의 최종 버전 발표시기를 올 6월로 공식화했다. ESG경영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위한 불가역적 현실이라는 국제적인 의지가 거듭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6월 발표되는 ISSB의 공시기준 최종판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보고기준은 그동안 세계적으로 600여개에 달했다. 환경과 인권, 사회공헌 등 사회적 가치구현의 다양한 활동에, 서로 다른 관점의 기준으로 각자 자리해 온 것이다. 다양한 공시 보고기준들이 이제 ISSB를 중심으로 한 대표기준 3~4개로 통폐합되고 있다. 그동안의 비재무적 가치활동이 CS,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CSV(공유가치창출), 기업시민정신(CC) 등의 이름으로 다양했으나 ESG로 수렴되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ISSB는 국제증권위원회(IOSCO)의 요청과 TCFD(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 공개협의체)의 권고로 2021년 IFRS산하 조직으로 출발했다. 국가간 통일된 재무회계기준을 위해 설립된 IFRS가 비재무 보고서까지 관할하기 위해 기준 제시기관을 내세운 것이다.

ISSB는 기존 SASB와 TCFD의 기준을 뼈대로 다양한 국제기구들을 묶어나가고 있다. 최근 ISSB와 통합 및 협력을 공식화환 국제기구는 브라질 기업지배구조연구소(IBGC), 탄소정보 공개프로젝트(CDP), 딜로이트, 환경 자원 관리기준(ERM), 유럽 ​​회계협회, 임팩트 투자를 위한 글로벌 운영 그룹(GSGII), 국제 기업 지배구조 네트워크(ICGN), 국제 회계사연맹(IFAC), PwC, UNDP-지속가능성을 위한 금융 센터(FC4S), 유엔 환경계획-재정 이니셔티브(UNEP-FI) 등 20여개에 달한다.

특히 CDP와의 통합은 ISSB의 조기 정착에 결정적인 계기로 평가된다. CDP는 세계 시가 총액 절반에 해당하는 1만8700여 기업(2022년말 기준)의 환경표준이다. 따라서 ISSB가 2024년 기준적용 시작과 함께 전세계 2만개 가까운 기업 보고서의 표준으로 자리할 전망이다.

ISSB는 2022년 3월 비재무 보고기준의 초안을 발표했다. ‘IFRS S1’에서 투자자의 의사결정에 유용한 정보를 공시토록 하는 등 일반적인 요구사항이 제시됐고 ‘IFRS S2’를 통해 기후관련 지속가능성 정보를 공시하도록 68개 산업별 지표를 내놨다. ISSB는 제시한 두 기준에 대해 7월말까지 의견을 내도록 주요국에 요청했었다.

세계 각국의 1400여 기관이 의견서를 제출했다. 정부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을 비롯해 투자은행과 자산운용사, 산업협회 및 이익단체, 그리고 유엔 등 국제기구까지 참여했다, 일부 의견 표명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다양한 기관들이 상당수준의 의견을 표명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한국회계기준원을 대표로 대체로 찬성하는 금융권의 의견이 전달됐고 산업계는 전면도입의 어려움을 전했다.

ISSB는 의견이 쏟아지자 당초 2022년말로 계획했던 최종안 공표시기를 2023년 6월로 연기했다. 내용도 초안에서 상당부분 바뀌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으로 산업계의 반대에 직면한 탄소배출 공시범위 스콥3(scope3, 가치사슬내 협력사 탄소배출)는 전면도입에서 유예기간을 두는 방향으로 조정될 전망이다.

ISSB 기준의 공식적인 발표를 앞두고 제1회 IFRS국제 심포지엄이 개최된다. 심포지엄에서는 지속가능성 공개기준의 공식적인 채택을 목표로 △공개 초안에 대한 피드백 △최종 표준 공개 진행 상황 △신흥국과 중소기업 모두를 위한 역량 구축 방안 △표준 사용자들의 준비사항 △보고 모범 사례 △전문 기관의 지원 및 주요 공시 표준들과의 협렵방안 등이 논의된다. 특히 2000년부터 지속가능경영의 국제표준으로 가장 강력하게 자리하고 있는 GRI(글로벌보고기준)와의 협력 및 추가적인 논의가 주목된다.

1월부터 새 기준 적용하는 GRI

GRI는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작성 국제기준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2000년도에 국제적으로 적용할 공시기준(G1)을 발표한 뒤 G4에 이르기까지 계속 기준을 변경 강화해왔는데 지난해 6월30일 개정 통합본을 발표했다. 보고기준을 더욱 강화하고 재무적 요소도 반영한 새 기준은 2023년 1월 보고서부터 본격 적용된다.

850페이지에 달하는 새 기준 GRI의 특징은 크게 3가지다. △보고수준을 단일화하고 △업종별 특성을 보고에 반영하며 △이해관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보고하라는 내용이다.

GRI의 과거 보고 수준은 코어(core)와 종합(comprehensive) 보고로 나뉘었었다. 코어는 경제와 환경 사람으로 구분한 기준 중 최소 1개 이상을 보고하는 것이고, 종합은 모든 기준의 보고를 아우른다, GRI는 이번 개정에서 코어를 없애고 각각의 기준 모두를 보고토록 했다. 보고를 못하는 불가피한 기준에 대해서는 누락 사유가 명시돼야 한다.

GRI는 또한 업종 구분없이 똑같은 보고기준을 적용해 왔다. 11개 분야 77개 업종으로 나누어 업종별 특성에 맞게 보고토록 하는 SASB기준과 비교됐는데 이번 개정에서 산업별 기준이 보완됐다. 예컨대 국민은행과 포스코의 환경기준이 같을 수 없는 현실적인 이유가 반영된 것이다. GRI는 업종을 40개로 세분화하기로 하고 현재 석유가스, 석탄, 농림수산 등의 업종별 보고기준을 공개했다.

경제 환경 사회로 구분한 보고 구분이 경제 환경 사람으로 바뀌었다. 지속가능경영 보고의 중심에 각각의 영향을 정의하고 중요주제의 선정과 보고 전 과정을 명확히 하도록 했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지역 국가 글로벌 수준에서 경제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으로 경쟁 및 조달관행, 납세 등 7개 항목(GRI201~207)이 기준으로 제시했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에너지 토지 물 천연자원의 사용 등을 통해 생명체와 무생물 요소에 미치는 8개 부분을 보고토록 했고 사람에 미치는 영향은 지역사회 취약계층과 같은 개인 및 집단으로 정의했다. 특히 인권을 중심으로 한 사람에 대한 영향은 임금과 공급망 근로자의 작업조건, 안전 등으로 세분화해 무려 18개 항목에서 기준을 구체화하고 있다.

새 기준에서는 또 이해관계자의 정의에 변화를 줬다. 경영활동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이해관계자를 동일하게 보지말고 중요도에 따라 대응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다. 새로 도입한 실사규정도 각 기준에서 이해관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아울러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통해 긍정적 부정적 영향을 파악하고 관리할 것도 기준을 통해 권고됐다.

GRI는 1997년 미국의 NGO인 CERES와 유엔환경기구(UNEP)가 중심이 돼 설립된 민간기구로 2002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본부를 두면서 상설기관으로 확대됐다. 경영활동에서 환경 등에 미치는 영향을 보고토록 하는 보고기준을 2000년도부터 제시하고 있는데 현재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기업들이 기준으로 채택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해 보고서를 작성한 131개 기업은 모두 GRI기준을 적용했다. 대부분 기업들은 GRI와 UNSDGs, SASB, TCFD 네가지 기준을 혼용해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GRI다음으로 많이 인용된 기준은 UNSDGs였고(106개) SASB(104개), TCFD(94개) 등의 순이었다. 이중 SASB와 TCFD가 ISSB로 통합돼 2024년부터 새로운 기준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앞으로 지속가능보고서 기준은 GRI와 ISSB를 반드시 포함하되 UNDSGs로 보완될 전망이다.

인류의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제시한 UNSDGs에 대해 기업들은 17개 항목중 몇 번째 발전목표를 과제로 정해 보고서에 담았는지를 기술하는 방식으로 보완한다.

지속가능보고서 기준 반영 실태(GRI(G) UNSDGs(U) SASB(S) TCFD(T)).  이미지. 데일리임팩트
지속가능보고서 기준 반영 실태(GRI(G) UNSDGs(U) SASB(S) TCFD(T)).  이미지. 데일리임팩트

유럽과 미국의 독자적인 보고기준과 기준간 협력

ESG 공시표준은 ISSB나 GRI처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기준 뿐만 아니라 유럽과 미국 등 국가단위의 규정까지 속속 확정, 보완되고 있다.

지속가능성 기준에 한발 앞서 움직이고 있는 곳은 유럽이다. 2021년 3월 EU 집행위는 그린워싱을 방지하고 금융기관의 자금이 ESG와 부합되게 운영되는지 공개토록 하는 지속가능금융공시규정(SFRD) 의무화를 시작했다. 4월에는 기업의 비재무정보보고지침(NFRD)을 개정(2017년 시행)한 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을 발효했다. NFRD 보고기업 1만2000개에 비해 훨씬 더 광범위한 약 5만개의 기업이 CSRD에 영향을 받는다.

EU의 유럽재무보고자문그룹(EFRAG)은 CSRD를 토대로 지속가능보고기준(ESRS)을 2022년11월 부분 확정했다. 제시된 안에는 ESRS1(일반원칙)과 ESRS2(일반, 전략, 거버넌스 및 중요성 평가 공시 요구사항)가 담겨있다. 항목별 기준은 환경 5가지, 사회 4가지, 거버넌스 2가지 등이다. 적용은 직원 500명 이상의 공기업에서 시작하고, 2025년부터는 직원 수 250명 이상 혹은 매출액 4000만유로(약 553억원) 이상인 기업이 포함되며, 2026년에는 중소기업으로 확대된다.

미국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2021년 5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ESG 테스크포스를 발족해 독자적인 ESG 공시체계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했다. 지난해 6월 하원이 ESG 공시를 포함한 11개 세부 주제로 이루어진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미국도 ESG 정보공시의 강화에 본격 가세했다.

각기 같을 수 없는 기준들이지만 기구 간 일정부분 공존이 가능할 전망이다. 특히 ESRS는 GRI 표준과 상당부분 일치한다. GRI 표준이 ESRS 표준과 연계돼 EU 및 기타 지역에서 이미 GRI로 보고하고 있는 기업들은 ESRS기준과 GRI와의 호응으로 대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목되는 협력은 ISSB와 GRI간 조율과 적용이다. 양 기관은 이미 지난해 2월 서로 협력체제를 갖춰나가기로 합의했고 파뵈르의 COP27 발표에서 공식 협력기관으로 발표됐다. ISSB는 ESRS, SEC 기준과 용어의 통일 등 협력을 모색하고 있지만 고유 기준을 배제하는 보고서는 인정하지 않는다. GRI 역시 기준 적용 보고서를 공시전 반드시 보고토록 하고 있어 지속가능보고 기준은 기존 GRI와 새로 등장한 ISSB의 대표성이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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