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호 논설위원, 미래문명포럼 회장, 전 인하대 교수

김용호 논설위원
김용호 논설위원

제가 비록 정치학을 공부했지만 여의도 정치에는 문외한인 백면서생(白面書生)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대통령께서 성공하는 대통령이 되어야 나라가 발전할 수 있다는 소박한 심정에서 편지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최근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내분이 발생하면서 대통령께서 이러한 갈등에 휘말리는 것 같아서 매우 안타깝습니다.

대통령께서 나경원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 부위원장직과 기후환경대사직에서 해임한 후 갈등이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나 전 의원의 “해임은 대통령의 본의가 아니라 생각한다”는 SNS 문자에 대해 대통령 비서실장께서 그에게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대통령께서 아랍에미리트에서 엄청난 외교적 성과를 올렸으나 나경원 전 의원이 자중자애하지 않고 계속 SNS정치를 하니 대통령께서 화가 많이 나신 것 같습니다.

대통령께서는 검찰조직과 정당조직을 비교해 볼 때 후자가 너무나 제멋대로라는 생각이 드실 것입니다. 더구나 대통령께서는 밤낮으로, 또 전 세계를 다니면서 나라 일을 챙기는데, 소속 당 인사들이 도와주기는커녕 무책임하게 떠들어대는 것을 보면서 당내 기율을 잡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드실 것입니다. 저도 정당론을 강의하면서 학생들과 함께 정당 사무실을 직접 방문해서 인터뷰를 할 때, 황당한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정당이 “이상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고 합니다. 그럴 때, 저는 그들이 당과 나라를 위해 무언가 하려는 의지가 있어서 그런 거라고 학생들을 타일렀습니다. 대통령께서도 나경원 전 의원처럼 언론을 상대로 “엉뚱한” 얘기를 하더라도 당과 나라를 위해 하는 일이라고 이해해 주실 수 없을까요?

국민들 눈에는 나 전 의원을 해임한 대통령의 결정이 소인배의 행동으로 비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우리나라 정치문화에서는 대통령이 대인의 풍모를 보여 주기를 기대합니다. 인과관계는 불분명하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지지도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대통령께서 소속 당을 잘 관리하지 못하고 갈등을 유발하는 경우 많은 국민들은 대통령의 국정운영 역량이 부족한 것으로 보게 됩니다.

그리고 전략적 차원에서 보더라도 대통령께서 나 전 의원을 포용하셔야 합니다. 저는 논리적으로 세 가지 시나리오를 상상해 봅니다. 첫째, 만약 나 전 의원이 출마하여 당원의 지지를 얻어 당 대표에 선출되면 대통령께서는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둘째, 만약 나 전 의원이 불출마하는 경우 소위 '반윤'으로 계속 남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대통령께 부담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나 전 의원이 다른 후보를 공식이나 비공식으로 지지하여 대통령이 지지하지 않는 분을 당 대표로 만드는 경우 대통령께서 정치적으로 매우 어렵게 될 가능성이 높지요. 저는 나 전 의원을 포함에서 당 대표 후보들과 나이 차이가 많아서 그들 중에서 잘 아는 분은 없고, 또 특정 후보를 지지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다만 대통령과 소속 당의 관계가 원만해야 국정을 잘 꾸려나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 이런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대통령께서 이번 당 대표 경선에서 엄정 중립을 지키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소위 ‘윤심’을 팔아서 표를 얻으려는 행위를 중단하도록 촉구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적절한 시기에 대통령께서 어떤 인물이 당 대표로 선출되어야 하는지 당원들에게 메시지를 전하십시오. 당을 통합할 수 있는 인물, 내년 총선에서 뛰어난 캠페인 능력을 발휘할 인물, 윤석열 정부의 국정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는 인물 등등을 제시하십시오.

이제 결자해지의 차원에서 대통령께서 다보스포럼 회의를 마치고 귀국하시면 나 전 의원을 포함하여 당 대표 경선 후보들을 모두 초청하여 당 대표 경선에 엄정 중립을 지킬 것을 선언하십시오. 그리고 내년 총선 승리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모두 단결하자고 호소해 주십시오. 저는 윤 대통령께서 이렇게 해 주실 것으로 굳게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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