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둔·웹소설 , 북미 기지 설립…공격적 사업 확장
엔터 사업, 상대적으로 취약…아티스트 IP 보완 필요
원소스멀티유즈 전략 가속 위해 전략 투자 나설 듯

카카오엔터테인먼트 Ci. 이미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Ci. 이미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1조2000억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공격적 인수합병(M&A) 전략 채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카카오엔터는 해외사업 확장을 위한 재원으로 쓰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자본력이 있는 투자처 측이 카카오엔터의 주력인 스토리 및 미디어 부문 대비 상대적으로 부족한 뮤직 부문을 보완하기 위한 M&A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입을 모은다.

16일 콘텐츠업계에 따르면 최근 카카오엔터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와 싱가포르 투자사 피랩인베스트먼트로부터 각각 6000억원싹 총 1조2000억원을 유치했다.

카카오엔터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발행한 신주를 해당 펀드들이 인수하는 형태다. 

국내 콘텐츠 기업의 해외 투자 유치 사례 중 최대액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카카오엔터는 고무된 분위기다. PIF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이끄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국부펀드다. 피랩인베스트먼트는 싱가포르투자청(GIC)이 운영하는 펀드다. PIF와 GIC는 전 세계 투자시장에서 ‘큰 손’으로 불리며 영향력을 행사한다. 

실제로 양측은 지난 2022년 11월 기준 총 8000억원가량의 투자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엔터의 웹 콘텐츠 사업 경쟁력을 이유로 4000억원을 더 투자할 가치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엔터는 스토리·미디어·뮤직 세 부분으로 나눠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해왔다. 웹툰·웹소설은 오리지널 IP 1만여개를 보유했다. 음원 라이브러리는 7만여곡이 축적됐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IP '사내맞선'의 웹소설(왼쪽)과 웹툰 대표 이미지. 제공.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IP '사내맞선'의 웹소설(왼쪽)과 웹툰 대표 이미지. 제공.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각의 IP들을 활용할 가치사슬(밸류체인)도 구축했다.

사업 확장 면에서나, 밸류체인 구축에서 가장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분야는 스토리다. 타파스·래디쉬·우시아월드를 합병한 타파스엔터테인먼트가 지난해 설립됐는데 한국에서 성공한 사업 모델까지 성공적으로 이식됐다. 인기 웹소설을 웹툰으로 창작하는 노블코믹스가 대표적이다.

‘끝이 아닌 시작’의 경우 노블코믹스 전략 덕분에 누적 조회 수 2000만회를 넘어섰다. 여성향부터 판타지 및 무협까지 장르별 IP 범위가 넓어진 만큼 카카오엔터는 타파스를 통해 노블코믹스를 적극적으로 론칭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IP 확보보다 더 의미 있는 건 오리지널 IP 성장세다. 카카오엔터가 웹툰·웹소설 해외 진출을 서두른 이유는 오리지널 IP 매출 비중을 늘리기 위해서였다.

카카오엔터의IP가 타파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미만이다. 그러나 전체 매출의 70%를 견인할 정도로 위력을 보여줬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오리지널 IP는 수수료 부담이 적고 창작 범위의 제약도 없다”라며 “오리지널 IP를 즐기는 이용자가 늘어날 경우 세계관을 확장한 창작물을 내놓을 수 있는 만큼 세계 시장에서 바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무기를 하나 더 갖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카카오엔터는 스토리 사업이 북미에서 입지를 다지자, 본사 영향력 아래 두기 위해 리더십을 개편했다. 김창원 타파스 창업자와 이승윤 래디시 전 대표는 합병 이후에도 인수 이후에도 각 사의 대표이자 카카오엔터 글로벌전략담당(GSO)을 맡아왔지만, 모두 회사를 떠났다.

업계에서는 본사 중심의 경영체계가 확립됐다는 점에서 ‘2024년까지 거랙액 5000억원 달성’ 계획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본다. 

미디어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스타쉽엔터·하이라인엔터·플레이엠엔터·크래커엔터·그레이고 등을 품으면서 제작사로서 인상적인 행보를 보여줬다. 카카오TV 오리지널 시리즈에 이어 SBS ‘사내맞선’, JTBC ‘기상청 사람들 : 사내연애 잔혹사’, tvN ‘군검사 도베르만’ 등이 흥행했다.

드라마·영화에서 활동 반경을 넓힌 것은 물론 ‘수리남’, ‘종이의 집 : 공동경제구역’, ‘브로커’, ‘헌트’처럼 국내외 시장에서 작품성과 화제성을 입증한 작품도 나왔다. 

올해도 스튜디오로서 경쟁력을 확인하는 한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경성크리처’(넷플릭스), ‘최악의 악’(디즈니플러스), ‘승부’(넷플릭스) 등 카카오엔터표 영상콘텐츠들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의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어서다. 

카카오엔터 산하 이담엔터 소속 아티스트인 아이유. 사진. 구혜정 기자.
카카오엔터 산하 이담엔터 소속 아티스트인 아이유. 사진. 구혜정 기자.

이에 반해 뮤직 부문은 상대적으로 보완이 필요한 상태다.

카카오엔터는 음원과 아티스트 기획·제작·유통을 아우르는 사업 구조를 확립하는 게 목표다. 그러자면 유통 채널을 늘리는 외에도 아티스트 IP의 파괴력이 있어야 한다.

다만, 국내 1위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인 멜론을 품고 있는 데 반해 아티스트 IP를 하기엔 핫한 K-팝스타가 부족한 편이다. 산하 엔터사에 아이유·몬스타엑스·아이브가 소속돼 있지만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엔씨도 비슷한 고민으로 엔터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팬덤 유입 효과를 기대했지만, 자체적으로 파괴력 있는 아티스트를 보유하지 못한 까닭에 엔터사의 요구를 수용해줘야 했다. 

엔터 사업, 특히 아이돌은 진입장벽이 낮고 몰입도는 높다. 대신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을 감수해야 한다. 사람을 근간으로 한 사업모델이다 보니 투자와 성공이 비례하지 않을뿐더러 성공 시기를 가늠할 수 없다.

데뷔 초기의 인기가 꾸준히 지속된다는 보장도 없다. 비슷한 콘셉트의 매력적인 아이돌이 등장하면 팬덤의 이탈이 나타날 수 있다. 강력한 팬덤이라도 ‘구설수’로 인해 흔들리기도 한다. 기획부터 위기관리까지 정량화될 수 없다. 

엔터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연습생부터 데뷔와 성장 과정에서 팬들은 실패와 좌절, 성공을 함께하는 동지이자 지지자가 된다”라며 “정상에 올랐다고 끝이 아닌게 멤버별로 또 다른 성장 스토리를 부여해줘야 하고 팬들이 지속적으로 흥미를 가질 수 있게 세계관을 확장시켜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카카오엔터 노하우는 부족하고 수익화도 놓칠 수 없는 상황이다. ‘비욘드 카카오’의 선봉장이 카카오엔터이기 때문이다. 

아티스트 IP와 팬덤의 활용에 관심이 큰 네이버의 경우 자체 육성 대신 동맹을 맺는 방식으로 우회했다. 방탄소년단(BTS), 르세라핌, 뉴진스를 키운 하이브, 블랙핑크가 속한 YG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계열사인 SMEJ Plus 등에 전략적으로 투자했다.  

SM엔터테인먼크는 에스파, 엑소, NCT, 레드벨벳,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등 K-팝 아이돌의 산실로 꼽힌다. 이 같은 아티스트 IP를 보유하게 되면 더 다양한 영상 콘텐츠 제작이 가능해지고 웹툰·웹소설과 게임 등으로도 확장할 수 있게 된다. 카카오엔터의 사업 전반이 커질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카카오엔터는 신중한 태도다. 카카오엔터 측은 지난 12일 “2021년부터 글로벌 콘텐츠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업제휴와 지분투자 등 다양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해왔으나, 현재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라고 공시했다.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 사진.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 사진. SM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는 카카오엔터가 SM 인수에 의지를 갖고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SM과의 협상이 답보한 데에는 매각가와 라이크 기획과의 관계 등에 대해 입장이 달랐던 게 컸다. SM엔터는 이수만 총괄프로듀서의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에 음반 자문과 프로듀싱 용역비를 이유로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말 라이크기획과 SM엔터의 계약이 종료됐다.

SM 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진 점도 M&A 변수다. SM은 이사회 중심 경영을 내걸고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4명으로 이사회 구성을 바꿨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도입하고 환경·사회·지배구조(ESG)위원회나 내부거래위원회 등 전문위원회를 3개 이상 설립해 이사회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제고하고 최대주주 줄이는 구조를 만든다.

이에 대해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는 ‘창업자인 이수만 총괄프로듀서와의 관계를 명확히 재설정해달라’며 주주대표 소송을 청구했다. 

실제로 오너십 유지가 쉽지 않다고 판단한 이 총괄프로듀서가 경영권 매각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카카오엔터가 이 총괄프로듀서가 쥔 지분 18%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M&A를 시도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카카오엔터가 지닌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2400억원 수준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도 SM엔터의 몸값은 6000억원가량이다. 1조원에 육박했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충분히 매력적인 금액이다.

복수의 엔터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SM만큼 다양한 연령대와 성별, 국가를 아우르는 아티스트를 가진 곳은 없다”라며 “체계적인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SM을 품을 경우 원소스멀티유즈 전략을 속도감 있게 실행할 수 있게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K-팝 이이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카카오엔터가 어떤 식으로든 SM과의 전략적 동맹을 맺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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