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보 논설위원, (사)한국자원순환산업진흥협회 대표

민경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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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어딘가에 있다는 쓰레기 섬의 폐해를 얘기할 때면 늘 등장하는 게 플라스틱 빨대(Straw)가 코에 꽂혀 있는 바다거북이 사진이다. 이 한 장의 사진으로 플라스틱 빨대는 환경 파괴의 원흉으로 낙인되어 버렸다. 그래서 플라스틱을 대신한 종이 등 여러 재질의 빨대가 나왔다. 여기에 친환경이라는 상술(?)이 더해져 다회용이라는 것에만 방점을 찍고서는 심지어 목재나 스텐리스 재질의 빨대를 사용하거나 휴대하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빨대를 굳이 사용해야 된다면 어떤 재질보다 플라스틱이 훨씬 친환경적이다. 이 얘기를 하자면 장황해지고 길어지기 때문에 한마디만 한다면, 지금의 빨대는 PP(Polypropylene)라는 열가소성 수지로 만들어지는데 PP대롱 속에서는 대장균이 살 수 없다는 게 필자가 1985년경에 미국 FTA에 의뢰하여 얻은 결과물이다. 빨대에 가격경쟁이 붙으니 최소의 중량으로 생산해 일회용으로 사용하는 것이지, 지금의 중량에서 조금만 더해주면 다회용(끓는 물에 소독 가능)으로 사용해도 위생상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무슨 옛날 얘기하고 있어?’ 하는 생각에 꺼림칙하다면 아주 간단한 압축 기구를 일정 장소에 놓아두고 사용한 빨대만 그곳에 버리도록 유도하면 어떨까!

빨대는 ‘PP’ 한 종류로만 구성되어 있어 사용한 빨대를 모양이나 크기와는 상관없이 한자리에 모으기만 하면 재자원화가 가능하다. 빨대를 다른 재질로 하는 것은 또 다른 자원 낭비와 ‘그린워싱’을 가져올 뿐임을 알았으면 한다. 물론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자는 정책에는 백 번 동의하지만 일회용품이라도 잘 모아서 재활용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재활용하는 것이 순환경제이며 바다 생태계를 살리고 쓰레기 섬을 줄이는 길이리라.

우리나라는 빨대의 최대 수출국이다. 더구나 기능성 빨대는 우리나라가 효시이며 더불어 이 방면 세계 최고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중증환자와 노인, 어린이를 위해 발명된 구부러지는(Flexible) 빨대, U모양(Shape) 빨대, 망원경(Telescope) 빨대 등 형태와 용도가 다양하다. 빨대를 종이에 포장할 때는 접착제나 열(Heating)이 1도 들어가지 않는다. 포장지는 담배를 말 때 사용되는 종이로, 상하 톱니 압착(壓着)만으로 접착이 된다. 필름에 포장해 음료 팩에 붙이는 등 여러 방법이 거의 우리나라 기업들의 특허기술이다.

그래서 빨대는 과학이고 환경친화적이라고 필자는 얘기한다. 다만 실컷 이용만 하고 처리 방법에서 나 몰라라 하니 플라스틱 제품이 환경폐해의 주범으로 전락하고 만다. 빨대나 플라스틱 컵만 40여 년간 만들어온 기업을 환경부는 ‘일회용품’ 대책 회의에 참여시켜 보았는가? 그들이라면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가장 잘 알고 있으리라.

일회용품의 기준은 한 번만 사용하고 폐기하는 생활용품을 말한다. 그렇다면 일회용으로 만든 제품이라 하더라도 쓰임새에 따라 한 번 이상 쓰면 일회용품이라 할 수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예를 들면 일회용 아이스크림용 플라스틱 숟가락을 한 번만 사용하고 버리기보다는 여러 용도로 몇 번이고 사용하는(부엌에서 확인 가능) 소비자가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필자는 일회용 면도기를 적어도 열 번 이상 사용한다. 수염이 그렇게 적은 편이 아닌데도 한 번만 사용하고 버리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렇게 사용해도 성능이 괜찮기 때문이다. 결국엔 일회용이냐 아니냐는 면봉이나 이쑤시개 등 몇 가지를 제외하면 대개가 개인이 정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어쨌거나, 60여 년 이상 기술 개발하며 쌓아온 플라스틱 성형시장이 움츠러지고 있다. 플라스틱 생활용품을 만들어 온 것이 무슨 큰 죄인이 된 것 같기도 하고, 이제 시장에서 물러날 시간이 되어간다며 불안에 떨고 있다. 변명조차 제대로 못 하는 이름하여 ‘플라스틱성형 기업군’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들은 그간 권익을 대변하여 내세울 변변한 단체 하나 만들지 못했다.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온 기업군인지 그 반증이기도 하다.

2008년에 중단했던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다시 들고나온 것은 그만큼 플라스틱의 폐해가 커져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결심일 터인데, 그렇다면 이러한 규제는 누구나 어디서나 불편부당하게 적용되어야 하고 막힘없이 물 흐르듯 처리되어야 한다. 환경부는 그간 많은 시간을 환경이라는 명분만을 가지고 허비해 버린 것은 아닌지 뒤돌아봐야 할 때이다.

이제 제도의 부활에서 잠시 벗어나 소통의 확대를 권해 본다. 일회용품의 실제 구매처인 가맹점 대표와 일회용품을 제조하는 기업, 유통업체, 그리고 소비자단체와 함께 일회용품 전반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논의한 회의 결과물들은 한쪽으로 잠시 미루어두고 ‘자원순환’이라는 명제만으로 토론을 거듭하여, 세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플라스틱 일회용품 부분에서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정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무엇보다도 정부는 이들의 사업 다각화와 공정한 전환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런 정책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 제7장 ’정의로운 전환’에 뚜렷이 명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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