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의료' 늘자 지급 보험금·손해율 급상승

20%대 인상폭 놓고 정부와 손보사 의견 대립

제도적 지원 통한 근본적 제도 개선 필요

사진. 이미지투데이.
사진. 이미지투데이.

[데일리임팩트 최동수 기자]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료를 놓고 손해보험사와 금융당국의 '눈치 싸움'이 시작됐다. 물가상승 부담을 줄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금융당국과 지급한 보험금만 30조원이 넘어가면서 보험료 인상은 필수라는 손보사의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손해율이 급격하게 늘면서 매년 21% 이상의 보험료 인상이 이뤄져야 지속적인 판매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실손보험 보험료 인상분이 소비자물가지수(CPI) 산정에 반영되는만큼 10%대의 인상폭을 강하게 밀어부치고 있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인상률은 10% 초반대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무조건 보험료를 올리기보단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우선이며 복마전 구조를 바꾸지 않고는 실손보험 정상화는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14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1~4세대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127.90%를 기록했다. 상품별로는 1세대가 141.9%, 2세대가 123.8%, 3세대가 129.3%였다.

손해율은 보험사들이 보험료의 적정치를 정할 때 참고하는 수치다. 보험사들이 계약자에게 거둬드린 보험료 중 의료비로 지급되는 보험금 비율을 의미한다.

손해율이 증가하자 자연스럽게 지급 보험금도 늘었다. 손보협회에 따르면 손해보험사 10곳의 올해 3분기 보험 사고로 보험사가 보험 계약자에게 지급하는 누적 원수보험금은 30조54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1조6243억원) 증가했다.

받는 돈보다 주는 돈이 더 많아지자 보험업계에서는 실손보험료 인상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며 금융당국과의 협의에 돌입했다. 이달 중 시기와 인하폭을 결정할 예정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국민 고통 분담을 이유로 자동차보험료는 내리기로 한 상황에서 보험료를 올릴 수 있는 건 실손 보험뿐"이라며 "결국 실손보험 유지를 위해선 매년 인상은 필수"라고 설명했다.

사진. 각 사.
사진. 각 사.

'비급여 의료' 증가에 손해율도 덩달아 상승

실손보험 손해율이 급격하게 늘어난 이유는 '비급여 의료'가 폭발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을 계속 강화하면서 비급여 진료를 급여 항목으로 돌렸고 수익이 줄어든 의료계가 비급여 의료비를 올리게 됐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특히 소비자들의 병원 방문 빈도가 전체적으로 늘었고 도수치료나 백내장 수술 등 비급여 치료를 받고 실손보험금을 타내는 사례 역시 증가하면서 '비급여 의료'는 실손보험의 심각한 부작용으로 지적받아 왔다.

결국 보험업계는 각 세대별 실손보험을 새롭게 내놓을 때마다 비급여 보장을 특약으로 돌리고 보험금 청구량만큼 보험금이 오르도록 상품 구조를 조정했지만 손해율 증가는 걷잡을 수 없이 늘었다.

업계에선 보험료를 올리지 않으면 실손보험 공급 자체가 불가능할 지경에 이르렀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적자가 누적되면서 2015년부터 올해까지 10개 사가 실손보험 판매를 중지했다.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130% 내외의 손해율을 향후 5년 이내 100% 이내로 유지하려면 매년 21% 이상의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역시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보험료 인상 기조에는 동의하지만 물가상승 부담을 줄여야 하는 현 상황에서 업계가 주장하는 20% 이상의 인상은 어렵다고 말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가입자가 4000만명에 이르는 실손보험은 보험료 인상분이 소비자물가지수 산정에 반영되다 보니 인상폭 조절은 필수"라고 설명했다.

보험연구원이 개최한 '실손의료보험 정상화를 위한 과제' 세미나. 사진. 보험연구원.
보험연구원이 개최한 '실손의료보험 정상화를 위한 과제' 세미나. 사진. 보험연구원.

지속가능한 실손보험 위해 제도적 지원 병행돼야

전문가들은 지속가능한 실손보험을 위해 '효과적인 비급여 관리'와 함께 '합리적인 보험료 조정'을 위한 제도적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제언한다.

지난 8일 보험연구원은 실손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해결방안 모색을 위해 '실손의료보험 정상화를 위한 과제' 정책 토론회를 온라인 중계로 개최했다.

이날 김 연구위원은 "실손보험료는 국민경제·물가상승 부담 등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인상률이 결정되는데 이러한 가격 규제는 보험료와 보험금 청구 간 연계를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행 가격 규제하에서는 보험사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실손보험 부문 적자를 타 사업 부문으로 전가함으로써 사업 부문 간 계약자 형평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실손보험 지속성 제고를 위해 △비급여 표준수가 가이드 도입 △비급여 관리 주체 신설 △비급여 적정성 사후 확인제도 △비급여 표준화·사용 의무화를 추진하고 향후 상품구조 개편을 재가입주기 단축·상품 자율화 확대 방향으로 개선할 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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