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풀어 서민 주거 개선’…LTV 50%‧대출한도 상향 등 조치

고소득자만 혜택‧DSR규제와 충돌 등 실효성 문제도 제기돼

연 8% 육박한 금리, 고정금리‧금리상한형 주담대 활성화 필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 구혜정 기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 구혜정 기자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정부와 금융당국이 서민 주거 안정화 명목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완화 등의 조치를 내놓은 가운데, 다음 달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벌써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대출 가능 금액을 늘려, 서민들의 주택 구매 및 생활 안정 자금을 공급하겠다는 건데 최근의 부동산 시장을 고려하면 기대한 수준의 효과는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주담대 금리가 연내 8%에 도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면서 설사 대출을 받는다 해도 급격히 불어나는 이자 부담에 차주들의 상환능력이 한계치에 임박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런 까닭에 금융업계에서는 실질적인 효과를 담보할 수 있는 DSR규제 완화 등의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실질적으로 이자 부담을 덜 수 있는 기존 금리상한형 주담대 활성화 및 별도의 저금리 주담대 상품을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선보이는 정책적 지원 또한 필요하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1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금융당국, 국토교통부가 최근 부동산 규제 완화 대책을 발표한 가운데, 본격적인 시행을 한 달여 앞둔 상황에서 벌써 실효성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표면적으로 공개된 규제 완화 정책의 내용은 대출 가능 금액을 큰 폭으로 늘려 서민들의 주거 안정화를 꾀하겠다는데 방점이 찍혀있다.

다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는 부동산 시세와 고금리 기조, 여기에 이번 규제 완화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는 오히려 서민보다는 고소득층에게만 유리한 대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시장 현안 대응 방안. 자료. 기획재정부
부동산 시장 현안 대응 방안. 자료. 기획재정부

정부 “대출 풀어 서민 주거 부담 낮춘다”

실제로 앞서 언급했듯, 정부는 최근 무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완화 등을 골자로 한 무주택자 대상 대출 규제 완화 방안을 시행한다. 일부 정책의 경우에는 당초 내년 1월 시행 예정이었지만 이를 한 달 앞당겨 올해 내 시행하기로 했다.

이러한 정책적 판단의 배경에는 그만큼 정부와 금융당국이 최근 부동산 시장과 이와 관련된 금융시장의 경착륙 가능성을 크게 본 것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우선 정부는 오는 12월부터 규제지역 내 무주택자와 1주택자(기존 주택 처분 조건에 대해 LTV를 50%로 조정한다. 현재 LTV 규제의 경우, 비규제지역에 대해서는 70%, 규제지역은 20~50% 등으로 차등 적용해왔는데 이를 50%로 단일화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규제지역 내 무주택자 LTV 우대 대출 한도를 기존 4억원에서 6억원까지 상향 조정한다. 무주택 청년(만 34세 이하 무주택 세대주·연소득 7000만원 이하)을 대상으로 한 ‘청년맞춤형 전세대출보증’의 한도 또한 1억원에서 2억원으로 늘린다.

이밖에 생활안정·임차보증금 반환 목적의 주담대 규제도 완화된다. 생활안정자금을 목적으로 한 주담대에 적용됐던 별도의 대출 한도(2억원)는 폐지하고, 기존 LTV나 총부채상환비율(DTI) 틀 내에서 관리한다. 다만, 이같은 조치는 앞서 언급한 LTV 규제 완화와는 달리 내년 초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또, 투기·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15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에 대한 주담대도 허용된다. 이에 더해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의 주담대도 허용하기로 했다.

이밖에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 세제지원 강화 △기존 보금자리론을 확대한 특례보금자리론 운영 등의 추가 정책도 발표,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를 돕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디자인. 김민영 기자.
디자인. 김민영 기자.

규제‧ 진짜 문제는 ‘연 8%’ 육박한 금리

하지만, 업계 내부에서는 규제의 완화보다 더 시급한 문제로 이미 7%대를 넘어선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언급하고 있다.

대출 규제를 완화해 거래를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잇단 금리 인상으로 이미 이자 부담이 커질 대로 커진 상황에서 이를 감수하면서까지 대출을 받을 차주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지난 4일 기준 변동금리 주담대는 연 5.160∼7.646%, 고정금리는 연 5.350%∼7.374% 수준에 형성돼있다. 유례없는 연 7%대 주담대 금리에 이자 부담 역시 가중될 수밖에 없다.

그런 까닭에 업계 내부에서는 오히려 정부가 대출 규제 완화 정책을 펼치기보다는, 보다 근본적이면서도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한다.

일단, 금융업계 내부에서는 실질적 효과를 담보할 수 있는 최우선 방안으로 금리를 낮춰 차주들의 상환 부담을 낮춰주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당장 오는 16일 주담대 금리의 지표금리인 코픽스(COFIX)가 발표되면, 변동금리 상품의 금리 인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일각에서 제기해온 ‘연내 주담대 금리 연 8%대 진입’도 예상보다 좀 더 앞당겨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이러한 이자 부담에 대한 차주들의 고민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신규 고정금리 주담대 및 금리상한형 주담대 가입자 추이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기본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변동금리 선호 현상이 두드러졌지만, 최근 들어 금리 변동 폭이 적은 고정금리 선호 현상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지난 10월 기준, 국내 시중은행에서 취급된 신규 주담대 가운데 변동금리 비중은 70% 수준이다. 이는 금리경쟁력 측면에서 고정금리가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되는데 실제로 지난 11일 기준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담대 고정금리(은행채 5년물 연동)는 연 5.3%~7.273% 수준이다.

이는 연 5.18%~7.711% 수준인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보다 0.438%p(상단 기준) 낮은 수치다.

금리상한형 주담대 가입 추세도 가팔라지고 있다. 금리상한형 주담대는 연간 0.45%p~0.75%p로 금리 상한폭이 제한돼있어 기준금리 인상기에 유리한 상품으로 분류된다.

지난달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내 신규 금리상한형 주담대 공급 규모는 약 570억원(259건) 수준이다. 이는 전월(187건·387억원) 대비 약 47% 증가한 수치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최근 주택 시세와 금리수준을 감안하면 연 7000만~8000만원의 고소득 차주들도 연봉의 절반 수준을 원리금 상환에 써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이번 규제 완화가 실질적인 대출 수요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제3차 부동산 관계장관회의' 시작에 앞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과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제3차 부동산 관계장관회의' 시작에 앞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과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실효성 있는 대책 담보돼야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대출 완화 조치가 정부와 금융당국이 기대하는 실질적인 매수심리 회복 나아가 내 집 마련 기회 복원이라는 결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가 우려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 우려는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겠지만, 현재 금융시장 상황 그리고 이번 규제 완화와 충돌하는 또 다른 규제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부분은 대출 한도의 한계다. 고금리 속에도 대출을 받고자 하는 대출 차주의 입장에서는, 현재 은행권에 적용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가 또 다른 장벽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DSR이란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의 소득 대비 전체 금융부채의 원리금 상환액 비율을 의미한다. LTV가 완화돼도, DSR이 기존 40%로 고정된 이상 사실상의 혜택은 연봉이 높은 고소득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WM사업부 부동산 수석위원은 “수요자들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더욱 적극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여전히 개인별 DSR규제가 남아있기 때문에 이번 규제 완화에도 실질적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같은 문제에 대해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도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복원하는 것이 이번 정책의 근본적 목적”이라며 “추가 조치가 필요할 경우, 준비된 단계별 대응계획에 따라 적기에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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