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미숙 논설위원, 동의대 융합부품소재 핵심연구지원센터 부소장

원미숙 논설위원
원미숙 논설위원

지난 3월 ‘20대 대통령선거 후보 과학기술 공약 분석 및 평가’ 에 대한 글을 한 월간지에 기고했던 적이 있다. 후보 시절이었던 올 2월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개최된, 대통령 후보 초청 과학기술정책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과학기술 기반의 국정 운영으로 초일류 혁신국가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였다.

당선 이후에도 초 저성장 위기의 한국경제 성장을 위하여 첨단과학기술 지원으로 과학기술 선도국가로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밝혔으며 저출산 문제 해결, 경호체계 및 방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과학적 접근을 언급했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6월에 발표한 ‘윤석열 정부가 드리는 20개 과제’에서는 과학기술 분야 핵심 국정과제로 국가과학기술 시스템 전문 재설계를 천명하였다. 민간 중심의 정책 대전환을 통하여 글로벌 과학기술 5대 강국으로 도약하고, 경제대국·강한 안보·행복국가를 달성하겠다고 하였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초격차 전략기술의 집중적 육성과 모방과 추격을 넘어서는 ‘세계 최초’를 만들어내는 과학기술 초강국으로 발전해 나가겠다는 목표이다. 또한,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점유율 5위권 내 진입과 세계 3위권 내 인공지능 국가로 자리매김(~2027년) 및 대한민국의 우주개발 영역 확대로 세계 7대 우주강국으로 도약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같은 달, 새 정부 국정과제를 반영한 ‘제5차 과학기술 기본계획(2023~2027)’을 수립하기 위하여 개최된 ‘새 정부 과학기술 정책 방향 간담회’에서,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110개 중 과학기술과 관련된 국정과제가 총 29개로, 과학기술의 역할 확대에 대한 요구와 함께 전폭적인 지원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과학기술계의 간절한 바람과 같은 맥락이다. 선거 당시, 유권자가 적은 데다 특유의 소극성 등으로 인하여 늘 과소평가되어 왔던 과학기술계에서는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는 긍정적인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5개월이 지난 요즈음 국정 운영에서 과학기술이 실종되었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공정과 상식에 기반하여 과학기술 중심의 국가 미래를 만들어 가겠다던 정부는 내각 인선에서부터 과학기술 중심 기조는 없었다. 과학기술 5단체는 과학기술 정책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수석비서관을 설치해 달라고 끊임없이 요구해왔으나 이러한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나마 과학기술비서관을 대통령실 조직에 두기는 했으나 조직도에서조차 경제수석 하위 조직의 맨 아래쪽에서 찾아볼 수 있어 과학기술 홀대에 무게를 더함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대선 당시 러닝메이트이자 과학기술 대통령의 기치를 내세웠던 안철수 후보와의 협력 정치로 과학기술정책을 수용하고 시행할 것이라는 기대도 사라졌다. 최근 발표한 정부조직 개편안에는 경남 사천에 설립하겠다고 공약했던 항공우주청도 빠져 있어 과학기술계의 염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정부의 과학기술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던 회의가 개최되었다. 10월 27일 생방송으로 진행된 ‘제11차 비상경제 민생회의’에서 대통령은 이 회의를 ‘수출드라이브 회의’로 칭하며 경제 활성화를 위하여 반도체,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4대 산업 수출에서 2차 전지,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로 수출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그리고 후보 시절부터 과학기술정책 비전을 말해 왔음을 상기하면서 국가 전략기술에 대해서는 정부가 강력하게 지원하고 리더십을 가질 때 가능하다는 생각을 밝혔다. 과학기술 정책 자문회의를 중심으로 아주 체계적이고 일관되고, 정치와 과학이 확연하게 분리되는 국가의 미래 산업 전략으로 세워나가겠다고도 하였다.

다음 날인 10월 28일에는 대통령이 의장으로 참석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가 열렸다. 연구자와 개발자, 기업 현장의 전문가, 과학기술 행정가로 구성된 민관 합동위원회로 자문 수준을 넘어 과학기술 정책 리더십이 강화하겠다던 대통령의 과학기술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의지를 적게나마 확인할 수 있었다. 향후 과학기술 기반 국정운영에 대한 기대감을 유지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제2의 반도체 산업이라 할 수 있는 2차전지 산업 분야에서 한국은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으며,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개발 투자로 바이오 등 여러 분야의 국산화가 진행되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지금까지 수출의 선도 주력산업이었던 반도체, 철강, 석유산업, 자동차 산업을 대체할 수 있는 유망 신산업들로 꼽힌다.

고물가, 저금리, 고환율 및 미․중 등 구조적 문제 등으로 한국은 복합적 경제위기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하여 민관의 협력으로 2차 전지 관련 기술과 같은 유망 신산업의 전략기술 확보에 의한 수출 동력 활성화와 수출 영역 확대에 노력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과학기술이 있다.

취임 후 5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니 성과에 대한 기대는 너무 성급한가? 말로만 하는 과학기술 기반의 국정 운영은 지양하여야 한다, 기술패권 시대에 국가전략기술의 확보에는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리더십이 필요하다. 세계적 과학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정확하고 합리적인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 제대로 실천함으로써 작금의 경제위기를 돌파할 수 있으며, 나아가 경제대국·강한 안보·행복국가로 한 걸음 더 가까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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