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순환·공동부유 강조한 ‘경제 보고’

        김용호 논설위원, 윤보선민주주의연구원 원장

김용호 논설위원
김용호 논설위원

이번 20차 중국 공산당 대회의 '경제 보고'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쌍순환”과 “공동부유”이다. 쌍순환은 국내 시장이라는 내순환과 국제 시장이라는 외순환을 의미한다. 국내순환은 민간 소비 확대, 수입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독자적 국내 공급망 구축을 목표로 한다. 한편 국제순환은 향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첨단·고부가 가치 상품의 수출 확대, 내수시장을 위한 수입 증대를 목표로 한다. 이러한 경제 전략은 미국과의 무역 분쟁, 코로나 19로 인한 글로벌 경제 침체 등 대외 불확실성에 대응하여 내수 확대를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려는 것이다. 결국 쌍순환 전략은 대외적으로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내수 위주의 자립경제 구축에 방점이 놓여 있다.

특히 쌍순환 전략은 2035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를 통해 중국의 경제력, 과학기술력 등을 강화하여 1인당 GDP를 약 2만5000달러까지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즉 중진국 함정(middle-income trap)에 빠지지 않고 중국 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달성하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앞으로 국가 주도 경제체제를 강화할 것이므로 우리나라와 경제적 마찰과 갈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IT 산업 관련 중국 정부의 규제가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이런 현상은 인터넷 플랫폼 시장의 폐쇄성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또 중국 정부는 첨단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여 반도체, 배터리 등 한국 기업의 기술력을 능가하려고 시도할 것이다. 우리 기업이 중국의 추격에서 벗어나려면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한편 시진핑의 최대 경제 어젠다인 “공동부유”는 이번 당 대회에서도 강조되었다. 공동부유는 경제발전의 수혜를 전 국민이 공유하자는 것으로, 소득 격차 해소가 주요 목표이다. 이는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을 추진하면서 제창한 선부론(先富論·일부가 먼저 부유해진 뒤 이를 확산한다)을 버리고 소득 재분배에 방점을 둔 정책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 중국 정부는 저장(浙江)성을 공동부유 시범 지역으로 지정하여 2025년까지 공동부유 사회를 이루기 위한 소득 재분배 정책 등을 시범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앞으로 공동부유를 실현하기 위해 세제 개혁, 반독점 규제 등 사회 전반에 걸친 개혁이 필요하다. 예컨대 세제 개혁으로 직접세 비중을 늘리고, 부유층 대상 세금 항목을 늘리고, 자발적 기부에 기반한 분배 활성화가 필요하다. 또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는 반독점 규제 확대와 민생과 연관된 부동산과 교육개혁이 수반되어야 한다. 과연 이러한 정책이 성과를 낼 것인가? 이 정책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등 단기적으로 어려움이 있지만 성공한다면 중산층이 확대되고 사회불안 요인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최근 코로나로 인한 주요 도시 봉쇄, 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인해 중국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어서 성장보다 분배에 역점을 두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중국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을 5.5%로 잡았으나 IMF는 3.2%, 세계은행은 2.8%로 예상하는바, 절반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제가 어려워지면 대중 경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경제난을 겪게 된다. 최근 대중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무역 적자가 6개월째 계속되고 있어서 걱정이 크다. 우리 정부나 기업이 시진핑 정부의 경제 정책에 적절히 대응해야 오늘날의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더구나 시진핑 3기의 정치국원 25명 중에서 경제전문가가 1명밖에 없고, 시장경제를 강조하는 리커창, 유허(劉鶴) 왕양(汪洋) 등이 모두 요직에서 물러났다. 당 대회 직후 이러한 경제 지도부 인선을 본 외국 자본이 중국의 해외 자금 유입 통로인 홍콩 시장에서 빠져나가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런 사건에서 보는 것처럼 중국의 변화에 따라 국제 자본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함으로써 우리 기업이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시진핑 3기 체제에서 중국경제에 대한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번 당 대회에서 나온 시진핑의 외교 노선에서 가장 주목할 것은 대만 통일에 대한 강한 의지이다. 대만이 독립을 선언하거나 외부 세력의 대만 독립 개입이 분명해진다면 헌법에 명시한 대로 “비평화적 수단”을 사용할 것을 분명히 했다. 그런데 많은 전문가들은 시진핑이 장기집권의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만 통일에 집착할 것으로 전망한다. 또 시진핑이 홍콩 문제를 다루는 것을 볼 때, 덩샤오핑 시기의 ‘일국양제론(一國兩制論)’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특히 미중 갈등이 대만 주변에서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만약 이런 사태가 발생하여 주한미군이 대만 문제에 개입하면 우리나라 안보에 공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양안관계에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다. 즉 대만 문제가 한반도 문제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대만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편 이번 당 대회에서 발표된 중국 대외정책의 기조를 보면 미중 전략적 경쟁에 있어서 중국이 힘의 한계 때문에 선제적으로 현상 타파를 시도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국의 약한 고리를 찾아 미국의 대중전력을 무디게 하는 한편 글로벌 거버넌스 개혁과 다자주의 등 중국에 유리한 제도를 구축하려고 시도할 것으로 본다. 또 주변국과 개발도상국을 회유하거나 설득함으로써 미국의 압박에 대응하려 하겠지만, 주변국들이 대미 편승을 분명히 선택하거나 중국과 거리 두기를 구체화한다면 명시적 또는 묵시적 보복을 통해 국면 전환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소위 중국의 전랑외교(戰狼外交, Wolf Warrior Diplomacy)가 기승을 부리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사드 문제로 이미 중국의 이러한 보복을 경험한 바 있다. 따라서 우리 외교는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편 중국이 사회주의 노선을 강조함으로써 북중관계에 있어서 기존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이 북한을 가까이할수록 한중 협력의 공간은 좁아지게 된다. 그리고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될수록 중국에게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므로 한미와 협력할 가능성은 줄어든다. 따라서 중국의 협력을 얻어 북한의 핵실험이나 군사적 도발을 억지할 길은 더욱 난망해지게 되었다. 우리 정부는 이러한 지정학적 변화에 미리 대비해야 할 것이다. 한미동맹의 강화, 한미일의 협력 확대, 한일관계 개선, 다른 자유민주국가의 지원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수교 30년의 한중관계에 먹구름이 가득 몰려오고 있다. 시진핑 집권 3기 체제의 등장은 덩샤오핑 시대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덩샤오핑 시대에 중국은 개혁개방을 위해 대외적으로 몸을 낮췄다. 어둠 속에서 조용히 힘을 기른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의 자세였다. 그러나 시진핑은 그런 시대가 지나가고, 중국이 대국으로 뻗어 나가는[大國崛起] 시대가 도래한 것으로 판단한다. 미국이 쇠퇴하고 중국이 뻗는 “100년에 없을 대변국[百年未有之大變局]” 시기를 맞았다고 주장한다. 미중 갈등은 중국이 강대국으로 가는 길에 겪어야 하는 산고(産苦)로 생각한다. 이러한 배경 아래 시진핑 3기 집권체제가 등장하였다.

시진핑 이전 중국에는 두 개의 30년이 있었다. 마오쩌둥의 사회주의 건국시대와 덩샤오핑의 개방개혁을 통한 부국시대(장쩌민과 후진타오 포함)이다. 시진핑이 말하는 ”신시대“는 마오와 덩을 잇는 세 번째 30년으로 가는 사회주의 강국 건설이다. 시진핑은 지난 10년에 이어 앞으로 10년을 더 통치한 후, 그다음 10년은 수렴청정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시진핑 시대는 앞선 두 개의 30년과 달리 우리에게 심각한 도전이다. 우리는 마오쩌둥 시대에 중국 인민이 대륙에 꽁꽁 묶여 있었기 때문에 산업화시기에 중국과 경쟁할 필요가 없어서 행운을 잡았다. 덩샤오핑 시대에 우리는 중국과 수교한 후 경제협력을 강화하면서 엄청난 이득을 보았다.

이제 덩사오핑 시대가 종료됨으로써 한중관계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중국이 어디로 가는지 눈을 부릅뜨고 살펴보아야 한다. 우리가 중국의 변화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응하느냐에 따라 나라의 장래가 크게 달라진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 중국의 변화를 정확하게 읽어내고 효과적인 대응방안을 개발해 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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