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민족의 이념 강화한 ‘정치보고’

김용호 논설위원
김용호 논설위원

김용호 논설위원, 윤보선민주주의연구원 원장

 

지난 10월 16일부터 22일까지 개최된 중국 공산당 20차 당 대회에서 시진핑(習近平)의 집권 3기가 공식화되었다. 시진핑이 중국 공산당 총서기에 다시 선출됨으로써 10년마다 최고지도자가 바뀌는 관례는 깨졌다. 그런데 많은 전문가들이 3연임이 끝나는 2027년을 넘어서는 시진핑 개인독재를 예상하고 있다. 이제 덩샤오핑(鄧小平)이 개방 개혁에 못지않게 공을 들였던 집단지도체제는 거의 붕괴되고 마오쩌둥(毛澤東)시대와 비슷한 1인 독재 체제가 등장하였다. 사실 시진핑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노선보다 마오쩌둥의 사회주의 노선을 중시한다. 시진핑이 내세운 ‘공동부유(共同富裕)’가 이를 말해준다. 중국의 이러한 변화는 우리에게 해가 될 것인가, 득이 될 것인가?

최근 미국의 일부 언론은 시진핑의 3연임이 미국에게 축복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진핑의 강한 정치적 억압과 경제 통제가 중국의 경제사회 발전을 가로막을 것이므로 고도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정치사회적 불안이 커져서 결국 중국이 미국의 패권적 지위를 넘볼 수 없을 것이라고 한다. 과연 그럴까? 미국 언론의 주장은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에 불과할 수 있다. 특히 개인주의, 개인의 해방과 자유, 평등한 인간관계가 정치경제사회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자유주의적 시각에서 나온 것이다.

가족주의, 집단주의, 수직적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유교정치문화에서는 중국의 인민들이 "나라와 인민을 사랑하는 선한 독재자" 시진핑과 그의 노선을 열렬히 추종하여 미국을 능가하는 초강대국 중국을 만들 수도 있다. 중국 인민들이 시진핑 리더십 아래 지금까지 고도성장이 낳은 폐해를 일사불란하게 해결하고 재도약을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미국의 안일한 판단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미중이라는 2개의 강대국을 상대해야 하는 한국은 중진국 입장에서 독자적 노선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진핑 3연임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이제 중국 공산당 20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총서기의 ‘업무보고’에 나타난 중국의 변화를 정치, 경제, 외교를 중심으로 분석해보자.

시진핑은 집권 3기를 시작하면서 “중국식 현대화”를 통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국가 목표로 제시하였다. 이번 당 대회에서 “중국식 현대화(인구대국 현대화, 공동부유,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의 조화, 인간과 자연의 공생, 평화 발전 등)”라는 새로운 화두가 등장하였다. 이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첫째, 시진핑은 덩샤오핑이 추구한 개혁개방 노선, 즉 서구식 현대화의 길과 결별을 선언한 것이다. 덩샤오핑이 시장경제의 효율을 중시했다면 시진핑은 국가 주도로 시장 경제의 모순을 해결하려는 것이다. 시진핑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노선이 더 이상 중국의 모순을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덩샤오핑 시대의 모순은 생산력이 낙후해 인민의 물질적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한 것이었다.

그러나 세계의 공장으로 변한 지금의 중국은 모순이 달라졌다는 인식이다. 인민은 이제 아름다운 생활을 바라지만 그게 충분히 보장되지 않고 있는 것이 모순이라고 본다. 따라서 모순이 달라졌기 때문에 해법도 달라져야 한다. 그래서 개혁개방 대신 중국식 현대화를 제창하고 있다. 앞으로 시진핑은 자신의 노선을 정당화하기 위해 서방과 체제나 이념 대결을 강화할 것으로 본다.

둘째, 중국식 현대화의 최종 목표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므로 중화중심주의가 더욱 강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10월 23일, 신임 상무위원 7인의 기자회견에서 시진핑은 “중국의 발전 없이 인류의 발전은 없다”고 선언하였는바,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시진핑 체제는 민족주의, 부국강병, 애국주의, 중화주의를 더욱 강조할 것으로 본다. 이렇게 보편성이 결여된 자민족 중심주의에 바탕을 둔 시진핑 사상을 다른 나라가 추종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이번 당 대회 정치보고에서 시진핑은 “당의 전면적 영도, 특히 중앙 집중· 통일 영도”를 강조하였다. 올해 초부터 중국 공산당은 “(시 주석이 집권한) 18차 당 대회 이래로 당과 국가의 사업이 역사적 성취를 이뤄낸 근본 원인이 당 중앙의 권위와 집중·통일 영도를 흔들림 없이 견지했기 때문”이라며, “사상, 정치, 행동 측면에서 시종 시진핑 동지를 중심으로 한 당 중앙과 고도의 일치를 유지하는 가운데 20차 당 대회의 승리적 개최를 이뤄내야 한다“고 홍보하였다.

당의 전면적 영도는 정치적 수사(修辭)에 불과하고, 실제는 시진핑의 개인 권력 강화를 의미한다. 이번 당 대회 직후 발표된 중국 최고지도부인 상무위 신임 인사를 보면 ”시진핑 1인천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6명의 상무위원 모두 시진핑 충성파로 채워지고, 리커창(李克强) 총리, 후춘화(胡春華) 정치국원 등 공청단(중국공산주의청년단) 출신을 비롯하여 잠재적인 견제세력들은 전부 실각하였다.

중국의 이러한 정치적 변화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나? 중국 권위주의 체제의 경성화로 인해 정치적 소통이나 민간 교류협력이 더욱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최근 코로나 창궐 속에 시진핑 독재가 심해짐에 따라 벌써 한국인의 중국 방문이나 중국 내 활동에 제약이 많아지고 있다. 그리고 중국 정부는 거의 모든 정책 결정에 있어서 시진핑에게 의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의 생각이나 행보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커지게 될 것이다. 이미 이러한 징조는 사드 문제에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당시 필자가 사드 관련 중국학자나 관리들의 오해를 풀기 위해 노력했으나 최종 반응은 당 중앙(시진핑을 의미하는 것으로 판단함)에서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변경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우리나라 외교에서 시진핑 채널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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