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키워드 전면에 내건 이재용 회장

ESG 경영 개선, 환경 경영 취약성 개선 여부 주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 구혜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 구혜정 기자

[데일리임팩트 이승균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시대가 열리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비재무 경영(ESG) 등 삼성전자의 지속가능경영에 관심이 쏠린다.

이재용 회장이 승진과 함께 삼성의 CSR 사업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로 '동행'을 내세운 만큼 안정에 방점을 찍고 그간 추진해온 상생 경영, 사회공헌을 강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27일 이사회를 열고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의결했다. 이사회는 대외 여건 악화 속에서 책임경영 강화와 경영 안정성 제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 회장의 승진은 이건희 회장이 2020년 10월 별세한 지 2년만의 일이다. 공식적으로 회장에 오른 만큼 이병철 창업주의 사업보국 이념, 이건희 회장의 사회공헌 하지 않으면 망한다는 '사회 공헌론'을 계승해 지속가능경영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재용 회장의 승진과 함께 삼성 그룹은 삼성전자의 CSR 사업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동행'이라고 발표했다. 사회와의 동행은 이재용 회장이 2019년 삼성전자 창립 50주년을 맞아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이기도 하다.

당시 이 회장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 삼성이 선도자 입장으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기 위해서는 협력업체 그리고 산업의 전반을 이루는 기초과학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함께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 부문장)이 CES 2022 기조연설에서 ''지속 가능한 일상(Everyday Sustainability)"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 부문장)이 CES 2022 기조연설에서 ''지속 가능한 일상(Everyday Sustainability)"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ESG보다 CSR · 지속가능경영

이재용 회장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ESG 경영 보다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특히 지속가능경영에 집중하고 있다. 기업의 주요 이해관계자 중 투자자와의 관계에 있어 강한 연결 고리를 갖고 있는 ESG에 대해서는 메시지를 아끼고 있다.

SK나 LG그룹이 별도의 ESG 경영 정보를 제공하는 공간을 마련하거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ESG 보고서로 변경해서 발간하는 등 방식으로 대외적으로 ESG 경영을 강조해 온 모습과 차별화된다.

실제 삼성전자는 실적 발표 과정에서도 ESG보다는 지속가능경영이라는 용어를 반복해 사용하는 경향이 강하다. 주요 기업 대부분이 ESG 컨트롤 타워 역할을 이사회 명칭을 ESG위원회로 두고 있으나 삼성전자는 지속가능경영위원회로 두고 있다. 지난 9월 선포한 신환경경영전략 선언도 지속가능경영의 일환으로 추진했다.

ESG 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동행'을 중심으로 기업의 책무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ESG 보다는 지속가능경영이라는 용어가 더 적합하리라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글로벌 기업 시민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핵심 경영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다. 기업시민은 시민사회가 기업에 책무성을 부여하기 위해 만든 표현으로 사회의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용어다.

이와 같이 삼성전자가 경제적, 법적, 윤리적, 자선적 책임을 강조하는 이유는 지배력 강화를 비롯한 미완의 과제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이재용 회장은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그룹 지배구조에 대한 지배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이 직접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은 1.63%에 불과하다.

더욱이 국회에 머물러 있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하면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5.51%는 강제로 매각해야 한다. 삼성물산에서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이 회장의 지배력은 더욱 약화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ESG 업계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이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준법성과 책무성을 강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가 지난 9월 2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에서 ‘Everyday Sustainability’ 전시를 통해 친환경 경영 활동을 홍보하고 있다. 제공 :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지난 9월 2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에서 ‘Everyday Sustainability’ 전시를 통해 친환경 경영 활동을 홍보하고 있다. 제공 :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ESG 경영 취약성 극복하나

이재용 회장이 지속가능경영 추진 과정에서 안정에 방점을 찍고 속도 조절을 하면서 비교적 취약한 영역으로 분류되는 환경 경영을 개선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9월 新 환경경영 비전을 수립하고 7조원 규모 환경 투자 계획을 발표했음에도 환경 경영이 취약하다는 지적은 이어지고 있다. 목표 설정 연도를 동종 업계와 비교해 지나치게 뒤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사용 전력을 전부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로 했으나 애플은 2030년까지 탄소중립, 구글은 2030년까지 넷제로 달성, Dell은 2030년까지 직접배출 50% 감축, HP는 2040년까지 넷제로 달성 계획을 수립하는 등 최소 10년에서 20년 앞선 연도를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또, 삼성전자는 공급망에 포함된 기타 간접배출량(스코프3)와 관련해서는 세부 목표를 수립하지 않고 있다. 전체 사용 전력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도 1% 미만에 불과해 타 기업과 비교해 저조한 실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이 환경경영과 관련해서 타 기업과 비교해 선도적인 목표를 설정하지 않는다면 지속해서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RE100(재생에너지로 100% 전환)이나 탄소중립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고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환경 투자 규모가 0.5% 미만이기 때문에 경쟁사를 뛰어 넘는 환경 성과를 내긴 어려워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구체적인 환경 경영 목표가 없다는 지적과 관련해 데일리임팩트에 "현재 내부적으로 기타 간접 온실가스 배출(스코프3) 등 공시 강화를 위한 내부 작업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