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화 논설위원, 성균관대 핀테크융합전공 교수

임병화 논설위원
임병화 논설위원

지난 9월 15일, 두 번째로 규모가 큰 가상자산인 이더리움이 역사적인 변화를 맞이하였다. 이더리움의 합의 방식이 ‘작업증명(proof of work, PoW)’에서 ‘지분증명(proof of stake, PoS)’으로 변경된 것이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의 거래는 일정 규모의 거래를 묶어 블록으로 형성한 뒤 네트워크 참여자들이 합의(consensus)를 하면 확정된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의 작업증명 방식 합의에 참여하는 네트워크 참여자를 채굴자(miner)라고 하는데, 합의 과정에서는 엄청난 컴퓨터 연산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더리움 2.0’ 또는 ‘더 머지(The Merge)’라고 불리는 이번 업그레이드를 통해 이더리움 합의 방식이 컴퓨터 연산을 요구하지 않는 지분증명 방식으로 완전히 전환되었다.

작업증명의 경우 특정 조건을 충족하는 숫자를 먼저 찾는 채굴자가 새로운 블록 형성에 따른 보상을 모두 가져간다. 이 과정은 컴퓨터 연산 능력에 의존하기 때문에 컴퓨팅 파워에 대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그래서 채굴을 위한 특수 제작 컴퓨터를 사용하는 전문기업들 간의 경쟁이 펼쳐진 지 오래되었고, 이에 따라 채굴을 위한 전력 소비량이 꾸준히 증가하였다. 2020년 한 해 동안 비트코인 채굴에 소요된 연간 전력 소비량은 오스트리아나 베네수엘라의 연간 전력소비량을 넘어서기도 하였다. 여기에 채굴용 전력 확보를 위한 에너지의 친환경 이슈까지 더해져 사회적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반면, 지분증명은 컴퓨팅 파워 경쟁 없이 블록이 형성될 때마다 합의 참여자들의 예치 금액에 의해 블록 형성자를 무작위로 선정한다. 지분증명 합의 참여자를 채굴자가 아닌 검증자(validator)라고 부르는데 검증자의 예치 금액이 높을수록 블록 생성자로 선택될 확률이 올라간다. 블록 생성자는 블록에 담을 거래를 결정하고 블록 생성 보상과 수수료를 받고, 다른 검증자들은 블록에 담긴 거래를 검증하게 된다. 작업증명에 비해 합의 과정에 필요한 전력량이 99%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더리움 재단은 이번 업그레이드 훨씬 이전부터 지분증명으로의 전환을 예고하였다. 최초 로드맵에서는 2020년까지 지분증명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사실상 2020년 12월에 준비작업이 시작되었다. 지분증명 방식의 합의 알고리즘으로 운영되는 이더리움 블록체인 비콘체인(Beacon chain)은 2020년 12월에 최초 블록이 시작되었고, 약 2년의 시행착오 끝에 이더리움 메인넷과 합쳐지게 된 것이다.

이번 이더리움 업그레이드는 이더리움 생태계를 넘어 가상자산 시장에 몇 가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제일 먼저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했다는 점이다. 테라-루나 사태는 이더리움 2.0에 선제 대응하던 투자자들의 자금을 관리하던 업체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가상자산 시장 투자자 이탈이 가속화되었다. 여기에는 이더리움 업그레이드에 대한 불신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러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었다.

두 번째로는 디파이(DeFi)를 비롯한 디앱(dApp)과 대체불가토큰(NFT) 생태계의 본격 경쟁이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이더리움 기반의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비싼 수수료를 지불해야 했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이오스, 테조스, 솔라나 등 지분증명 방식 기반 스마트 계약이 가능한 여러 블록체인이 등장하였다. 그러나 이더리움은 향후 1초에 10만 건의 거래를 낮은 수수료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업그레이드를 계획하고 있다. 이러한 이더리움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존 지분증명 기반 블록체인들의 차별화 전략이 필수적이고, 이를 통해 새로운 혁신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비트코인의 위상 변화이다. 비트코인은 전체 발행량이 2100만 개로 한정되어 있어 디지털 금이라고도 불리고 있다. 그러나 이번 이더리움 업그레이드로 이더리움 발행 코인이 10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하면서 이더리움의 희소성이 크게 높아졌다. 이더리움의 가치저장 기능이 더욱 확대되면서 비트코인 수요를 감소시킬 가능성이 있다.

미국발 금리 인상 여파로 여전히 가상자산 시장은 침체돼 있지만 가상자산 시장은 또 한 번의 발전을 거듭하였다. 더욱이 이더리움 업그레이드 이후 한 달 이상 지나면서 기술적인 의구심은 어느 정도 해소된 상황이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이더리움 기반 킬러앱(killer app) 등장은 정말 시간문제로 보인다. 이제는 이더리움 2.0 이후를 준비해야 할 때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