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선 논설위원, 기업&경제연구소장, 연세대 경영대 사회협력교수

이주선 논설위원
이주선 논설위원

1987년 우리나라는 명실상부하게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되었다. 1인당 국민소득은 그 이후 민주정부를 거치면서 1만, 2만, 3만 달러를 넘어 2021년 3만5000 달러 이상이 되었다. 이는 선진국 도약의 근저에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체제가 있음을 명백히 보여준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정치는 국민들에게 큰 걱정거리이다. 걱정의 핵심은 ‘과연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 여야 정치지도자들이 정치적 컨센서스와 국가적 당면과제 해결에 효율적이면서 효과적인가?’ 하는 것이다.

우리는 21세기 이후에만 각각 세 번의 보수 표방 정권과 두 번의 진보 표방 정권을 출범시켰다. 그런데 이 기간에 독직과 권력남용 혐의로 1명의 진보 표방 대통령이 수사 중 자살했고, 2명의 보수 표방 대통령이 감옥에 갇혔다.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 있었고, 다 말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비타협적·폭력적 정쟁을 국민들이 생생하게 목격해 왔다. 지금도 대통령과 야당 대표를 포함한 주요 정치지도자들의 불필요한 언사와 행동이 국정의 중차대한 과제에 대한 제대로 된 토론과 해결을 사실상 봉쇄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복점적 정당구조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 번영하는 오늘의 대한민국에서 발생하고 있을까? 한국 정치를 시장경쟁 관점에서 보면 두 경쟁자가 경쟁하는 복점(複占, duopoly) 구조이다. 즉, 지금 정치시장에서 경쟁하는 정당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뿐이다. 여타 정당들이 있으나 영향은 미미하다.

대개 정치시장의 경쟁은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 및 국회 입법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결국 선거와 입법 과정에 복점적 정당구조가 미치는 영향이 정치적 결과를 결정한다.

선거에서의 경쟁은 각 정당이 공천을 통해서 후보를 결정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어서 각 정당 후보들이 대통령, 국회의원 선거에서 경쟁하여 다수 득표자가 되면 승리한다. 문제는 이 시스템에서 승패 결정이 유권자인 국민들의 최종 투표가 아니라, 그 이전에 정당의 후보 공천에서 사실상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이나 더불어민주당의 후보가 되지 않고서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 증거이다.

당연히 정치인들이 당선하려면 정당의 후보가 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민주화 이후에도 상당 기간 정당을 장악한 유력자들이 후보를 정하였다. 지금은 이를 상당히 탈피하였으나 유력자의 영향력이 여전하고, 보수든 진보든 극렬 지지층이 정당 공천과정을 장악하고 있다.

이 공천과정의 심각한 문제점은 공직 출마 후보자들이 일반 유권자들보다 이들 유력자들과 극렬 지지층, 선거자금의 ‘큰손’ 후원자들에게 편향된 의사 결정을 할 확실한 인센티브를 만든다는 점이다.

만일 출마를 원하는 정치인이 일반 유권자들이 선호하지만 극렬 지지층이 반대하는 정책이나 정치적 관점을 지지하면 그는 본선 진출도 못한 채 도태된다. 이게 오늘날 식견 높고, 신망 두터운 사람들조차 정치 입문 후 입에 담기 어려운 망언을 하거나 국민 의사에 반하는 일을 대놓고 하는 원인이다. 하물며 이 판에서 어떻게든 권력을 차지하려는 정치꾼들이 무엇을 할지는 뻔하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정치가 유익한 결실을 맺기는커녕, 자유와 번영을 심각하게 발목 잡을 개연성이 크다.

대표적 역사 사례는 조선이다. 건국 100년 후 양반이라는 정치시장 과점자들이 사화와 사색당쟁을 하다가 200년이 되자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으로 나라가 거의 초토화되었다. 그 이후에도 지대 추구적(rent-seeking) 세도정치로 가렴주구를 일삼다가 일본 식민지로 막을 내렸다.

    견강부회 논쟁하며 명분 싸움만 

둘째로 이 복점구조에서는 국회 입법 과정에서 타협으로 좋은 결과를 내기보다 상대방에 타격을 가하여 유리한 상황을 만드는 게 더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지지층 의사에 반하는 타협으로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상대방의 사소한 실수를 침소봉대하는 전략이 위험은 적고 과실은 크다.

공천을 좌우하는 유력자나 극렬 지지층은 상대방에 정치적 타격을 입히고 자신의 잘못은 견강부회하는 논쟁이나 극좌 또는 극우에 가까운 이데올로기적 슬로건과 정책 등 명분 싸움을 선호한다. ‘극장정치’가 훨씬 값이 싸고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들은 핵심 국가과제의 해결보다 말꼬리 붙잡기나 사소한 시빗거리 쟁점화에 열성을 보일 확률이 높다. 당연히 국정감사 과정도, 주요 사안의 입법도 다 이에 영향을 받는다.

많은 정치 분석가들이 정치의 이런 비효율성과 저열함을 정치인 개인 문제나, 정치집단의 비도덕성과 비전문성 문제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분석이다. 다 그렇지는 않지만, 주요 정치인들은 상당한 식견과 역량으로 발탁된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들이 상식 이하 발언이나 파렴치한이나 몰이배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 이 견해의 오류를 증명한다.

왜 그렇지 않던 사람이 정치인이 되면 이상해지는가? 이에 대한 답이 복점구조 아래 정치인의 인센티브와 전략에 대한 분석과 그 대응책 모색으로 가능할 것이다. 그러므로 정치의 비효율성과 역기능을 타파하려면 이것이 정치학과 경제학적 정치분석의 선결과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