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식 논설위원, 전 KBS해설위원실장

이동식 논설위원
이동식 논설위원

아무리 좋게 생각해보려고 해도 이것은 역시 장관의 직무유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BTS, 곧 방탄소년단의 병역문제 말이다. 최근 국회의 국정감사에서나 다른 자리에서 국방부 장관과 병무청장은 "병무 이행의 공정성과 형평성 차원에서 BTS의 군 복무가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국방부 측 입장에서는 나서서 혜택을 주겠다고 할 수가 없을 것이다. 한때는 여론조사까지 동원해가며 명분을 찾으려다가 그것도 여의치 않게 되자 국방부 쪽은 완전히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 여론이 절반 이상 호의적으로 나왔지만 반대하는 쪽도 있으니만큼 국방부로서는 자기들이 왜 그들에게만 혜택을 주느냐는 비난의 책임을 지기가 싫은 것이다. 문제는 문화체육관광부 쪽이다.

​K-팝이 세계를 뒤흔들면서 세계에 한국을 알리고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수많은 관광객들을 유치하는 데 한류 스타들의 공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기에 세계를 빛내고 있는 대중예술인. 영화인들도 스포츠 선수들이나 순수예술가들이 받는 배려를 받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가만히 보면 이것은 이들에게만 특혜를 주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직역과 형평에 맞는 대우를 해주어야 한다는 것인데도 올해 새 정부가 들어서고 문화정책을 이끌 장관이 새로 임명된 지 다섯 달이 지났지만 여기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내지 않고 있다.

그동안 장관이 한 일이라고는 취임 두 달 후 기자간담회에서 "병역 문제는 신성한 의무라는 점과 BTS가 전 세계적으로 한국 K컬처를 알리고 국가 브랜드를 압도적으로 높인 점, 기초예술 분야와 대중예술 사이의 형평성 문제 등 세 가지 요소로 접근해야 한다"며 "이런 의견을 병무청과 국회에 전달했다"고 남의 일처럼 말한 것이 전부이다.

박보균 장관이 맡은 부처는 ‘문화체육관광부’다. 문화 진흥을 주 목적으로 하는 정부 부처로서, 그것은 체육이나 관광에 우선한다고 봐야 한다. 체육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 진흥이 그만큼 국가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BTS가 대상이 되어서 그렇지 이 문제는 문화예술을 통해 세계에서 활동하는 모든 국민들에게 해당되는 중요한 문제인 만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 문제를 남의 일 보듯이 할 게 아니라 적어도 체육인이나 다른 순수예술인들이 받는 만큼은 해주도록 유도할 책임이 있다.

그렇지만 장관이 아무런 의견도 내지 않고 국방부나 병무청이 알아서 할 문제라는 식으로 대응을 하니 그쪽이 이런 반응을 보인 것이라 하겠다. 적어도 문화정책의 수장이라면, 이 문제가 국민적인 여론의 지지도 높은 편이고 하면, 적극적으로 의견을 집약해서 여론을 이끌고 국방부 쪽에도 그런 의견을 전달하거나. 아니면 비공식적으로라도 전달해서 국방부의 긍정적인 움직임을 이끌어 내야 하지 않는가?

​주무 부처의 장관은 이 문제에 관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 어찌 보면 민주당 쪽이 이 문제의 해결에 더 적극적인 것 같다. 어떻든 이런 식으로 가장 중요한 문화인들에 대한 올바른 대우문제를 외면하면 우리나라가 염원하는, 백범 김구 선생이 소망하던 ‘문화강국’의 실현이 가능할 수 있겠는가?

​이 문제는 장관이 체육관광문화부 장관이 아니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서의 역할을 되찾을 때에 풀릴 실마리가 생길 것이다. 현행 병역법은 국제예술경연대회 2위, 국내예술경연대회 1위 등으로 문화 창달과 국위 선양에 기여한 예술· 체육분야 특기자에 대해 군 복무 대신 34개월간 예술·체육요원으로 대체 복무하도록 하고 있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예술·체육 분야 특기를 가진 사람으로서 문화부 장관이 추천한 사람을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병역법 시행령에는 예술·체육 분야 특기로 ‘대중문화’는 포함되지 않아 국위 선양을 한 대중문화예술인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 왔다.

​앞서 국위를 선양한 대중문화예술인의 대체복무 전환과 관련, 국민 60% 이상이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어떤 정책이든 불만을 느끼는 쪽이 없을 수가 없지만 국민들 다수가 원하고 그것이 공정하고 형평에 맞는다면 장관으로서는 그 입장을 정해 국방부 쪽에 전하고 국회에도 병역법 시행령의 개정을 요청하면 될 일이다. 이미 국방부 장관은 "국회에서 병역법이 개정되면 그 결과를 존중하겠다"고 답했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야당 쪽도 입장이 나와 있다. 국회에는 BTS와 같은 대중예술인에게 병역 특례를 부여하는 내용의 병역법 개정안이 여러 건 계류돼 있다. 여당 쪽에서 나서면 국회 통과는 문제도 아니라고 본다.

​우리나라가 문화의 날을 정하고 시행한 지 올해가 50년이다. 매월 세 번째 토요일은 문화의 날이다. 지난 주말이 문화의 날이었다. 문화의 날이라고 문화부 장관이 유공자들에게 훈장과 포장을 전달하고 표창을 하는 것은 그것대로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장관이 문화인들의 사기를 진작하고 이들이 마음 놓고 활동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배려를 해주고 마당을 열어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동안 문화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 무엇 하나 눈에 띄는 정책을 내놓은 것을 듣고 본 기억이 없다. 이런 식이라면 부처 이름에서 문화를 떼어내고 나머지 이름의 장관을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뒤늦게 문화부는 현행 예술·체육요원 제도 존폐와 관계없이 BTS의 활동을 보장하는 병역특례제도 개선 방안을 이달 초에 대통령실에 보고했다고 한 매체가 보도했다. 그리고는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이달 중에 거치겠다고 했단다. 이런 과정도 왜 국민들에게 당당하게 알리지 않고 슬쩍 보고를 하는가?

'문화의 달'이라는 10월도 벌써 절반 이상이 지났다. 문화부가 준비하는 방안이 어떤 것이 되든 그것은 어느 특정 대상에게만 특혜를 주어 다시 논란을 자초하는 것이 아니고, 모든 문화예술 종사자들이 대상이 되고 일반 국민들도 수긍할 형평성을 찾아주는 방안이 되어야 할 것이다. 늦었다고 서두르자는 것은 아니고 기왕이면 제대로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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