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ESG 진영 세력 자금 유출에도 ESG 투자 정당성 설득

의결권 위임으로 ESG 투자 간접 지원..갈등 장기화 불가피

제공 : 블랙록

[데일리임팩트 이승균 기자] ESG 투자를 견인해 온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반(反) ESG 진영과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투자 포트폴리오 조정 대신 설득에 나서고 있어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블랙록은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투자 기업의 ESG 안건에 투표 비중을 축소하는 등 반 ESG 진영과의 마찰을 축소하기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으나 자금 이탈이 가시화되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UBS는 지난 11일 블랙록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Neutral )으로 변경했다. UBS의 애널리스트 브래넌 호퀸(Brennan Hawken)은 블랙록의 ESG 포지셔닝에 대한 압박을 투자 의견 조정 사유로 밝혔다.

실제 블랙록의 ESG 자금 유출은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각) 미국 루이지애나주 재무부는 7억9400만 달러 규모의 블랙록 투자 자금을 회수했다. 주 당국은 기금을 ESG로부터 보호한다는 명목을 내세웠다.

루이지애나주 외에도 사우스캐롤리이나주가 2억 달러, 아칸사스주 1억2500만달러,  유타주가 1억달러의 투자금 회수를 결정하거나 이미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발하는 반 ESG 진영, 의결권 위임이 갈등 촉발

반 ESG 진영은 블랙록의 ESG 투자가 재무적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주 기금의 신의성실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블랙록이 ESG 투자와 관련한 권한을 기관과 개인에 넘겨주려 하고있어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반 ESG 진영과의 갈등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블랙록은 현재 직접적으로 ESG 투자와 관련해 의결권 행사나 서한 방송을 통해 기업 경영에 관여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모양새다.

반 ESG 진영이 반발하자 블랙록은 올해 상반기 주주총회에서 환경과 사회 이슈 관련 주주제안 찬성 비율을 43%에서 24%까지 축소한 바 있다.

이에 블랙록은 직접 주주권 행사 보다는 수탁자 책임 원칙을 기반으로 투자자가 직접 환경과 사회 관련 투자 의사를 결정하는 우회적인 전략으로 ESG 투자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은 2022년 공개 서한을 통해 "근본적인 관점에서 모든 고객들에게 직접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선택권과 기회를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실제 블랙록은 2018년 이후 의결권 행사를 담당하는 스튜어드십 팀 규모를 두 배 이상 확장하며 주주총회 시즌뿐 아니라 상시적으로 기관과 개인 투자자가 의결권 행사할 수 있도록 우회 지원하고 있다.

이 밖에도 블랙록은 투자자가 개인화된 ETF를 구성할 수 있는 다이렉트 인덱싱 서비스 등 서비스 개발을 통해서도 ESG 투자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다이렉트 인덱싱 서비스는 개인화된 지수를 생성할 때 ESG를 고려할 수 있는 다양한 옵션을 추가하여 개인투자자의 ESG 투자 활성화를 돕는다"고 설명했다.

블랙록은 반 ESG 진영 설득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 7일 '에너지 투자 - 오해를 바로잡다' 페이지를 신설했다.

페이지를 통해 기후위기에 대한 블랙록의 투자 방식은 재정적인 결과를 이끌어내려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 블랙록은 에너지 기업을 보이콧 하지 않고 있으며 고객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하고 있다고도 했다. 정치, 사회적 목적으로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는 반 ESG 진영 세력에 공개 반박한 셈이다.

ESG 투자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블랙록이 ESG 투자 전면에 나서지 않고 수탁자의 지위로 의결권을 이양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기로 결정한 만큼 반 ESG 진영과의 갈등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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