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구 언론인, 바른사회운동연합 자문위원

이석구 언론인, 바른사회운동연합 자문위원
이석구 언론인, 바른사회운동연합 자문위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이하 호칭 생략)의 정치적 추락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욕망과 감정의 절제가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가를 가르쳐 주기 때문이다. 그의 행보는 인생에서 감정에 치우쳐 멈출 줄 모르면 그 결과가 어찌 되는지 잘 보여 준다.

이준석은 촉망받던 젊은 정치인이었다. 보수의 미래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와 말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 그가 야당이 아니라 자기 당과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자신을 당 대표로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불만이 그를 그렇게 만든 것 같다. 물론 그를 코너로 몰고 가 이런 사태를 초래한 윤석열 대통령이나 국민의힘 지도부 책임도 크다.

그는 대선 때부터 자신을 무시하는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을 집요하게 공격했다. 윤핵관이라는 악의적 프레임도 그가 만들었다. 당 대표가 대선 중 두 차례나 당무를 거부, 민주당을 기쁘게 만들었다. 대선 후에도 양측의 싸움은 멈추지 않았다. 결국 이는 당 대표 징계-->비대위 설치-->대표직 상실-->잇단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으로 이어졌다. 이준석은 1차 가처분 신청에 승소함으로써 국민의힘을 코너로 몰아넣기도 했다. 그러나 지루한 법정 싸움과 여론전으로 그는 국민의힘과 함께하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 그가 제기한 2~5차 가처분 신청도 기각됐다. 대통령과의 정면 대결로 정치적 재기 여부도 불투명하게 됐다.

이준석에게는 이 상황을 반전시킬 두 번의 기회가 있었다. 첫 번째 기회는 윤 대통령과 권성동 원내대표 간에 오간 ‘내부 총질하던 당대표’라는 문자 메시지가 노출됐을 때였다. 당시 이준석은 당 윤리위 징계로 대표에서 일시 물러나야 했으나 법적 투쟁은 자제하고 있었다. 그는 지방을 돌며 당원을 만나고, 당원을 모으는 등 불만을 우회적으로만 표시했다. 그는 윤 대통령을 직접 비판하지도 않았다. 여론은 그에게 우호적이었다.

그러나 7월 26일 문자메시지가 노출되자 더 이상 참지 못했다. 그는 이를 윤핵관 공격의 호기로 보고 당과 대통령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그는 여기서 멈춰야 했다.

‘내부 총질’이라는 문자 노출은 그의 징계에 윤 대통령의 뜻이 담겼다는 증명이 됐다. 당무에 간여하지 않는다던 대통령의 모양새가 우습게 됐다. 그런데도 이준석이 이를 웃어넘기고 참았다면 여론은 그의 편이 됐을 것이다. 토사구팽이라는 그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었다. 권성동 원내 대표의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도 6개월 시한부다. 이준석은 당헌상 내년 1월 대표로 복귀하게 돼 있었다. 그가 참았다면 시간은 그의 편이었다.

그러나 이준석은 이를 참지 못했다. 상대를 코너에 몰아넣을 수 있는 호재로 보고 거친 공격을 시작했다. 자기가 대표인 당을 향해 저주와 악담을 퍼부었다. 그에게 우호적인 홍준표 대구시장도 “억울하다고만 하지 말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자신을 돌아보라”며 충고했다. 그러나 그는 연일 그의 장기인 SNS를 통해 당과 대통령을 비판했다. 당과 대통령을 조롱하는 그의 언사는 그에게 호의적인 사람들도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윤핵관은 대표 직무대행체제를 비상대책위로 전환, 그의 당 대표 복귀 차단으로 대응했다. 그가 참았으면 피할 수 있는 길이었다.

그의 8월 13일 기자회견은 루비콘 강을 건넌 것이었다. 그의 거친 언사는 그가 당 대표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그의 인성마저 의심케 했다. 그는 대통령을 개고기, 원균에 비유하는가 하면 당을 전체주의적 파시스트적 정당이라는 말까지 써가며 모욕했다. 전재수 민주당 의원조차 “회견을 들으니 함께하기 힘든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자신이 먹던 우물에 침을 뱉는 듯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반전 기회는 법원이 8월 26일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직무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을 때였다. 이준석은 그때 물러서야 했다. “나의 정당성이 입증됐다. 그러나 계속 싸우면 당이 망가지므로 당을 위해 참겠다”며 대표직을 내려놔야 했다. 그러면 그의 그릇은 커지고 윤핵관과 대통령은 작아졌을 것이다. 여론은 박수를 치고, 그는 정치적으로 더욱 클 수 있었다. 당도 더 이상 그를 어쩌지 못했을 것이다. 그가 아무리 미워도 대통령은 그를 품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멈추지 않았다. 마치 폭주하는 기관차 같았다. 자신에 대한 어떤 말도 참지 못했다. 상대가 한마디 하면 열 마디로 대응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효력정지 등 2~5차 가처분신청도 냈다. 그러나 그의 이런 행동은 당과 그를 지지하던 사람에게 피로감을 안겨줬다. 그가 싸움에서 이겼다 해도 그가 얻는 것이 없게 만들었다. 결국 그는 10월 6일 2~5차 가처분 신청에서 패소, 고립무원이 됐다. 모두 얻으려다 다 놓친 결과가 됐다.

이준석이 ‘만족할 줄 알면 욕을 보지 않고, 멈출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知足不辱 知止不殆]’는 노자 도덕경을 새겨 봤더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떤 사람에 대한 존경과 인정은 그의 행동에서 비롯된다. 때로는 한 번쯤 져 주기도 하고, 누가 밀면 짐짓 넘어져 주기도 하는 사람이 진정한 지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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