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여러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비영리단체, 사회적기업, 사회혁신가들이 이런 아이디어를 성공적으로 실행하기엔 한국은 차갑기만 한 무대다. 재벌이 단단히 자리잡은 시장구조에서 대기업과 경쟁해야 하고, 자생력을 가지기까지 수많은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자선사업’이라는 말 자체에 거부감이 있고, 국내 자선단체에 대한 관심도 낮다.


인간이 혼자서 이룰 수 있는 일은 없다. 사회에 긍정적인 임팩트를 만들려는 사람들이 모여 네트워킹을 할 수 있고, 협업을 통해 그들의 가능성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사회를 위한 선한 의지를 갖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생태계를 만들어주는 사람, 비영리 사단법인 루트 임팩트 정경선 대표를 소개한다.


루트임팩트?
비영리 사단법인 루트 임팩트는 ‘선한 의지를 가진 사람을 돕는다’는 미션을 바탕으로, 2012년 7월 설립됐다. 사회의 모든 이들이 자신이 추구하는 사회적 목적을 위해 노력하는 사회를 비전으로 삼고 있다. 소셜 섹터의 근간을 이루는 자선 사업가들과 사회 혁신가들의 육성 및 역량 강화를 통해 이러한 비전을 이루고자 한다. 국내 대형 보험사를 대상으로 사회공헌 컨설팅 프로젝트를 하고 있고, 사회 혁신가들이 모여 협업할 수 있는 공익 플랫폼으로 Hub Seoul 신규 사업을 진행 중이다.


Q. 허브 서울이 드디어 오픈했다. 공동 설립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허브 서울은 임팩트스퀘어에서 2년 반동안 준비해왔던 사업이었다. 아산나눔재단 에서 일하며 비영리섹터에 기반하고있던 생태계조성 기반사업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임팩트스퀘어 박동천 대표를 소개받았는데, 허브 서울이 일회적으로 특정아이디어를 뽑아 진행하는게 아니라, 사회혁신가들을 키워내는 생태계를 만들어갈 수 있는 모델이라는 점에 많이 공감이 갔다.


* 허브 서울?
더 허브(The Hub)는 사회 혁신을 추구하는 개인들의 세계 최대 커뮤니티다. 2005년 런던에서 처음 설립돼 현재는 암스테르담, 마드리드, 상파울로, 샌프란시스코 등 30여 곳에서 운영 중이다. 허브 서울은 지난 1월초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문을 열었다. 딜라이트, 임팩트 스퀘어, 루트 임팩트, 엔스파이어가 허브 서울 설립을 지원했다. 사회 혁신에 관심 있는 개인, 조직, 단체들이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협업과 창업 활동을 지원하고 네트워킹을 촉진하는 호스트 서비스, 멤버들간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이벤트, 포럼을 제공하고 소셜 벤처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Q. 허브 서울이라는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면서 비영리단체로서의 시작점을 되돌아봐야할 것 같다. 루트 임팩트의 시작은 어땠나?
재단에서 내부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큰 재단이다 보니 사람들의 니즈(needs)를 맞추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아직까지 한국 사회는 비영리섹터에 전문성이나 역량이 필요하다는 공감이 많은 건 아니다. 개인들이 진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독립적이고, 사회 문제에 신속하게 반응할 수 있는 작은 단체를 만들고 싶어서 시작하게 되었다.


Q. 루트 임팩트라는 울타리 안에서 사회 혁신을 일으킨 멤버들이 궁금하다. 그분들의 역량이 루트 임팩트에 어떻게 기여했는가?
총 8명이다. 2명은 아산나눔재단에서부터 함께 일하던 사람이다. 나머지는 컨설턴트나 대기업에서 종사하다 루트 임팩트에서 함께 일하게 되었다. 원래부터 공익적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었던 분들이었는데, 사회적 요구를 맞추다보니 대기업에 들어가게 되었다. 문제인식과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진정성이 먼저 있어야 하지만, 이를 기반으로 일을 잘 처리할 수 있는 분들이 필요했다. 우리는 기업과 커뮤니케이션이 많이 필요했고, 비영리 역량 개발에도 도움이 되었다. 어떤 형태든 기업과 대학을 통해 그런 감각을 익혔기 때문에 초기 설립에 도움이 많이 됐다. 이 점이 루트 임팩트의 차별점인 것 같다.


Q. 비영리단체에 왜 역량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영리섹터에 비해 더 역량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일이든 주어진 자원으로 최대 효율을 내야한다. 사람들은 좋은 일을 단순히 취미로 하는 일이거나 자기 희생을 하면서 하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로 인식하고 있다. 비영리단체에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어떤 요구도 하지않고, 지원도 하지 않는다. 모금을 비영리단체의 역량으로 쓰겠다고 할때도 지원자들이 원하지 않을 때가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역량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사진 | 정경선 대표]

Q. 어떤 공익적 목적을 이루고 싶었는가?
‘선한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사회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돕는다’가 우리의 미션이다. 어떤 일이든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가 사람이고, 그 사람들을 키워야 한다. 모두가 자기의 나름대로 사회공헌을 하는 것이 우리의 비젼이다.
첫째는 자선사업가가 효율적 자선사업을 할 수 있도록 전략적 자선자문을 제공한다. 둘째는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창의적, 혁신적인 사회적 기업가, 비영리사업가를 육성하고 있다.


Q. 국내 보험사를 대상으로 사회공헌 컨설팅을 진행 중이다. 보험사 역시 보험 판매의 실적이나 이익을 중시하는데, 그들의 사회공헌 활동은 어떤가?
국내 보험사들의 사회공헌활동은 차별성이 없었다. 김치, 연탄 나르기 수준이었고 착한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한다. 자원봉사도 내부직원 만족도가 높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사회공헌을 시작하려던 차에 우리가 컨설팅을 제공했다. 기업의 역량과 관련이 있는 CSV(Creating Shared Value, 공유가치창출)에 대해 저항감이 많다. 기업은 일반적으로 ‘한국은 CSV를 사회공헌으로 인식하지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CSV보다는 사회공헌색채가 강한 프로그램을 원했다. 그래서 회사가 관심이 있는 소셜 이슈와 타겟의 역량 등을 분석해 사회공헌 활동을 제안했다.

Q. 컨설팅이나 자문 이외에 하고 있는 사업은 무엇인가?
허브 서울 자체가 루트 임팩트만의 사업이다. 한국에 무수히 많은 소셜 벤처 인큐베이팅의 원본인 더 허브를 서울에 설립했다.
전략적 자선 자문 분야에서 세계 최고, 최대 기관인 록펠러 자선 자문단(Rockefeller Philanthropy Advisors)과 업무 협약을 맺었다. 록펠러 자선자문단에서 발행하는 자선자문가이드 번역판을 출판하고, 다가오는 2월 4일 ‘Idea to Impact'라는 국제 워크샵을 개최한다. 연사로 초청된 록펠러 자선 자문단 CEO Melissa Berman이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어떻게 아이디어와 미션을 세우고 실행해 사회적 성과를 이룰지, 어떻게 평가할지를 알려줄 예정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사례도 소개할 것이다.


Q. 지금까지 루트 임팩트가 이룬 자랑할 만한 변화는 무엇인가?
록펠러 자선자업단과 세계최대 사회적 기업가 네트워크인 아쇼카(Ashoka)와 협력을 맺은 것 자체가 진전이 아니었을까. 현재 아쇼카코리아 설립을 지원중이다. 사회적기업가를 육성하는 세계 선진단체가 한국이라는 곳에 관심을 갖도록 했다는 것이 큰 변화라고 생각했다. 사회혁신 트렌드가 성장할 수 있도록 루트 임팩트는 채널로서 영향을 미칠 것이다.


Q. 루트 임팩트는 어떤 수익 구조로 운영되고 있는가?
루트 임팩트는 고액 기부자들의 기부로 운영되고 있다. 대중을 타겟으로 하기보다는 고액 자산가를 타겟으로 해서 기부금을 받고 있다.


Q. 허브 서울이 일으킬 사회 혁신으로는 어떤 점이 기대되는가?
한국에서 어떤 식으로 운영이 될지는 현재는 예상하기 힘들다. 허브라는 게 추상적인 가치다. 커뮤니티에 사람들이 모여 협력을 통해 나누는 시너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서양 사람들은 자유롭게 얘기하는 문화가 익숙하지만 한국에서는 ‘그냥 놀고 끝나지 않을까’ 이런 우려의 부분도 많이 이야기한다. 하지만 비슷한 뜻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만으로도 사회적 가치 창출이 될 것이다. 이를 보여주고 싶다.
미국을 몇 차례 방문했을 때 소셜섹터처럼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힘들어 하는 것은 자기 뜻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었다. 허브가 그런 분들에게 소속감을 줄 수 있고,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고, 힘을 얻을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Q. 네트워킹은 사회적 기업에게 정말 필요한 부분이다. 허브 서울과 비슷한 모델도 있는데 네트워킹을 지원할 때 어떤 점이 차별적인가? 허브 서울만의 네트워크 지원 방식이 있나?
코워킹, 교육중심, 인큐베이팅이 중심이었던 곳은 많지만, 네트워킹이 중심인 곳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창업에 필요한 자본들을 유입하는 데 도움을 주고 소개해주는 큐레이터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허브 각각의 멤버들이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 두었다가 바로 연결해주는 호스트들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한다. 한 장소에서 머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같이 있는 시간도 많아지면 친밀감과 신뢰도도 쌓일 것이다. 고정된 공간으로 존재하는게 가장 큰 장점이다.


Q. 소셜 벤처 육성 지원 사업도 계획 중이다. 여러 재단에서도 소셜 벤처들을 오랫동안 지원해왔는데, 한계점과 부족한 점도 있다. 허브 서울은 그런 우려가 없는지 궁금하고,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우리 역시 어떻게 경쟁력을 가져나갈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소셜한 미션과 목적성을 띠고 있다면, 계속해서 지원하고 무상임대해주는 게 끝이 아니다. 그 사람들의 역량을 키워주는데 집중하는 것이다. 대상 선발 절차, 인큐베이팅 절차도 장기적으로 진행하고 계속해서 멘토링하고 있다.


Q. 지금 한국 사회에서 재단들이나 투자 기업들이 키워내는 소셜 벤처들이 너무 많다. 육성에 있어서 한계점은?
아쇼카코리아를 펀딩하러 다니면서 느낀 것은 ‘아쇼카는 분명하게 사람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어떤 아이디어라 하더라도,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끝까지 실현해내는 것은 사람이다. 결국 사람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겉으로 보기에 화려한 아이디어와 프레젠테이션을 보고 뽑는다. 지금은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사람이라도 원석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하고 검증해야 한다. 그리고 실수와 배우는 과정을 통해 지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디어는 1~2년안에 성과가 나지 않을 것인데 한 부분만 보고 뽑아 지원하는게 문제다.


Q. 공동 벤처들이 각각 어떤 역량을 기여해서 허브 서울을 설립하게 되었는가?
임팩트 스퀘어가 주관한 것이고, 루트 임팩트는 펀딩 부분과 기획 운영인력으로 들어왔다. 딜라이트는 새로운 창업멤버를 키우는 것에 관심이 많고, 디자인 회사 엔스파이어(Enspire)는 디자인 담당으로 허브 서울 인테리어를 맡았다.


Q. 한국과 미국의 기부 문화는 어떤 점에서 다른가?
미국에는 소셜 섹터와 자선사업에도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공감이 있다. 비영리에서 인재 육성이 큰 테마로 인식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소수의 단체만 이 부분에서 공감하고 있다. 대규모 재단이나 기업 재단은 담당자들의 전문성을 키운다고 했을 때 회의적으로 인식할 때가 많다. 기업실무진들이나 의사결정자들의 관행이 굳어서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Q. 앞으로 어떤 철학을 가지고 허브 서울을 이끌 것인지?
철학은 ‘모든 것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이 인내심을 가지고 장기적인 성과를 내야 하고 진정성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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