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묘생, ‘집사’는 동네 주민 여러분

요즘 길고양이가 많이 달라졌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택했기 떄문이다.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요즘 길고양이가 많이 달라졌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택했기 떄문이다.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길 위의 삶을 사는 고양이의 생은 녹록지 않다. 사람이 가까이 나타나면 쏜살같이 피하다가도, 무서운 속도로 달리는 차를 피하지 못해 로드킬로 생을 마감하는 동물 중 그 수가 가장 많다.

척박하고 싸늘한 표정으로 도시는 물론 전 지역에 분포해서 살아가던 길고양이. 옛날에는 영물이라고 멀리하고, 사람과 잘 친해지는 개와 비교돼 멀리하고. 오래전 기억에 고양이를 보면 죽일 듯 따라가서 쫓아내는 사람도 있었다. 길고양이는 길에 사는 인간의 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행동을 현재는 ‘동물 학대’라고 말한다. 끔직하고 잔인한 행동이 지탄받아야 하지만 대충 묵인하고 눈감아주던 때도 있었다.

길고양이가 자주 출몰하는 지역에 내걸린 펼침막. "길고양이도 도심생태계의 일원입니다."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길고양이가 자주 출몰하는 지역에 내걸린 펼침막. "길고양이도 도심생태계의 일원입니다."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지금은 동물의 생명권을 지키려는 이들이 연대해 활동하고, 정부 차원에서도 개체 수 관리를 위해 중성화수술을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등 길고양이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반려견만큼이나 반려묘와 함께 사는 가족이 늘어가면서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도 부드러워졌다. 도심의 골칫거리 포식자로 여겨지던 길고양이가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로 느껴지게 된 것이다. 

 길고양이들이 사료 통을 열어줄 동네 집사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길고양이들이 사료 통을 열어줄 동네 집사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그래서 그런지, 요즘 길고양이를 바라보는 사람뿐만 아니라 이를 받아들이는 고양이의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  동물권과 인간성에 대한 인식 개선에 대한 노력 덕분에 길고양이 출몰지역에 ‘길고양이도 도심 생태계의 일원입니다’라는 펼침막도 걸릴 수 있었다. 과거였다면 상상할 수 없었을 일이다. 

한 동네 화단에 마련된 길고양이 배식소. 안에는 물과 사료, 제습제도 넣어두었다. CCTV도 돌아가고 있다.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한 동네 화단에 마련된 길고양이 배식소. 안에는 물과 사료, 제습제도 넣어두었다. CCTV도 돌아가고 있다.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CCTV를 설치해 놓은 고양이 배식구를 만들어 놓아 주변 길고양이가 쓰레기를 뒤져 먹이를 찾는 행동을 줄여준 동네도 있다. 작은 단위의 지방 협의체에서 길고양이 보호를 하는 곳도 있지만, 사비를 털어 동네 곳곳에 사료를 놓아주는 사람들도 꽤 눈에 띈다. 

그래서 그런가. 요즘 길고양이의 행동이 과거에 비해 민첩하지 않다. 사람이 아주 가까이 지나가도 빤히 쳐다보기만 하든가 햇살 아래 누워서 잔다. 날이 좀 추우면 밖에 내다 놓은 보냉용 택배 박스에 따뜻하게 몸을 뉘기도 한다.

사료 그릇에 사료가 없으면 다양한 행동을 한다. 밥을 주는 소위 ‘동네 집사’ 집 앞에 다가가 소리치기도 하고, 인기척이 없으면 다음 대상을 찾아다니며 소리 낸다. 아침에 일어나보면 밤새 고양이가 안쓰러웠던 동네 집사들이 놓아둔 고양이 통조림이 골목 구석구석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2년 전 충남 금산의 조연환 전 산림청장 집에 방문했을 때 마침 녹우정이라는 정자 아래에서 얼룩무늬 길고양이가 몸을 풀고 낳은 지 며칠 안 된 새끼들에게 젖을 물리고 있었다. 조 전 산림청장의 일거수일투족, 성정을 알아서인지 길고양이는 안정적인 표정으로 몸조리를 하고 있었다.

2년 전, 충남 금산의 조연환 전 산림청장 댁 정자 아래에서 몸을 푼 길고양이가 새끼에게 젖을 물리고 있다.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2년 전, 충남 금산의 조연환 전 산림청장 댁 정자 아래에서 몸을 푼 길고양이가 새끼에게 젖을 물리고 있다.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앞에서 말했듯, 많은 사람의 노력 덕분에 길고양이의 행동이 많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길에서 죽어 나가는 수치는 줄어들 기색이 없다.
‘전라북도 야생생물 보호 및 야생동물 질병 관리 세부 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2017~2021년)간 전북의 로드킬은 8368건으로 집계됐고, 고양이가 가장 많이 죽었다. 로드킬로 생을 마감한 고양이는 4년 동안 3692마리다.
수도권 사정도 다를 바 없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서울‧경기 지역에서 발생한 로드킬(사체처리 현황 기준)수는 8만7581건이었다. 서울과 경기 모두 해마다 로드킬은 증가하는데 고양이 비중(서울 73%, 경기 65%)이 가장 높았다. 2020년에만 서울과 경기도 각각 하루에 20건, 35건으로 수도권에서 하루 쉰다섯 마리의 고양이가 길에서 죽었다.  
잊을 만하면 충격에 충격을 더하는 동물 학대 뉴스가 꼬리를 물고 있다. 많이 나아졌다지만, 언제까지 이럴 것인가.    

"들어갈까 말까?", "저 자를 집사로 쓸까 말까?" 대문을 열어두었더니 길고양이가 문지방 위에 몇번 발을 올리더니 앉아서 집 안을 쳐다보고 있다.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들어갈까 말까?", "저 자를 집사로 쓸까 말까?" 대문을 열어두었더니 길고양이가 문지방 위에 몇번 발을 올리더니 앉아서 집 안을 쳐다보고 있다.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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