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과 산책하며 즐기는 용왕산‧ 강아지 놀이터

용왕산 근린시설 내에 마련된 강아지 놀이터. 해가 지면 하나둘 견주와 함께 이곳에 모여든다.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용왕산 근린시설 내에 마련된 강아지 놀이터. 해가 지면 하나둘 견주와 함께 이곳에 모여든다.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과거 오랜 시간 동안 집에서 함께 사는 개 혹은 강아지를 애완견(愛玩犬)이라고 불렀다. 직역하자면 사랑을 주며 가지고 논다, 혹은 장난감의 의미일 것이다. ‘개’를 가족이나 인생길을 걸어가는 동반자로 받아들여 애완견 대신 반려견(伴侶犬)으로 바꿔 부르게 된 것도 불과 몇 년 전이다. 명칭에서 오는 존중의 무게가 다르다. 그에 맞춰 반려동물을 생각하는 제도와 서비스, 공간 등이 점차 늘어났다.

지난 5월 공사를 마친 용왕산 강아지 놀이터의 초창기 모습.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지난 5월 공사를 마친 용왕산 강아지 놀이터의 초창기 모습.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지난 5월경 서울시 양천구에 있는 용왕산 근린공원이 놀이터와 야외무대, 운동시설 등을 교체하면서 새로 생겨난 공간이 바로 강아지 놀이터다. 지난 6·1지방선거를 앞두고 대대적인 공원 리모델링을 하면서 용왕산 근린공원에 198㎡(60평) 규모의 반려견 놀이 시설이 조성됐다. 견주들의 끈질긴 청원에 따라 유일하게 용왕산 근린공원에 마련됐다.

용왕산 주변은 무장애 길과 산책로가 잘 돼 있어 반려견과 함께 걷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용왕산 주변은 무장애 길과 산책로가 잘 돼 있어 반려견과 함께 걷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이 시설이 생기기 전에도 용왕산은 반려견과 견주가 자주 찾는 산책 장소였다. 용왕산 주변으로 0.6km 정도의 무장애 길이 있어 걷기 편하다. 인조 잔디가 조성돼 이용객이 없을 때는 반려견이 뛰어놀기도 했다. 강아지 놀이터가 생기면서 예전보다 더 많은 반려견이 견주와 함께 이 길을 걸어와 놀이터로 들어가 뛰어논다.

강아지 놀이터가 생기기 전에는 이용객이 없는 틈을 타 인조잔디 위에서 뛰어노는 반려견을 볼 수 있었다.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오후 3시부터 저녁까지 매일 오다시피 하는 반려견은 스무 마리 정도다. 채리와 미미가 터줏대감이고 각각 아홉 살, 여덟 살이다. 최근 3개월된 회색 푸들 포근이도 견주와 함께 출근 도장을 찍는다고.

주말에는 평일에 자주 못 오는 맞벌이 부부나 그때만 시간 나는 직장인이 찾아온다. 이곳에 모이는 사람들이 동호회를 이루어 적극적으로 움직이지는 않지만, 각자 역할을 분담해 공간을 이용하고 있다. 특히 청소는 반려견을 데리고 오는 청년들이 하고, 더위와 햇볕을 피할 차광막도 놀러 나온 반려견을 위해 설치했다.

차광막을 설치해 햇볕을 피해 놀 수 있다.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차광막을 설치해 햇볕을 피해 놀 수 있다.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다행히 놀이터를 이용하는 반려견은 사회성이 좋은 편이다. 텃세를 부리며 장난감을 뺏으려는 강아지도 더러 있지만, 말 그대로 장난이 대부분이다. 어려서부터 같이 자라오고 얼굴을 마주하다 보니 낯가림이 덜하다.

새로운 사람을 보고도 크게 경계하지 않는다. 너무 사납거나 어울리기 힘든 문제견은 환경을 생각해서 나오지 않기도 한다. 최근 지자체마다 반려견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건 사고 방지를 위해 자체 교육을 실시하는 곳도 많다.  밖에 나갈 때는 목줄을 꼭 하거나 사람 인식칩이나 인식표를 하는 것도 법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반려동물이 질병이나 사고, 노령 등으로 돌봄이 필요할 경우 연간 휴가 5일을 보장하는 법안이 추진되기도 했다. 그만큼 가족으로서 반려동물의 위치가 중요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열심히 뛰어 놀다 쉬고 있는 반려견. 더워서 혀를 내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은 웃고 있는 거라고 한다.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열심히 뛰어 놀다 쉬고 있는 반려견. 더워서 혀를 내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은 웃고 있는 거라고 한다.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사람 살 공간도 부족한데 꼭 이런 시설을 만들어야 하냐는 시선도 없지 않다. 하지만 심장이 뛰고 희로애락을 느낄 줄 아는 생명이기에 그들의 '삶의 질'이 나아질 수 있게 도움 줘야 하지 않을까.  외로운 1인가구 시대를 조금이나마 외롭지 않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라는 점을 인식했으면 한다.

포근이(회색 푸들)와 미미(몰티즈)가 견주들이 주는 간식을 받아먹고 있다.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포근이(회색 푸들)와 미미(몰티즈)가 견주들이 주는 간식을 받아먹고 있다.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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