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수백개 규모 물류센터 운영하는데...환경 정보 공개 없어

전문가들 "온실가스, 폐기물 배출량 선제적으로 공시 해야"

쿠팡 본사 전경. 사진=쿠팡
쿠팡 본사 전경. 사진=쿠팡

[데일리임팩트 이승균 기자] 쿠팡의 환경 정보 공개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전자상거래 최대 사업자임에도 에너지 사용, 폐기물 배출, 온실가스 배출 등 중요 환경 정보 공시가 전무한 상태로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환경정보공개 제도를 사실상 우회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신 판매업으로 업종이 분류되어 있고 주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물류 부문은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등 계열 유한회사를 통해 업무를 처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ESG 평가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전국 30여개 도시에 150개 이상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으나 폐기물 배출, 온실가스 배출과 같은 환경 정보는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쿠팡은 대구, 고양, 덕평 등에 연면적 최대 33만㎡에 달하는 제품 입고, 보관, 선별, 포장, 배송을 종합적으로 처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물류센터(풀필먼트)를 건립해 운영하고 있다.

환경 정보는 기업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평가 뿐만 아니라 국가의 탄소 중립 정책 수립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데이터로 활용되고 있으나 사실상 누락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신세계, 네이버, 롯데 등 국내 주요 전자상거래사업자는 물론 대한통운 등 물류기업들이 전부 환경정보를 공시하고 있다.

국내 주요 소셜커머스 온실가스 배출량(2020년 기준) 디자인. 김민영 기자 
국내 주요 소셜커머스 온실가스 배출량(2020년 기준) 디자인. 김민영 기자 

이들 기업은 녹색 경영 시스템, 에너지 사용량, 온실가스,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환경오염관리시설 및 모니터링 시스템 운영 현황 등을 매년 공시하고 있다.

환경부 환경정보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통운, 한진 등 물류업체의 10만 ㎡급 물류센터는 연평균 1만에서 3만톤 내외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쿠팡이 폐기물과 온실가스 배출량 통계를 산출하고 있는지 여부도 알 수 없는 셈이다. 특히 쿠팡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등 ESG 공시도 하지 않고 있어 환경 정보에 대한 접근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환경부, 쿠팡 등 예외 업종 살펴본다

쿠팡이 환경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과 관련해 환경부는 쿠팡과 같은 해외 상장한 국내 기업 등 예외 업종 전반을 살펴보기로 했다.

환경부는 유럽연합을 비롯한 주요국의 환경 정보 공시 규제와 국내법의 정합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10월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에 환경 정보 공시 의무를 부과하는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 개정안을 시행했다.

그러나 쿠팡은 법안 개정에도 공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뉴욕 증시에 상장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을 주 사업장으로 두고 있음에도 쿠팡이 자율적으로 공시를 하지 않으면 온실가스와 폐기물을 얼마나 배출하는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국가 차원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실현하기 위해 도입한 다배출 업체로 쿠팡을 지정하면 온실가스 공시 의무 부과가 가능하다.

쿠팡은 통신 판매업으로 업종이 등록되어 있다. 이에 따라 한국에너지공단은 에너지 사용량(시설별 연간 2000TOE 이상) 쿠팡 물류센터에 대해 1만5000톤 이상 온실가스를 배출하는지 여부를 검토해 공시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쿠팡 물류센터는 100여개 이상으로 쪼개져 있기 때문에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와 관련해 환경 전문가들은 정부가 사업장별 에너지 사용량이 아닌 실질적인 배출량을 충분히 예측해 공시 대상 기업을 포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법 개정 없이도 공시 대상 기업 편입 여부를 관장하는 실무기관(한국에너지공단)에서 규칙 개정을 통해서도 쿠팡을 정보 공시 대상 기업에 포함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이를 테면, 쿠팡이 전국 물류센터(쿠팡풀필먼트서비스 등)에서 사용하는 에너지 사용량을 산출하면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 개정 취지에 맞게 국내에서 주요하게 온실가스와 폐기물을 배출하는 기업에 포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전문적으로 산출해 온 한 평가기관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국내 주요 유통 기업 물류센터가 단일로도 수 만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점을 고려하면 (쿠팡이 제외된 것은) 국가의 공시 대상 기업 산정 방식의 허술함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쿠팡이 자율적으로 환경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 이를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상황 속에서 환경부는 데일리임팩트의 쿠팡의 환경 공시 포함 여부 문의에 특이 사례라고 인식하고 검토에 들어가기로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국내 상장하지 않았더라도 주 사업장을 국내로 두고 있는 기업에 대해 검토해 보겠다"고 전했다. 다만, 특정 업종에 한정해 조사하는 것은 형평성 문제가 있어 제도 전반적으로 통계가 누락되고 있는 지 여부를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ESG 전문가들은 규제에 앞서 쿠팡이 자율적으로 환경 공시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내 유가증권시장에 편입되면 당장 10위권 내 안착할 만큼 큰 기업 규모에 비해 환경 정보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ESG 평가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사업 구조를 볼때 에너지 사용량, 폐기물 배출량 등이 국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고 볼 수 있다"며 "쿠팡이 환경에 미치는 직간접적인 영향력에 대한 자체적인 평가는 의무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쿠팡 ESG 주요 이슈. 조사 : 박민석 기자. 편집 : 김민영 기자
쿠팡 ESG 주요 이슈. 조사 : 박민석 기자. 편집 : 김민영 기자

쿠팡, 환경 정보 공시하고 ESG 경영 전반 개선해야

나아가 쿠팡이 ESG 경영 전반에 대해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물류센터 내 사망 사고가 끊이질 않고 불공정 거래 행위로 경쟁당국으로부터 과징금을 부과 받는 등 비재무 리스크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격적인 투자로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린 데 이어 OTT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이해관계자와의 충돌은 더욱 심해지는 양상이다.

15만 명이 넘는 소상공인과 수 많은 물류 노동자들이 쿠팡과 함께하고 있는 등 사회와 환경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ESG 경영을 체계화해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 ESG 평가, 컨설팅 업계에서는 쿠팡의 ESG(환경, 사회, 지백구조) 경영 관리 체계가 전무한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 10년간 이해관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바탕으로 작성되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을 발간하지 않고 있다. 나아가 환경 등 중요 정보에 대한 공시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최근 사회공헌, 임직원 복지 등 사회적 가치 창출 내용이 담긴 임팩트 보고서를 한 차례 발간했으나 홍보성 자료 수준에서 그치고 있다. 기업 전반의 비재무 리스크에 대한 중요성 평가를 기반으로 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가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쿠팡이 진행하고 있는 탄소배출 저감 유통 혁신 등 ESG 경영에 대한 기존의 노력들에 대해서도 평가가 불가능하다. 탄소 배출량이나 포장재 배출과 같은 환경 영향 평가도 불가능한 실정이다.

추후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발간 계획도 없다. 쿠팡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ESG 경영 공시와 관련해 확인해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전했다.

국내 주요 법무법인 ESG 컨설턴트는 데일리임팩트에 "쿠팡은 그간 환경, 사회, 지배구조와 관련한 끊임 없는 사건 사고를 유발했음에도 제대로된 내부 진단 조차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동종 업계와 비교하면 쿠팡의 ESG 경영은 걸음마도 못 뗀 수준"이라며 "상장 2년차에 들어가는 만큼 홍보 위주 대응이 아니라 전략적 접근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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