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구 언론인, 바른사회운동연합 자문위원

이석구 언론인, 바른사회운동연합 자문위원
이석구 언론인, 바른사회운동연합 자문위원

요즘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집권당 대표가 집권 1백일도 안돼 당 대표에서 쫓겨났다. 축출된 대표는 자신이 몸담은 당을 불타 없어져야 할 당이라고 비난한다. 당과 송사까지 벌인다. 대통령까지 조롱하고, 비판한다. 대통령 지지율은 20%대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이하 경칭 생략)는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62분간 시종일관 조롱과 야유로 얼마 전까지 자신이 대표였던 당과 지도부, 대통령을 공격했다. ‘윤핵관’, ‘윤핵관 호소인’들을 거명하며 당을 망치는 원흉이라고 비난했다.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을 개고기에 비유하며 지도력 부재를 질타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을 ‘이 ××, 저××’라고 하는 사람을 대통령 만들려고 혼신의 힘을 다했는데 ‘팽’ 당했다며 울먹였다. 민주당도 차마 하기 힘든 말을 당과 대통령에게 거침없이 쏟아냈다.

이준석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준석에게 동조하는 팬덤이 있다. 그가 대표가 됨으로써 국민의힘이 꼰대당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났다고 보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이준석이 대선기간 중 젊은 층에 어필, 20~30대의 지지를 얻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본다. 그들은 이준석의 당대표 축출에 반기를 든다. 한길리서치 조사(8월6~8일)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 대표 적합도에서 이준석은 16.5%로, 유승민(23%)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국민의힘 내부 다수는 이준석에게 비판적이다. 당과 대통령에 대한 막말과 야유, 조롱 등 나가도 너무 나갔다는 것이다. 비판론자들은 이준석이 “징계의 발단이 된 성 상납과 증거 인멸 의혹에 대한 설명은 한마디도 않고 자신의 억울함만 강조했다”고 비판했다. 그동안 이준석을 감쌌던 홍준표 대구시장도 “막말 쏟아내며 떼쓰는 모습이 참 딱하다”며 이준석 신드롬은 끝났다고 했다.

당 외부 시각도 비슷하다. 15일 채널A 시사프로그램에 패널로 나온 김수경 한신대 교수는 “기자회견을 보니 이 대표가 왜 욕을 먹는지 알겠다.”고 했다. 모든 것을 자기중심적으로 보고 말한다는 것이다. 전재수 민주당 의원도 “그는 함께 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했다.”며 이준석을 유아독존이라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그러나 “이 대표가 많은 문제를 야기, 당내 분란에 책임이 있지만, 승자로서 이준석을 끌어안는 대통령의 리더십이 아쉽다.”고 양비론을 폈다.

이준석의 13일 회견도 자기중심적 사고로 모든 사물을 보는 그의 캐릭터가 그대로 나타났다. 자신이 왜 당 대표에서 쫓겨나게 됐는지에 대한 해명이나 성찰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사태의 근본 원인이 된 그의 내부 총질 사례는 차고 넘친다. 그는 “윤석열이 대통령 되면 지구를 떠나겠다”, “당에 입당 안 하면 열차는 떠난다”, “평생 검사만 해서 정치를 모른다”는 등 후보 시절의 윤 대통령을 조롱했다. 대선 기간 중 2번이나 당무를 거부, 윤 후보를 애타게 만들기도 했다. 이 밖에도 대화녹음을 퍼뜨리거나, 대통령과의 비공개 회동을 까발리는 등 당 대표답지 않은 행동을 했다. 이런 일련의 행적은 그가 윤 대통령의 신뢰를 잃는 근본 원인이 됐다고 한다.

그는 지금 윤핵관이 자기를 쫓아냈다고 분노한다. 그러나 그의 과거 행적을 보면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그는 과거 자기가 속했던 새누리당의 이정현 대표, 바른미래당의 손학규 대표를 몰아내기 위해 온갖 짓을 다했다. 위아래 없이 모욕적 언사도 예사로 내뱉았다. 안철수 당시 대표에 대해서도 입에 담을 수 없는 뒷담화를 했다. 이에 대한 비판이 일자 사적 대화이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에 대한 윤 대통령의 뒷담화는 비난한다.

그는 30대 0선 당 대표, 젊음, 반짝이는 아이디어, 토론과 의제 선점 능력, 미디어 활용 등 장점이 많은 정치인이다. 이준석 신드롬도 생길 정도로 기존 정치인들이 그와 옆에 서면 빛이 바랜다. 세대와 지역을 떠나 많은 사람들이 그를 보수의 미래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가 대표가 된 뒤에도 끊임없이 자기중심적 사고로 갈등을 유발하는 모습을 보고 실망, 돌아섰다. 이준석은 자신에 대한 조그만 비판도 참지 못한다. 마치 ‘나는 싸운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식으로 행동한다. 이번에도 그를 아끼는 많은 사람들이 자중자애를 당부했으나 그는 끝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비판도 새겨듣고, 희생도 할 줄 아는 지도자의 덕목이 그에게는 없는 것 같다. 그의 한계인 것 같다.

이준석의 대표 복귀는 물거품이 된 것 같다. 가처분이 인용돼도 마찬가지다. 더이상 당을 이끌기 어렵게 됐다. 국민의힘 절반 이상이 이번 분란에 그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윤핵관과 대통령의 책임이 자신보다 더 큰 것으로 나온다. 이준석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활용한다. 그가 우호적 여론 조성을 위해 각종 미디어에 출연, 적극적인 여론전을 펴는 이유다. 당내 비윤(非尹)과 힘을 합친 신당 창당도 배제할 수 없다.

지지율 하락에 고심하는 윤 대통령에게는 더할 수 없는 악재다. 지지율 20%대 대통령이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정을 원활하게 운영하기 힘들다. 이는 나라에 큰 불행이다. 그 책임은 대통령에게 돌아간다. 무더운 여름 윤 대통령의 잠 못 이루는 밤은 깊어만 간다. 민주당과 이재명 의원은 쾌재를 부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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