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안에 뛰어난 글쟁이가 되는 법

윤석산 시인, 제주대 명예교수
윤석산 시인, 제주대 명예교수

안녕하세요? 이번 주에는 누구나 쉽게 글을 쓸 수 있는 방법을 귀띔해드린다고 했지요? 제 귀띔을 믿고 한 달 동안 그대로 써보시면 제법 잘 쓸 수 있고, 3년만 그렇게 쓰면 먼 후일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이 하늘을 우러러보며 여러분을 생각할 겁니다. 그리고 남은 삶을 아주 건강하게, 행복하게 사실테고요.

동의하신다면 첫 번째 미션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이제까지 들어온 문학이론들을 다 접어두고, 제가 제시하는 방법대로 써보세요. 문학은 ‘화자(話者)-화제(話題)-청자(聽者)’ 간에 주고받는 ‘담화(談話, discourse)’이고 이들의 지배소(支配素, dominate)는 화제로 삼고.

왜 기존 이론들을 접어둬야 하느냐고요? 네에. 1950년대 이전에 등장한 이론들은 자기가 선택한 장르만 주목하고, 이런 이론들이 뒤섞이면서 극단적인 혼란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동양 문학의 하늘을 연 공자(孔子, B.C. 551~ B.C. 479)님의 ‘사무사(思毋邪)’나 서양 문학의 비조(鼻祖)인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B.C. 384~B.C. 322)의 ‘행위의 모방’만 해도 그렇습니다. 공자님의 주장은 서정을 주목한 관점이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은 극(劇)을 주목한 관점입니다.

공자님 관점에 의해 시를 읽거나 써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컨대 우리나라 독자들이라면 누구나 사랑하는 김소월(金素月, 1902~1934)의 ‘진달래꽃’만 해도 그렇습니다. 소월은 남성인 반면에 작중 인물은 여성입니다. 그리고 작중 인물처럼 지고지순한 사람도 아닙니다. 열네 살에 결혼하여 남매를 둔 애기아버지가 서울 배재고보를 다니면서 평양 장별리 ‘연분홍 저고리’랑 뜨거운 입김을 주고받는 사이였고, 그 여자를 버리고 동경 유학을 떠나 ‘떠도는 계집’을 만든 ‘팔난봉꾼’이었을 뿐만 아니라, 32세 크리스마스이브에 잠든 아내 입속에 아편 덩어리를 밀어 넣고 자기도 먹었는데, 아내가 혀로 밀어내 혼자 죽은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작품 속의 인물과 작가가 전혀 다릅니다.

김소월의 부음을 전한 1934년 12월 29일자 동아일보.
김소월의 부음을 전한 1934년 12월 29일자 동아일보.

이쯤 읽으셨으면 어떻게 써야 할지 짐작이 가시겠지요? 가령, 애달픈 이별의 화제를 떠올렸다고 합시다. 내 느낌이나 감정을 쓰려면 서정으로, 이별의 교훈을 이야기하려면 수필로, 그 이별의 과정을 이야기하려면 서사로, 그런 과정을 보여주고 싶으면 극으로 써야겠지요?

그리고 그런 작중 인물을 애처롭게 만들려면 젊고 지고지순한 여성을, 논리적으로 따지거나 격하게 저항하는 사람으로 만들고 싶으면 남성 화자를 택하고, 성(性)의 설정만으로는 미흡할 때는 ‘시간과 공간’의 설정으로 보충해주면 됩니다. 소월의 ‘진달래꽃’에서 여성 화자가 하소연하는 무대를 ‘영변의 약산(藥山) 진달래꽃’이 피어나는 봄날 바깥으로 정한 것도,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모습을 떠올리도록 만들어 안쓰럽게 생각하도록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이렇게 줄거리를 만든 다음에는 이야기하는 순서와 방법을 마련해야겠지요? 이런 방법을 구성(構成)이라고 부르지만, 정서 중심인 서정은 모티프 간의 ‘연접성(延接性)’을, 사건 중심인 극과 서사는 ‘인과성(因果性)’을, 교훈 중심의 수필은 ‘논리성(論理性)’을 중심으로 네 토막 내지 다섯 토막으로 나누고, 주제로 되는 토막에서부터 출발해 점점 강화시키는 방식으로 펼쳐야 합니다. 그러니까 ‘A1’에서 출발했으면 ‘A1-A2-B1-A3’‘나 ’A1-A2-B1-B2-A3‘ 식으로 전개합니다. 그것은 ‘발단’이니 ‘전개’니 하는 각 단위의 명칭을 살펴봐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세운 줄거리를 말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작가의 생각’을 이야기하려면 ‘A→B→C→D…’처럼 이어지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환유적 어법(metonymic)’을, ‘대상의 모습’을 그리려면 ‘A=B’나 ‘A=C’처럼 다른 사물로 바꿔 그리는 ‘비유적 어법(metaphoric)’이나 대상의 모습을 그리는 ‘회화적(image) 어법’, 독자나 작품 속의 청자를 비판하고 놀리려면 겉으로 하는 말과 속말의 의미가 다른 ‘풍자(諷刺, satire)’, ‘해학(諧謔, humor)’, ‘반어법(反語法, irony)’, ‘역설(逆說, paradox)’ 같은 이중어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어느 어법을 사용하든 상관없습니다. 그러나 화자의 의도를 숨기고, 독자 스스로 해석하도록 말해야 합니다. 화자의 의도를 드러내면 독자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동의하거나 거부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독자들이 ‘진달래꽃’을 아주 좋아하는 것도 아래와 같이 열 가지 이상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 난 당신이 떠난다고 해도 꽃을 뿌려드릴 정도로 사랑하는데 그래도 떠나겠느냐는 고도의 만류 어법.

2. ‘진달래꽃’을 자기 마음의 상징으로 생각하고, 나를 밟고 가라는 뜻으로 절대로 못 보내겠다는 반어적 표현.

3. 내가 싫어 떠난다면 눈물은커녕 죽어도 안 잡겠다는 오기(傲氣).

4. 나는 떠나는 님에게 꽃을 뿌려 줄 정도로 착한 사람인데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는 자기선전.

5. 떠날 때는 막지 않을 테니, 함께 있는 동안만은 열심히 사랑해 달라는 현실적 요구.

6. 꽃을 뿌리며 보내 잊지 못해서 바로 되돌아오게 만들겠다는 계산.

7. 남녀 간의 사랑은 한번 깨지면 아무리 매달려도 소용없으니 차라리 멋있게 보내겠다는 체념.

8. 헤어질 생각이 없지만 미래에 있을지 모르는 이별을 가정하고 그냥 해보는 말.

9. 만발한 진달래꽃을 보는 순간, 난 진정으로 당신을 사랑하므로 이별마저 순순히 받아들이겠다는 사랑의 맹세.

10. 여성의 무의식 속에 숨겨진 피학적 욕구.

이와 같이 다의적으로 말해야 하는 것은, 화자의 감정이 다의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보내고도 싶고, 보내기도 싫고, 가서 잘 살라고 축복해 주고도 싶고, 원망하고도 싶은…. 그리고 독자의 자유로운 해석을 보장해주기 위해서입니다.

이제 작품 쓰는 방법은 대략 다 이야기했습니다. 자아, 그럼 이렇게 쓴 작품들을 어떻게 고치고 다듬어야 하는가 그 미션을 말씀을 드릴게요.

우리는 흔히 글을 다듬으라면 어법과 문장과 어휘를 다듬고 끝냅니다. 그러나 이 역시 화자와 화제와 청자의 관계를 염두에 두고 광범위한 독서를 하지 않으면 마침법이나 띄어쓰기 오류밖에 다듬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내용까지 다듬으려면 광범위한 독서를 해야 합니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느냐고요? 우선 자기가 쓰려고 하는 장르의 작품집을 읽되, 개인의 작품집보다 신춘문예 당선 작품집이나 저명한 편집자가 시대와 경향을 고려하여 골라 뽑은 선집을 읽는 것이 좋습니다. 어느 한두 사람의 작품에 빠지면 그 사람의 아류(亞流)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읽는 방식은 ‘이해나 감상’의 독서보다는, ‘비판과 창조’의 독서를 해야 합니다. 그 작품의 잘잘못을 따지는 비판이나 창조의 독서는 의도적으로 하지 않으면 이뤄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어느 작품을 손에 들든 의도적으로 장점과 단점이 무엇인가를 따져보고, 좋은 점은 합쳐 ‘혼성 모방(pastiche)’하고, 불만스러운 점은 ‘패러디(parody)’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게 쓰면 표절이 아니냐고요?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1970년대에 등장한 포스트모더니즘에서는 진정한 의미의 창조는 없고, 앞 시대 작품의 불만스러운 점을 고치거나 장점을 합친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보편적인 방법으로 (논리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아주 쉽게 고치고 바꾸는 방법을 알려드릴까요? 같은 줄거리도 ‘주인물’이나 시간적 공간적 ‘배경’만 바꾸어도 전혀 달라집니다. 그리고 다시 누구의 ‘시점’에서 어떤 ‘거리’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러므로 어느 작품을 읽든 합치고 바꾸는 방법을 의도적으로 연습해 습관화해야 합니다.

이제 여러분을 역사 속에 남게 만드는 미션을 말씀드릴게요. 이미 진리라고 확정된 고정관념들을 깨뜨려보세요. 과학사를 바꾼 뉴턴(Isaac Newton, 1642~1727)의 ‘만유인력(萬有引力)의 법칙’만 해도 그렇습니다. 어느 가을날 과수원 길을 걷다가 뚝하고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왜 하늘에 떠 있는 달은 안 떨어지고, 나뭇가지에 매달린 사과는 떨어지는가를 따지다가 발견한 법칙입니다. 그러니까 당연한 것을 달리 보는 관점의 전환에서부터 출발한 겁니다.

이렇게 고정관념을 깨뜨리면 주제에서부터 표현까지 고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아름다운 그녀’라는 표현만 해도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새로웠겠지만 보편화되면 별 생각없이 읽고 진부한 표현이라고 평가합니다. 그래서 ‘꽃 같은 그녀’라고 바꾸고, 다시 한 걸음 더 나가 ‘간밤 꿈 속에 연지빛 입술을 떠난 꽃잎’이라고 바꾸어 누구나 무슨 소리인가 상상하며 읽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모스크바 언어학 서클의 쉬클로프스키(Victor Shklovsky, 1893∼1984)가 주장한 ‘낯설게 만들기’도 이런 방식을 염두에 둔 제안입니다.

빅토르 쉬클로프스키(1893~1984).
빅토르 쉬클로프스키(1893~1984).

자아, 이제 마지막 미션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표현 도구와 매체를 바꿔보시라고 권유하고 싶습니다. 어떤 사람은 손글씨로 쓰는 걸 자랑하지만, 그런 작품은 고치기도 어렵고 전달하기도 어렵습니다. 고치려면 처음부터 다시 써야 하고, 출판사에 보내려면 우편으로 보내야 하니까요.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점은 독자들에게 선보이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책으로 묶으려면 몇백만 원씩 들고, 사진이나 컬러 페이지를 끼워 넣으면 다시 더 들어가고, 한 번 펴낸 책을 고쳐 펴내려면 다시 타이핑을 하고 교정과 편집을 거쳐야 하고, 그래서 제대로 평가를 받아보지 못한 채 ‘낡은 책’ 속으로 밀려들어가고 맙니다.

그게 억울한 분들은 한 달 안에 노트북이나 패드, 또는 태블릿 PC를 마련하세요. 그리고 레이저 프린트도 한 대 갖추고. 중고로 사면 아마 50만 원도 안 들 겁니다.

이렇게 장만하셨으면 맞춤법이 자주 틀리는 어휘는 Shift-F8을 누른 다음 입력해두세요, 입력과 동시에 바로 교정해주니까요. 용지 규격과 스타일을 정하고 쓰세요. 그렇게 쓰면 책으로 출판할 때의 모습으로 편집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도 재미없으면 사진이나 음악 또는 영상을 첨가하고, 어느 정도 괜찮다 싶으면 인터넷 카페에 올리고, 혹시 돈이 될까 궁금하면 전자책으로 만들어 모든 사람들에게 돌리고, 그래도 종이책을 원하는 분들껜 소량 출판을 해서 보내고…….

늙다리들이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느냐고요. 어느 지자체(地自體)든 한글 프로그램과 인터넷 강좌를 개설하고 있습니다. 거기 나갈 체력이 안 되면 편집만 해서 보내주세요. 제가 전자책을 만들어 이 땅의 모든 분들께 배포해드리겠습니다. 경비는 한 만원쯤 받을까 하는데요.

아직도 할 말이 많은데 예정한 지면을 훨씬 넘어섰네요. 다음에 만날 땐, ‘역사를 보는 눈’을 함께 논의하자고 제안하고 물러가겠습니다.

안녕, 안녕. 9월 1일에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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