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화 논설위원, 성균관대 핀테크융합전공 교수

임병화 논설위원
임병화 논설위원

디즈니(Disney)가 NFT 시장 참여를 확대하고 있다. 1923년 설립된 디즈니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엔터테인먼트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만화를 시작으로 미키마우스,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라이온 킹, 토이스토리, 겨울왕국 등의 애니메이션, 그리고 스타워즈,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어벤져스 등의 히어로 영화 모두 디즈니가 창조하고 제작한 작품들이다. 대한민국 성인 대부분이 알 만한 애니메이션과 영화에 대한 지식재산권(IP)을 갖고 있고, 풍부한 컨텐츠를 바탕으로 디즈니+의 OTT 사업에도 진출해 있는 상황이다.

디즈니는 작년 11월 ‘Golden Moments’ 컬렉션에 대해 처음으로 NFT를 발행했다. 월트와 미키마우스의 파트너 동상은 가장 비싼 디즈니 NFT로, 초기에 333달러에 판매되었는데 현재는 1만 달러가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올해에는 스파이더맨을 비롯하여 더욱 다양한 캐릭터에 대한 NFT를 발행하였다.

디즈니 NFT는 베베(Veve)라는 모바일 앱을 통해 구매할 수 있는데 이는 ‘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클럽(BAYC)’이나 ‘미비츠(Meebits)’와 같은 유명 NFT를 구매하는 것과 비교하여 접근성이 월등히 높은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NFT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메타마스크(MetaMask)와 같은 가상자산 지갑과 오픈씨(OpenSea) 등의 마켓플레이스를 연동해야 한다. 그러나 디즈니는 전용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식을 선택하였다.

디즈니가 NFT 시장에 참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까지 발행된 디즈니 NFT를 살펴보면 캐릭터 자체에 대한 NFT가 아닌 캐릭터에 대한 디지털아트 작품을 NFT로 발행하고 있다. 캐릭터 라이센스는 디즈니가 갖고 있고 모바일 NFT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수집품 형태의 디지털아트 NFT를 거래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디즈니 NFT 발행 목적은 홍보에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만약 디즈니가 캐릭터의 디지털아트 NFT가 아니라 캐릭터 자체를 NFT 발행하여 판매한다면 어떻게 될까? 예를 들어 디즈니가 스파이더맨 NFT를 발행하여 판매한다면 스파이더맨에 대한 라이센스는 더 이상 디즈니 소유가 아닌 NFT 소유자의 것이 된다. 이것은 마치 과거 디즈니가 경영난으로 인해 소니픽처스에 스파이더맨의 판권을 판매하고 난 후 소니픽처스가 스파이더맨 영화를 제작한 상황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NFT의 소유자가 저작권과 상표권을 모두 소유하는 형태이다.

디즈니가 저작권과 상표권을 포함한 NFT를 발행할 가능성은 없지만, 탈중앙화된 디즈니를 꿈꾸는 BAYC가 발행하는 NFT는 캐릭터에 대한 저작권과 상표권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즉, BAYC 캐릭터에 대한 상업적 권리를 NFT 소유자들에게 모두 제공하고 있다. 특정 상품에 NFT 캐릭터를 삽입하여 판매할 수 있고, NFT 캐릭터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이나 웹툰, 뮤직비디오, 영화 등을 제작하여 상업적으로 판매할 수 있다. 실제 아디다스(Adidas)는 작년 12월 그들이 보유한 BAYC NFT와 합작한 상품을 내놓기도 하였다.

BAYC는 IP 독점권을 바탕으로 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대형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에게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다. IP의 개방성과 확장성을 바탕으로 누구나 창작자가 될 수 있고,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형태의 엔터테인먼트가 탄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아디다스가 보유한 BAYC NFT는 유명 캐릭터가 되었으며, 인터넷 또는 메타버스에서는 아디다스의 또 다른 모습이다.

IP의 개방성과 확장성에 더해 창의성이 추가된 ‘Loot’ 프로젝트도 등장하였다. 단순히 8개의 아이템 리스트가 적혀 있는 NFT로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게임의 아이템이 될 수 있다. 8개의 리스트를 제외하곤 아이템의 그래픽이나 적용 방식 등의 규칙 등이 전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템이 되기 위해 부족한 부분은 사람들이 직접 채워 넣어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고 있다. 논펀저블닷컴에 의하면 최근 일주일 동안 Loot 프로젝트는 BAYC 프로젝트보다 많은 거래가 있었다.

이렇듯 NFT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BAYC나 Loot가 탈중앙화된 디즈니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예상도 있지만, 아직은 시기상조이긴 하다. 하지만 디즈니가 올해 NFT 전문인력에 대한 공고를 내고, NFT 발행을 늘리는 등 NFT를 통해 개방성을 확대하려는 모습은 분명하다. 앞으로 NFT를 활용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 변화를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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