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호 논설위원,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도시설계)

김기호 논설위원
김기호 논설위원

광화문광장이 다시 개장했다. 그동안 말도 많았고 공사도 하느냐 마느냐의 위기를 겪기도 했으나 이제 개장하며 큰 걸음을 향한 한 발짝을 떼었다고 본다. 광장은 아무래도 건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며 가꾸고 의미를 더해 가는 것이다. 지난 세월 광화문 앞 공간의 변화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지속적으로 다음과 같은 점을 추구해 우리 모두 좋은 광장을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광화문과 앞마당. 좌측에 의정부, 우측에 삼군부가 위치하고 있으며 가운데 월대와 해태상이 보인다. 사진; 김기호(2014.9.) 서울역사박물관 전시 모형.
광화문과 앞마당. 좌측에 의정부, 우측에 삼군부가 위치하고 있으며 가운데 월대와 해태상이 보인다. 사진; 김기호(2014.9.) 서울역사박물관 전시 모형.

첫째, 광화문광장은 그 독특한 형태와 의미로 세계 속 유수한 광장이 될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현대적 광장에 대한 논의는 길지 않다. 그러나 광화문과 그 앞마당은 이미 600여 년 전 도시의 계획부터 구상되고 형성된 공간환경이다. 서울의 도시구조에서 광화문광장은 오늘까지도 도시의 중심축으로 굳건히 자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서울 도시계획의 준거 틀로 작용할 것이다. 

광장에서 북쪽으로 보이는 광화문-경복궁-백악마루-보현봉(북한산 줄기)-하늘로 연속하는 경관은 상향(上向)의 위계와 공간적 깊이를 보여주고 있으며 이는 반대 방향으로 왕의 권위가 하늘로부터 내려오고 지맥을 거쳐 그 기운이 궁궐과 도시에 미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천상과 지상을, 자연과 도시를 연결하는 상징적 장치의 접점에 광화문광장이 있다. 이제 국민이 역사적 중심축의 주인이 되는 현대적 광장이 조성된 것이다. 광화문광장은 우리의 자연관과 역사가 도시계획 및 경관설계를 통하여 잘 구현된 장소로서 우리와 세계 모든 방문객들이 함께 알고 즐기는 곳이 되어야 할 것이다.

광장에서 북측으로의 경관. 광장-광화문-경복궁-백악마루-보현봉(우측으로 살짝 보임)–하늘로 높은 곳을 향하여 상향적으로 전개된다. 이는 하늘과 권력과 땅을 잇는 매우 상징적 축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진; 김기호(2015.6.).
광장에서 북측으로의 경관. 광장-광화문-경복궁-백악마루-보현봉(우측으로 살짝 보임)–하늘로 높은 곳을 향하여 상향적으로 전개된다. 이는 하늘과 권력과 땅을 잇는 매우 상징적 축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진; 김기호(2015.6.).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와 병행하여 세종대로 사거리부터 서울역까지 세종대로의 차로가 축소되고 보행로가 넓어지며 자전거로가 좌우로 설치되었다. 사진; 김기호(2021.5.), 덕수궁 앞.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와 병행하여 세종대로 사거리부터 서울역까지 세종대로의 차로가 축소되고 보행로가 넓어지며 자전거로가 좌우로 설치되었다. 사진; 김기호(2021.5.), 덕수궁 앞.

둘째,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는 서울 역사 도심이 인간 중심의 도시가 되어야 함을 천명하고 있다. 도심의 교통을 승용차 중심으로 할 것이냐 또는 대중교통과 보행 중심으로 할 것이냐는 세계의 많은 대도시에서 이미 끝난 논쟁이다. 서울도 예외가 아니며 그동안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의 편의를 추구하여 매우 성공적인 사례로 세계에 알려져 있다. 이제 보행을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대중교통 이용 증진에서 열쇠는 보행환경의 품질이다. 대중교통 이용 전과 후에 보행이 필수적이며 대중교통 이용자는 그 후에도 계속 보행이 주된 교통수단이기 때문이다. 광화문광장이 도시중심축으로서 의미가 약화되는 것을 수용하면서 광장을 세종문화회관 측에 붙여 편측(片側) 광장을 만들어 그동안 이용에 불편함을 야기했던 중앙분리대형 광장을 벗어나고자 한 것도 보행자의 이용과 편리에 방점을 둔 결정이다. 이는 광화문-세종대로 사거리 구간 전체가 미래에 보행광장이 될 것을 염두에 두며 그 중간 단계의 환경조성을 이룬 것이다.

마침 청와대가 국민에게 열리며 그동안 단절되었던 시가지(광장)에서 경복궁을 거쳐 백악마루에 이르는 중심축도 온전히 국민에게 개방되었다. 왕조시대부터 권위주의 시대를 거쳐 이제 국민이 주인인 시대에 걸맞게 공간환경 여건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런 모든 여건 변화는 광화문광장이 서울 역사도심의 중심이며 보행 친화적 인간도시의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새 광화문광장의 평면도(좌)와 조감도(우). 세종문화회관 측(좌측)에 붙여 배치하여 연접시설과 광장이 밀접하게 되고 여름의 오후 시간 광장에 그늘이 드리워져 다양한 이용이 기대된다. 광장 좌우측의 작은 숲들이 보완적 역할을 할 것이다. 사진; ‘광화문광장’ 웹사이트 (https://gwanghwamun.seoul.go.kr/main.do).
새 광화문광장의 평면도(좌)와 조감도(우). 세종문화회관 측(좌측)에 붙여 배치하여 연접시설과 광장이 밀접하게 되고 여름의 오후 시간 광장에 그늘이 드리워져 다양한 이용이 기대된다. 광장 좌우측의 작은 숲들이 보완적 역할을 할 것이다. 사진; ‘광화문광장’ 웹사이트 (https://gwanghwamun.seoul.go.kr/main.do).
미디어 파사드로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광화문 앞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광장의 품격에 맞는 역사, 문화, 예술의 창조적인 소식을 생생하게 전하는 발신지가 되기를 기대한다. 사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웹사이트 (https://www.much.go.kr).
미디어 파사드로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광화문 앞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광장의 품격에 맞는 역사, 문화, 예술의 창조적인 소식을 생생하게 전하는 발신지가 되기를 기대한다. 사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웹사이트 (https://www.much.go.kr).

셋째, 광화문광장 지역은 우리 역사와 문화를 알고 알리는 발신지가 될 것이다. 광장은 빈 마당으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를 둘러싸는 건축물이나 시설로 완성된다. 역사적 장소(광화문과 경복궁, 의정부 등 고고유적지), 문화예술 활동(대한민국역사박물관, 세종문화회관, 교보문고), 국제교류 기관(외교부 및 정부 서울청사와 미국대사관), 그리고 미디어 및 서비스기능(KT 및 오피스빌딩과 상가) 등이 광장의 주요 구성원들이다. 우리 역사와 문화, 그리고 예술을 알고 즐기며 현장에서 그 생생한 소식을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세계의 친구들과 공유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장소는 없을 것 같다.

앞으로 광장에서 일어날 다양한 문화이벤트와 일상생활이 어떤 형태로 전개될지 매우 흥미롭다. 이미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세종문화회관, KT건물 정면, 교보빌딩이 미디어 파사드나 광화문글판을 운영 중이거나 준비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광장에 면한 역사와 문화시설들이 ‘광화문광장 OO호’라는 주소를 사용할 수 있다면 ‘광화문광장’은 훨씬 실감 나는 문화발신 주소지로 사람들에게 기억될 것이다. 현재 도로명 주소체계(도로+건물번호)가 ‘도로’만 주소명으로 사용하는 것이 매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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