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구 언론인, 바른사회운동연합 자문위원

이석구 바른사회운동연합 자문위원
이석구 바른사회운동연합 자문위원

마치 초짜 배우들이 감독의 연출이나 대본도 없이 연기하는 것 같다. 면허를 갓 딴 초보 운전자가 서울 도심을 달리는 것처럼 보인다. 출범 100일도 안 된 윤석열 정권에 대한 묘사다. 정권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린다. 중구난방이다.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지지율은 28%까지 떨어졌다. 지지층마저 등을 돌린 결과다.

70대를 제외하고는 모든 지역과 연령층에서 부정 평가율이 긍정 평가율보다 높다(갤럽 7월26~28일 조사). 문제는 IMF사태에 버금갈 만한 경제위기가 터진 것도, 외교 안보적 참사가 벌어진 것도 아닌데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점이다. 야당과 반대진영에서는 탄핵마저 거론하고 있다. 자칫 식물 대통령이 될 위기다.

이 같은 총체적 난국은 대통령을 비롯 여당 집행부의 실수나 실언, 태도, 정무감각 부족에서 비롯됐다. 그 예를 들자면 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다. 편중된 인사, 이준석 대표 징계, 당내 갈등, 권성동 원내대표의 잇단 자충수, 대통령의 안이한 정국 인식, 김건희 여사 문제 등등…

지난달 27일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이 윤 대통령과 나눈 텔레그램방의 사적 대화가 노출됐다. 이는 지지율 하락에 결정적 한 방이 됐다. ‘내부 총질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라는 윤 대통령의 문자메시지는 이준석 대표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는 이준석 대표 징계에 윤심(尹心)이 작용했다는 물적 증거가 됐다. 이 대화 노출은 권성동 대표직대의 사퇴, 최고위원 사퇴, 비대위 구성으로 이어지는 등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여당 대표 정도 되는 사람이 어떻게 이런 실수를 저지르는가.

이 대표 찍어 내기는 이제 돌아올 수 없는 수순을 밟고 있다. 이 대표의 퇴로마저 막아버렸다. 싸움꾼 이 대표가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연일 당을 향해 포화를 퍼붓고 있다. 대선 때 50%가 넘게 윤 대통령을 지지했던 20, 30세대 남성들도 돌아섰다. 이 대표의 가벼운 행동이나 내부 총질 등 갈등 유발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그러나 이는 대선 때 갈등을 봉합한 것처럼 대통령의 지도력으로 풀어야 했다. 그게 지도자다. 결국 이 대표 찍어 내기는 여당 지도부 공백과 지지율 하락만 가져왔다.
비대해진 경찰 통제를 위해 추진된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도 그렇다. 간섭을 좋아할 조직이나 사람은 세상에 없다. 그런데도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 여론 수렴, 경찰 반발 무마 등 잡음을 없애는 주도면밀한 노력이 없었다. 결국 전국 총경모임 등 경찰 사상 초유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경찰국 신설 반대가 찬성을 웃도는 등 여론전에도 실패했다. 현 정권은 서툰 정책 추진으로 14만이나 되는 경찰 중 상당수를 적으로 돌렸다. 경찰의 문민통제라는 정당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사와 행정 관료, 영남 편중 인사 문제도 마찬가지다. 특히 검사 출신이 내각과 대통령실 다수를 차지했다. 대통령이 주로 아는 사람들 중에서 뽑은 결과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공정과 상식은 편중 인사로 빛이 크게 바랬다. 이에 대한 비판에 윤 대통령은 “과거 정부에서 이처럼 능력 있는 인사를 본 적 있느냐”고 오만하게 응수했다. 이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가장 큰 요인(21%, 갤럽)이 됐다.

김건희 여사 문제도 그렇다. 김 여사의 언행은 대선 때부터 지지율을 까먹는 요인 중 하나다. 김 여사는 그동안 유튜버 기자와의 7시간 대화 녹취 폭로, 개 사과, 양산 문 전 대통령 방문 시 지인 동행, 지인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등으로 숱한 구설수에 올랐다. 김 여사의 대외활동이 미칠 파장에 대한 정무적 고려도 없이 밖으로 노출된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를 세밀히 관리하는 시스템이 대통령실에는 없다.

여당과 정부, 대통령실은 지지율 하락에 갈팡질팡,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방으로 가려던 휴가도 취소, 서울에 머물며 난국 타개책 강구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지금 어떤 정책을 내세워도 단기간 내 지지율 반등이 쉽지 않다. 지지율 하락의 주요인이 현 정권의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변했다는 메시지를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집토끼를 다시 불러들여야 한다.

선거전이 한창이던 지난 1월 윤 후보의 선대위 갈등이 지금과 너무 유사하다. 당시 윤 후보 선대위는 이준석 대표의 당무 이탈,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의 엇박자로 인한 지지율 하락으로 총체적 난국에 빠졌었다. 그때 윤 후보는 선대위 해체라는 강수로 위기를 극복했다. 두 번이나 가출했던 이준석 대표도 끌어안았다. 지금이 바로 그런 상황이다.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의 전면 쇄신이라는 충격요법이 절실하다. 체면이나 자존심 때질 때가 아니다. 치밀한 각본과 연출, 절제된 언행도 뒤따라야 한다. 검찰 다루듯 국정을 운영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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