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찬국 논설위원, 전 충남대 무역학과 교수

허찬국 논설위원
허찬국 논설위원

뉴스에 따르면 요즘 각국 중앙은행들이 춤바람났다. 연일 이들의 다양한 ‘스텝’에 대한 보도가 끊이지 않고 있어 몸치인 필자까지 차차차 하고 싶게 만든다. 지난 20여 년간 국내외 중앙은행의 행적을 살펴 춤바람난 사정을 알아보자.

올들어 미국과 한국 정책금리가 빠르게 오르며 얼마나 더 오를지, 미국의 경우 내년에는 내려올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최근의 수직 상승에 국내외 금융시장이 좌불안석하고 있다.

금리는 돈을 빌릴 때 물어야 하는 비용, 즉 돈의 가격이다. 시중에 돈이 지나치게 많으면 물가가 오르는 일이 반복되며 각국의 중앙은행은 물가가 올라 돈의 가치, 즉 통화의 구매력이 떨어진다. 20세기 중반 이후 주요국에서는 통화가치 안정을 우선시하는 통화정책이 시행되며 물가가 오르면 정책금리가 오르고 다시 물가가 안정되는 패턴이 되풀이되었다. 하지만 지난 20년 가까이 물가가 안정적이어서 통화정책도 물가보다는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안정에 초점을 맞춰 운용되었다. 국내외 통화정책의 주요 특징과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2000년 이후 현재까지 전체 기간에 걸쳐 금리는 대체로 낮아졌다. 두 가지 사건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와 세계적 경기침체 여파로 물가가 안정되었고, 2020년 팬데믹 확산으로 실물경제 부진이 이어졌다. 이 기간 시중에 돈이 돌지 않아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인플레이션보다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이 더 큰 화두였다.

하지만 최근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팬데믹 충격이 가시며 최근 실물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에 발맞추어 그간 국제 공급망 차질을 겪었던 자동차 등 일부 내구소비재 가격이 오르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물가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 긴 동면(冬眠)에서 깨어난 인플레이션의 위세에 놀란 중앙은행들은 빠르게 금리를 올리고 있다.

둘째, 최근 통화정책 당국의 ‘입’에 시선이 집중되었다. 격변기에 정책 당국의 의중을 잘 읽어야 향후 정책금리 향방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간접적인 힌트를 넘어 앞으로 예상되는 금리 인상 수준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구두개입’이 이루어지고 있다. 향후 정책조치가 ‘베이비스텝‘ ’빅스텝’ ‘자이언트스텝’ 중 어떤 것이냐가 초미의 관심사다. 즉, 예상되는 정책금리 인상 폭이 0.25%p, 0.5%p, 0.75%p 중 어느 것이냐이다. 과거에는 베이비스텝이 보통이었다.

중앙은행의 구두개입 중 아마도 가장 유명한 것은 2012년 7월 당시 유럽중앙은행 총재 마리오 드라기의 “Whatever it takes”라는 언급이다. 이는 유로화를 사용하는 국가들 중 그리스 등이 심각한 재정위기로 공동 통화인 유로화를 포기해야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치솟자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유로화를 안정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한 것이었다. 물론 이탈리아 출신의 그의 발언이 시장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었던 것은 유로화의 맹주 독일의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겠지만 드라기의 발언은 구두개입의 백미로 남아 있다.

셋째, 미국의 7월 0.75%p 금리 인상으로 한미 금리가 역전되었다. 2000년 이후엔 보통 한국의 금리가 더 높았으나 단기간에 걸쳐 한미 금리가 역전된 경우도 있다. 이런 양상은 양국 정책금리의 변동 폭 차이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미국은 금리를 올릴 때 더 높게 올리고, 내릴 때는 더 낮추기 때문에 미국의 금리가 한국보다 더 높은 경우가 나타났던 것이다. 통 큰 미국의 연지준에 비해 한국은행은 소심해 보인다. 그 차이는 금리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미국의 입장에 더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한국 중앙은행의 정치적 독립성과 위상이 중요한 원인(遠因)이 아닌가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미국 금리의 앞으로의 향방이다. 시중에는 조만간 미국 실물경제 부진이 더 가시화되면서 내년에는 정책금리가 내려올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과연 그럴까? 이어지는 자이언트스텝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금리는 2008년 이전 기간까지 포함하면 결코 높은 수준이 아니다. 2018년에도 현재 수준까지 인상되었으나 그 이후 팬데믹의 충격에 크게 떨어졌다. 단순히 생각해 내년에 실물경제가 크게 위축되지 않는다면 인상된 미국의 금리가 내려오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 국내외 물가 상승세가 휴지(休止)하는 양상이라 다행스러운데 이런 모습이 얼마나 더 이어질지 확실치 않다. 아무래도 중앙은행의 춤바람은 좀 더 이어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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