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뒤 나온 후속작에 열광하는 이유는?

‘탑건: 매버릭’의 공식 영화 포스터.
‘탑건: 매버릭’의 공식 영화 포스터.

코로나로 인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영화관도 빠르게 활기를 찾고 있다. 기대를 모으던 작품이 개봉하거나 개봉을 앞둔 상황. 현재 흥행 대열 선두에 있는 영화를 꼽자면 단연 톰 크루즈 주연의 ‘탑건: 매버릭’이다. 한국 개봉 8일 만에 200만 넘는 관객이 이 영화를 선택했다. 추억 속 영화 ‘탑건’을 기억하는 이들만이 아니라 세대 불문하고 극장을 찾는다. 지금까지 많은 영화가 후속작을 냈지만 ‘탑건: 매버릭’은 다른 특별함이 있다. 영화 관람을 앞둔 독자를 위해 스포일러가 될 만한 이야기는 최대한 빼고 영화 본 뒤 생각을 정리했음을 알린다.

이런 후속작은 본 적이 없다
영화의 후편이 제작되는 몇 가지 기준이 있다. 처음부터 후속작을 염두에 뒀다거나 전편이 엄청난 흥행을 거둬 후광 효과를 기대할 때다. 이 영화가 혹시 어디에 속하냐고 묻는다면 후자가 맞겠지만 딱 들어맞지는 않는다. 전작에서의 관계 등을 그대로 가지고 이야기를 구성했으나 36년이라는 세월의 공백이 문제다. 1986년 영화가 흥행하고 바로 풋풋한 모습을 한 젊은 톰 크루즈가 후속편이 나왔으면 좋았으련만. 그가 “‘탑건’을 능가하는 스토리가 나오지 않는다면 절대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고집했다는 후문은 유명하다. 그러다 보니 2022년이 됐다. 

후속작이 늦어지게 되면 주인공은 대부분 전작과 관계있는 젊은 사람이 지목됐다. 주인공의 아들이나 딸 등 후손 말이다. 예를 들어 영화 ‘타짜’ 후속으로 나온 2편의 주인공은 1편 주인공 ‘고니’의 조카이고, 3편에서는 타짜 1편에서 배우 주진모가 연기했던 ‘짝귀’의 아들이다. 터미네이터 후속편의 주인공은 전작 새러 코너의 아들이 되는 식이다. ‘탑건 매버릭’만큼이나 긴 시간이 지나 네 번째 편이 제작된 영화 ‘매드맥스’(1편 1979년/ 2편 1981년/ 3편 1985년/ 4편 2015년)는 세계관만 그대로 유지한 채 새로운 배역과 배우로 교체됐다.

그런데 ‘탑건: 매버릭’의 주인공은 시대를 한참 지나서 왔는데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톰 크루즈다. 예전 작품의 뼈대를 그대로 가지고 와서 향수도 자극하고 지금 세대도 공감할 수 있는 이유가 있다면? 바로 톰 크루즈의 빛나는 자기 관리 덕분이다. 환갑이 넘은 나이이지만 영화 속에서 로맨스와 액션이 어색하지 않다. 여전히 설레고, 박진감 넘치는 모습에 세대를 막론하고 열광하기에 충분하다.

톰 크루즈가 만약 지금 방부제 외모를 유지하지 못했다면? 주인공은 다른 영화처럼 후손의 관점에서 스토리가 쓰였을 것이다. 아니면 후속작이 아닌 리메이크 작품이 나왔을지도 모른다. 이번 영화에도 주인공으로 만들어질 수 있었던 인물이 등장한다. 명확하게 그의 전사(영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추측할 수 있는 배역의 일대기)도 충분하게 대사로 소개되기는 하지만 탑건이라는 영화를 이야기할 때 톰 크루즈 대체재는 상상할 수 없다. 톰 크루즈가 탑건이고, 탑건이 톰 크루즈이니 말이다.

탑건을 찍은 이후 비행 조정은 물론 비행 관련 자격증과 액션 연기에 필요한 자격증을 따냈다는 톰 크루즈. 60세가 넘은 나이에도 젊고 멋진 모습으로 스크린을 장악한다. 영화 스틸컷.
탑건을 찍은 이후 비행 조정은 물론 비행 관련 자격증과 액션 연기에 필요한 자격증을 따냈다는 톰 크루즈. 60세가 넘은 나이에도 젊고 멋진 모습으로 스크린을 장악한다. 영화 스틸컷.

오랜만에 만난 동창 같은 영화
이야기와 영상 구성을 전작과 거의 비슷하게 초점을 맞추고 있기에 그 시절 그때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장면이 드라마처럼 삽입됐고, 영화음악도 고스란히 옮겨와 추억 소환에 가속 페달을 밟는다. 마치 동창회장에 갔는데 장내 불이 꺼지더니 오래전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내 젊은 시절을 만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영화를 보는 내내 얼굴 한 번 안 보고 살던 친구를 다 늙어서 만나 “이 친구는 어디가 아프고, 저 친구는 사고로 죽었고, 자식이 이렇게 성장했대”라며 이야기하는 듯하다. 그러고 보니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도 주연배우인 톰 크루즈도 다시 모였는데 10년 전 세상을 떠나 함께 할 수 없었던 토니 스콧 감독의 빈자리가 못내 아쉽다.

첫사랑의 기억, 제니퍼 코넬리
영화의 주된 이야기가 미 해군 탑건 안에서 이뤄지지만 역시나 사랑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톰 크루즈가 등장한 것처럼 상대 배우로 나왔던 켈리 맥길리스가 나왔어야 했지만, 현재 그녀 나이 64세. 근황 사진을 보면 과거 금발 미녀 대신 세월 속에 자연스레 익어간 중년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번 영화에서 톰 크루즈의 상대역은 52세 중년 배우인 제니퍼 코넬리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에 등장했던 어린 제니퍼 코넬리. 영화 스틸컷.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에 등장했던 어린 제니퍼 코넬리. 영화 스틸컷.

제니퍼 코넬리 하면 바로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1984년 작품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이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누들스가 발레하는 여자아이 데보라를 훔쳐보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여자아이가 다름 아닌 제니퍼 코넬리다. 엔니오 모리코네가 작곡한 영화음악 '데보라의 테마'와 함께 나오는 그녀의 어릴 적 모습은 지금 다시 봐도 아름답다. 그녀가 탑건 전작에 나온 것은 아니지만 등장할 때마다 흑백사진의 한 장면 같은 어릴 적 그녀 모습이 떠오른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일지도 모른다. 톰 크루즈의 연인으로 나올 만한 예쁜 중년 여배우가 할리우드에 한둘은 아니다. 그러나 1980년대를 대표하는 작품에서 최고의 장면에 나왔고, 지금도 여전히 아름다운 배우는 제니퍼 코넬리 한 사람 말고는 없다. 오랫동안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지만, 초기작 하나 말고는 떠오르지 않던 그녀를 탑건 매버릭의 뮤즈로 다시 기억하게 됐다.

탑건: 매버릭 속 제니퍼 코넬리. 50이 넘은 나이에도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영화 스틸컷.
탑건: 매버릭 속 제니퍼 코넬리. 50이 넘은 나이에도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영화 스틸컷.

친절한 톰 아저씨 한국 오다
이 영화가 기대 이상의 흥행 성적을 보이는 이유 중에 이처럼 제대로 된 추억의 현실화도 있지만 주요 배우의 내한 효과를 빼놓을 수 없다. 코로나로 인해 외국 유명인의 한국 방문이 뜸했으나, 톰 크루즈는 영화 홍보를 위해 공식 일정 하루 전 자신의 비행기를 타고 와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팬들과 셀카를 찍고, 레드카펫 행사에서는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K 하트를 만들어 팬들에게 보이고 영화도 함께 관람했다. 이 정도면 ‘톰 아저씨는 역시 친절했다’는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최고의 팬서비스에 영화도 좋은데 흥행이 안 된다면 도대체 어떤 영화가 흥행할 수 있겠나 싶다.
영화가 역동적이고 볼거리 또한 넘치니 아이맥스(대형 화면), 스크린X(영화관 내 3면을 영화 스크린으로 활용), 4DX(영화 내용과 상황에 맞춰 좌석이 움직이고 물도 뿌림) 등으로 스크린을 옮겨서 관람하는 관객도 있다. 이외에도 영화 얘기는 넘쳐나지만, 아직 상영 중이니 영화관에서 관람하시길. 코로나 팬데믹이 조금씩 가라앉고, 영화관에 다녀오니 드는 생각이 있다. 영화는 역시 영화관에서 봐야 제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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