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선 논설위원, 기업&경제연구소장, 연세대 산업협력 교수

이주선 논설위원
이주선 논설위원

윤석열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 과제는 ‘규제개혁’이다. 윤 대통령은 모든 부처가 규제개혁 추진을 주무 부처처럼 하라고 지시했고, 한덕수 국무총리는 그 이행을 위해서 각 부처에 규제개혁추진단을 설치하게 했다. 왜 경제적 난국 극복에 대대적 규제개혁 추진이 중요할까?

경제학적으로 규제는 시장실패 보정수단이고, 행정학적으로는 정부의 공익 추구의 핵심 정책수단이다. 시장실패는 가격을 통한 배분이 불가능한 영역들이다. 경제학은 시장실패의 전형적 사례들로 공공재, 외부성, 자연독점, 정보의 비대칭성과 불완전성 등을 열거한다. 규제는 시장실패를 보정하는 중요한 수단이므로 명분이나 목적상으로는 좋은 것이다.

이 규제론을 규제의 공익이론(public interest theory)이라 하고, 지금도 대다수 학자, 공무원, 언론과 많은 국민들이 공익이론을 따라서 규제 강화를 주장한다. 이는 거의 전 세계적 현상이며 특히 정부를 만병통치약처럼 여기는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그런 것이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그러나 이미 시카고학파는 1960년대부터 규제가 공익보다는 사익(private interest)을 위해서 이익집단이 공무원들을 포획(capture)함으로써 도입된다는 것을 밝혀내기 시작했다. 그 후 경제학은 사익 추구를 규제 도입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인정하고 있다. 다양한 논쟁을 거쳐서 경제학의 규제 인식은 행정학과 정치학 등 여러 학문에서도 받아들였다. 이렇게 규제가 공익이 아닌 사익 추구 도구로 활용된다는 이론을 규제의 포획이론(capture theory) 또는 경제이론(economic theory)이라 한다.

이에 따르면 규제는 그 표방 명분이나 목적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사익 보호라는 나쁜 의도와 목적으로 도입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므로 도입할 때 신중한 고려와 견제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대개 규제는 규제자와 특정 규제대상의 의도와 이익에 봉사하고, 규제대상 중 대다수인 일반 국민과 소비자의 자유와 권리를 제약하거나 책임이나 의무를 부과한다.

그렇다면 왜 규제는 포획되는가? 공무원은 공익을 위해서 일하도록 세금으로 보수를 주는 공복들(civil servants)이다. 그러나 공무원들도 정무직이든 관료든 모두 사익을 추구하는 개인이다. 선출직 공직자인 대통령과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장·차관 포함 모든 관료도 선거 승리와 직위 보전 및 승진, 보수 등 사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이 사적 이해관계가 공무원들의 직무 수행과 의사결정에서 우선순위가 대단히 높으므로, 공무원들은 이에 유리한 상황을 조성해주는 이익집단을 선호한다. 공무원들은 이 이익집단들에게 반대급부로 유리한 입법이나 규제를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규제를 포획하는 데 거래비용이 작은 기업이나 노조 등 소수로 구성된 이익집단이 더 유리하다. 그러므로 이들의 이익을 반영하는 규제들이 많이 도입된다.

공무원들이 이익집단에 포획되어 공익 저해 규제가 도입되는데, 이처럼 정부가 본연의 사명과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상태를 정부실패(government failure)라고 한다. 정부실패는 시장실패보다 훨씬 보정이 어렵다. 정부실패는 정치적 조정과 인센티브 구조의 왜곡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대개 정부나 국민들은 정부실패 발생 부분을 축소나 폐지하기보다는 더 ‘큰 정부(big government)’를 만들어서 고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큰 정부를 통한 보정은 ‘고양이에게 더 큰 생선을 맡기는 것’과 같다. 그 증거는 공산주의 소련이나 동유럽 국가들, 복지국가를 추구한 서유럽 국가들의 몰락과 쇠퇴이다.

규제가 사익 추구 가능성이 높고, 정부실패가 상대적으로 더 심각하다면, 규제개혁은 경제적 효율성과 시장경쟁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서 정부가 반드시 추구해야 할 핵심 정책대안이다. 그러므로 규제개혁은 특정 규제를 특정 이해당사자를 위해서 완화하거나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니어야만 한다. 오히려 규제가 민원성, 특혜성을 지닌 것이고, 규제개혁은 이를 시정하는 것이어야 한다. 만일 규제개혁이 단순한 민원해소 차원이라면 이는 또 다른 이해관계 포획의 결과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의 논의가 규제는 모두 선하지 못하고, 비효율적이고, 악한 것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이미 환경, 안전, 식품위생, 보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상당한 진전을 규제로 실현한 바 있다. 심지어 바람직하지 못한 것으로 간주되는 가격·물량·진입 등 경제적 규제(economic regulation) 중 일부조차 경제발전에 때로는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규제에도 좋은 규제와 나쁜 규제가 있다.

규제개혁은 일방적인 규제의 폐지나 완화가 아니라, ‘보다 좋은 규제(better regulation)’를 선택하여 나가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규제개혁은 정부의 핵심 정책수단인 규제 품질을 높이는 것이다. 따라서 규제개혁은 포획된 규제의 환원, 시장의 거래비용을 낮추는 기준과 제도의 강화, 불투명성과 유착 가능성 배제로 민간 경제활동의 자유와 창의성 확대, 권한 남용과 부정부패 가능성의 축소, 투명성과 객관성의 강화 등을 성과로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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