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희 연구원] 이 글은 오는 22일 ‘2014 대한민국 CSR 국제컨퍼런스‘에 주제발표자로 참석하는 기어리 시키치(Geary W. Sikich) 로지컬 매니지먼트 시스템(Logical Management Systems) 대표의 글’Black Swans, Shapeshifters and Flexibility‘를 번역했습니다. 글이 길어 3차례에 걸쳐 나눠 싣습니다.

관점

오늘날 시류에 편승, 블랙스완(Black Swan) 개념의 한 측면만 부각하거나 교묘히 뒤섞어 마치 자기가 만들어낸 개념인양 떠들어대는 전문가들을 적지않게 본다. 나는 최근 누군가 ’블랙 스완 사냥의 장인(匠人최고전문가)’ 즉. ‘마스터 블랙스완 헌터’(Master Balck Swan Hunter)가 되겠다고 하는 내용의 글을 읽었다. 여기서 내가 궁금한 점은 마스터 블랙스완 헌터의 정의다. 그럼 블랙 스완 헌터가 되고싶은 견습생도 있고, 인증받은 블랙 스완 헌터도 있다는 의미인가?

분명 마스터 블랙 스완 헌터(Master Black Swan Hunter)의 지위를 획득하려면 어떤 뚜렷한 기준이있어야 한다. 내 말은 어떻게 한 사람이 그런 완전한 지위에 이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우선 내가 추측하는 블랙 스완의 개념은 발생가능성이 극도로 작은 사건이다. ‘블랙 스완 :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않은 일들이 주는 임팩트’(The Black Swan: The Impact of the Highly Improbable)’의 저작 나심 니콜라스 탈렙(Nassim Nicholas Taleb) 역시 블랙 스완에 대해 완벽히 마스터하지는 못했다. 그게 아니라면 우리는 그가 ‘마스터 블랙 스완 헌터’라고 제목을 붙이지 않은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한다.

나심 탈렙이 말하는 블랙스완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블랙스완은 3가지 특징을 지닌 발생가능성이 매우 낮은 사건을 말한다. 3가지 특징은 예측 불가능한 사건, 엄청난 영향력을 지닌 사건, 마치 일어날 법도 한 일이며 어느 정도 예측한 일이라고 둘러대게 되는 사건 등이다.”

이 세가지 특징을 모두 파악했다면 - 비예측성, 커다란 영향력, 사건 이후의 변명가능성 - 우리는 마스터 블랙스완 헌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문제점

우리는 보통 연속적인 결과들을 불러오는 극히 드문 일이 발생했을 때 정보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이것은 그 사건들의 발생확률이 매우 낮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다. 탈렙은 자신의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단순한 한 사건에만, 한 요소에만 집중하면 사건에서 파생되는 최악의 문제들을 제대로 점검할 수 없다. 결과의 깊이와 폭을 과소평가함으로써 사건의 충격에 따른 놀라움은 더욱 증폭된다.”

탈렙의 책에서 인용한다 :

“내가 계속 반복해왔던 것을 간단히 얘기하자면, 문제는 드물게 발생하는 사건에 대한 지식의 수준이 형편없다는 사실이다. 내가 ‘극단의 세계’(Extremistan 전혀 예기치 못한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고, 정규분포조차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영역)라 부르는 어떤 영역에서는 그 결과가 끔찍하다. [편집자 註 : 탈렙는 이 책에서 일반적인 사회현상은 정규분포인 종 모양을 나타내며 이런 사회를 흰 백조White Swan의 땅인 미디오크리스탄 Mediocristan이라고 이름 지었다. 반대로 종 모양 대신 힘의 논리와 프랙탈 기하학이 적용되는 사회를 익스트리미스탄 Extremistan으로 불렀다. 탈렙은 우리가 살고있는 세상은 미디오크리스탄이 아니라 익스트리미스탄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심각하고 중대한 통계학적, 인식학적 문제다. 우리는 추정 오류의 심각성을 측정할 수 있는 지식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또 아무도 사상사(思想史 history of thought) 관점에서 이 문제를 점검하지않았다. 온갖 무지로 뒤엉킨 완고함, 통계학적 실증적 지식의 틀에 갇힌 생각들과 의사결정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더욱 적극적으로 보자면, 괴델(Kurt Gödel 편집자 註 : 1906~1978. '수학은 자신의 무모순성을 증명할 수 없다'는 '불완전성 정리'를 내놓은 수학자이자 논리학자. 완전한 체계의 존재를 확신하던 논리학자, 수학자들에게 심각한 충격을 주었다)이 주장했던 이런 한계들은 거대한 철학적 결과를 낳았지만 우리는 그에 대해 할 수 있는 게 많지않았다. 반면, 내가 보여줬던 인식학적, 통계적 지식에 대한 한계는 모두 실질적인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4사분면 접근법’(fourth quadrant approach)으로 많은 해법을 찾을 수 있다.“

‘드문’ 사건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발생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위험성을 쉽게 잊는다. 그러므로 당신은 이런 ‘드문 사건’의 다양한 측면을 점검함으로써 위험에 대비해야한다. 2010년 미국에서 발생한 원유유출로 심해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딥워터 호라이즌(Deepwater Horizon) 사건을 예로 들어보자. 많은 사람들은 이 사건을 블랙 스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2010년 베네수엘라 국유회사가 운영하는 굴착선이 침몰했던 아반펄호 침몰사고((Aban Pearl 편집자 註 : 2010년5월13일 베네수엘라 국영회사 PDVSA가 운영하는 굴착선 아반 펄호가 굴착선을 떠받치는 거대한 수중부유시설 중 하나에 물이 차면서 침몰했다. 이 사고로 해안 5마일이상에 기름띠가 뒤덮였다)는 몇개월후 언론에서 거의 다뤄지지않았다. 스완이 너무 멀리 떨어져있어서 못본 것일까? 이제와 돌아보니 알겠다.사건에 대해 많이 알게될수록 블랙스완을 구분해내기가 쉬워진다.

우리는 충분하지 않은 데이터를 가지고 최근의 경험들을 되짚으려는 경향이 있다. 데이터세트(Data set)는 접근이 용이하고 사용 가능한 것을 기반으로 정리되어있다. 다양한 정보를 깊게 분석하거나 연구하여 정리된 것이 아니다. 일반적인 경우에는 이런 데이터세트를 사용하는 것에 문제가 없지만 드문 사건은 언제 발생할지, 어떤 크기로 발생할지 알 수 없으므로 우리에게 적용할 데이터가 없는 셈이다. 기본적으로 사건을 예측한다는 것은 ‘what is possible’ 즉, ‘가능성이 크고 있을 법한 일’을 찾는 행위일 뿐이다.이런 ‘what is possible’은 ‘가능성은 있지만 확신할 수는 없는 일’을 의미하는 ‘what is probable’과 무척 거리가 멀다. ‘what is probable’을 결정하는데는 훨씬 더 많은 노력과 분석이 필요하다.

만약 분석에 있어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거나 경험이 부족하다면 그 분석은 단지 ‘창의적 추측’creative thinking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100년간 발생한 홍수에 대해 분석을 해야 하는데 당신에게는25년 동안의 기록밖에 없다고 해보자. 리스크를 추측하는데 있어 필요한 정보가 완전하지 않다. 당신은 단지 4분의 1의 경우만 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당신은 임의의 규모로 100년 동안 일어난 홍수에 대해 측정해야 한다. 당신은 이런 데이터와 측정으로는 정확한 결과물을 얻기 어렵다. 최근에 발생했던 일본의 지진과 쓰나미를 예로 들어 살펴보자. 지진의 규모를 나타내는 리히터 척도(richter scale)로 측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엄청난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은 없었을까? 만약 지진이 일정 규모를 넘어섰다면 새로운 척도를 만들어내거나 그 사건을 아주 예외적인 현상으로 치부하지는 않을까.

만약 당신에게 경험이 없다면 드문 사건이 발생할 때 어떻게 반응해야할지도 모른다. 드문 사건은 사람들에게 드물게 느껴지는 것이지 진짜로 드물다고는 할 수 없다. 어떤 나라의 재정이 붕괴됐다고 해보자.나라의 역사를 돌아보면 열악한 재정상태가 극히 일어나기 어려운 드문 일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사실은 흔한 문제다. 프랑스는 최소 8번, 스페인은 13번 대외부채 변제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아예 국가부채 변제를 이행하지 않은 국가들도 있다. 오히려 지금까지 국가부채 문제로 디폴트를 선언하지않은 국가가 드물다. 국가부도를 선언한 국가는 최근의 금융위기를 겪으며 더 늘어나고있다. 이런 것들은 탈렙이 말하는 ‘블랙 스완’이라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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