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혁명 시대의 '내 새끼 기르기'

윤석산 시인, 제주대 명예교수
윤석산 시인, 제주대 명예교수

안녕하세요? 선거가 끝나고 나니까 어떠세요? 저는 핏쓱핏쓱 웃음이 나오면서 아주 편하데요. 이제 한동안 말도 안 되는 소리들을 좀 적게 들으며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지난 연재에서 이번엔 자식 교육 요령을 함께 생각해보자고 했지요? 그러자면 우선 지금부터 6년 전인 2016년 6월 다보스 포럼(Davos Forum)에서 독일 태생의 스위스 경제학자 클라우스 슈밥(K. Schwab, 1938∼ )이 말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사회 특징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금쪽같은 내 새끼들을 잘 기르려면 먼저 그들이 살아갈 미래 사회의 모습을 살펴봐야 하니까요.

 클라우스 슈밥.
 클라우스 슈밥.

다 아시겠지만, 제1차 산업혁명은 제임스 와트(James Watt, 1736~ 1819)가 증기기관차를 발명한 1784년 시작됩니다. 그러니까 교통 혁명으로 원자재와 제품 배달이 원활해지고, 그로 인해 자본가와 노동자 계층으로 나뉘기 시작합니다. 그다음 1870년에 시작된 제2차 산업혁명은 전기 터빈이 등장하면서 공업혁명으로 이어지고, 1969년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시작된 3차 산업혁명으로 정보화와 자동화 시대가 열리기 시작합니다.

다보스 포럼 의장이었던 슈밥이 주장한 4차 혁명 시대에 등장한 문화를 요약하면 크게 인공지능(AI), 사물 인터넷(Internet of Things), 메타버스(meta-verse)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컴퓨터만 켜놓으면 연결된 모든 서버의 자료를 모아 정해준 기준에 의해 분류ㆍ해석ㆍ판단해 사용자(user)에게 대처할 방법을 권유하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이 방법은 누구나 다 아실 겁니다. 버그가 가득 찼으니 정리하시는 문자 같은 거 말입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어려운 일은 빅 데이터(Big data)의 수집과 분석입니다. 집 앞 슈퍼에서의 거래는 물론 인터넷쇼핑몰, 은행과 증권 거래소, 휴대전화 통화와 SNS 문자와 영상들, 공영 방송과 유튜브, 도로와 공공건물과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 설치된 CCTV, 정부 각 부처의 기록물, 각 도서관의 도서 내용까지 합친 거라서.

이를 분석해보면 사회 전체의 흐름은 물론 개개인의 움직임과 취향까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어제저녁에 여러분이 TV 앞에서 개표 결과를 지켜볼 때, 인공지능 컴퓨터는 선거 기간에 모은 데이터를 분석해 이미 누가 당선되고 떨어질 건가 알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는 또 ‘사물 인터넷’ 시대를 예고합니다. 그러니까 자기가 만들고 싶은 물건의 재료와 원격 통신에 의해 작동시킬 수 있는 기구만 있으면 뭐든지 만들거나 움직이게 할 수 있는 장치를 말합니다. 그러니까 핸드폰과 에어컨을 연결해 놓으면 집에 들어가기 전에 자기 방을 시원하게 만들 수 있고, 자율주행(自律走行) 차나 드론이 있으면 핸들을 잡지 않아도 저 스스로 달리고 날아가게 만드는 장치를 말합니다. 아내가 너무 이뻐 뽀뽀를 하고 싶을 때 침실 불이 꺼지도록도 만들 수 있습니다.

그가 말하는 메타버스는 ‘verse’와 ‘bus’의 발음이 비슷해 교통 시스템으로 착각할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지요. 그런데 어쩐지 이상해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가상’ 또는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우주’ 또는 ‘현실’을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서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더군요. 그러니까 컴퓨터를 이용하여 실제처럼 느끼게 만드는 방식을 말합니다.

가령 어느 날 창밖 빌딩의 숲을 바라보다가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풀꽃 향기를 맡으며 쉬고 싶었다고 합시다. 컴퓨터를 작동시키면 창밖 빌딩들이 흔들리는 나무와 꽃들로 바뀌고, 에어컨에서 꽃향기가 섞인 바람이 불고, 아름다운 미인과 한잔 하고 싶으면 춘향이가 술잔을 올리며 노래하도록 만드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아직 촉감(觸感) 문제만 해결하지 못했을 뿐, 뭐든지 현실처럼 느끼게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 세상이 바로 오겠느냐고요? 그럼은요. 지난 5월 10일 미국 조 바이든(Joseph Robinette Biden Jr. 1942∼ )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고 열흘 만에 일본을 제쳐놓고 찾아온 것은 4차 혁명 시대를 좌우할 반도체와 전기 자율주행차 세상을 열 수 있는 나라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뭔 빠’라는 사람들은 삼성과 현대의 대미 투자를 빌미로 삼아 ‘삥땅’ 뜯으러 왔다고 하지만, 이런 시스템과 생산 능력을 다 갖춘 나라는 없습니다.

하지만, 4차 혁명 사회에는 우리가 꿈꾸는 행복만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닙니다. 흔히 허위 정보, 인터넷 도박, 개인정보 유출, 부도덕한 영상의 범람을 걱정하지만 그건 법으로 막을 수 있지요. 금쪽같은 우리 새끼들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도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핸드폰이나 컴퓨터를 열면 뭐든지 다 할 수 있다는 것은 결국 그 분야의 고용자를 줄이거나 아예 없앨 수 있다는 이야기로 이어지니까요.

이런 우려는 저만 하는 게 아닙니다. 몇 년 전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의 조사 발표에 의하면 금년 말까지 전 세계에서 7500만여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2025년 말까지는 20가지 일자리가 사라지거나 줄어들 거라는 겁니다.

사랑하는 금쪽들의 미래를 설계할 때 참고하시라고 줄어들거나 사라질 직종들을 소개해드릴까요?

①번역가 ②출납원과 경리 ③공장 제조업 노동자 ④패스트푸드 음식점 조리사 ⑤건설노동자 ⑥금융 애널리스트 ⑦농부 ⑦텔레마케터 ⑧도서관 사서 ⑨경비원 ⑩영화배우 ⑪바텐더 ⑫의사 ⑬변호사 ⑭건축설계사 ⑮회계사 ⑯전투기 조정사 ⑰경찰 ⑱부동산 중개인 ⑲기자 ⑳스포츠 경기 심판

모든 사람들이 열망하는 영화배우, 의사, 변호사, 건축설계사, 은행원, 기자, 회계사, 금융 애널리스트 직이 없어지거나 채용이 줄어들다니 이해가 안 된다구요?

아주 없어진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영화배우는 출연료가 너무 비싸 컴퓨터 그래픽(CG)으로 바꾸는 경우가 늘어나고, 의사, 변호사, 건축설계사는 남보다 뛰어난 점이 없으면 밀려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번역가는 구글 번역 프로그램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면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그러므로 기초 학습의 결과가 남보다 떨어지지 않으면 어려서부터 미래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를 극복할 방법과 함께 일할 사람들과 어울리는 마음씨를 길러야 합니다.

가령 자식이 외국 문학을 꿈꾼다고 합시다. 단어와 문장과 문법만 외우게 하지 말고,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공부하게 해야 합니다. 문화와 역사를 모르면 그 어휘와 구절 뒤에 도사리고 있는 뉘앙스는 이해할 수 없으니까요. 우리의 ‘우리 마누라’라는 말만 해도 그렇습니다. 우리말의 뉘앙스와 문화를 모르면 ‘우리 아내(Our wife)’라고 번역해서 엉뚱한 오해를 불러일으킵니다.

이렇게 미래를 결정할 때 강요하지 마세요. 강요에 의한 수동적 선택은 부모 그늘에서 벗어날 단계가 되면 포기하고 처음으로 되돌아갈까 회의하게 만들고, 너무 늦었다는 걸 깨달으면 원망하며 살게 만들 테니까요. 내 인생 모두를 바쳐 기른 자식으로부터 원망을 받으면서 침체를 바라보며 사는 일보다 더 슬픈 일은 없으니까요.

그다음, 가족의 직업과 전혀 관계없는 쪽을 택하면 토론의 방법으로 다시 생각하게 만드세요. 아이가 젖을 물면서 바라본 부모의 삶은 각인되어 있을 테고, 그 프레임 안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일반적인 경향입니다. 그런데, 아이가 반대쪽을 택했다면 부모에게 원인이 있을 테니까 그 원인을 묻고, 그걸 택할 때 장·단점과 그를 보완할 방법을 물어 스스로 판단하도록 만드세요.

부모의 직업을 택하는 게 얼마나 효과적인가를 예로 들어드릴까요? 우리는 흔히 IT세계의 대표적인 인물로는 마이크로소프트(1975)를 연 빌 게이츠(B. Gates, 1955∼ ), 애플(1976)을 연 스티브 잡스(S. Jobs, 1955∼ ), 페이스북(2004)을 연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1984∼ )를 꼽습니다.

그러나 저는 빅 데이터 분석 방법과 자동 번역 시스템을 개발하고, 구글(Google)을 창립한 래리 페이지(Larry Page, 1973~ )의 경우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을 연 사람일 뿐만 아니라, 저와 비슷하면서도 대조적인 인생을 산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래리 페이지.
 래리 페이지.

우선 전기를 살펴보면 그는 1973년 미국 미시건 주의 이스트랜싱에서 미시건 주립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칼 페이지(K. Page)의 아들로 태어납니다. 엄마 글로리아도 역시 컴퓨터 교수라고 합니다.

이런 부모 밑에서 태어난 그는 여섯 살 때부터 컴퓨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합니다. 초등학교 때 이미 워드 프로세서로 숙제를 했는데, 그의 학교에서는 처음이라고 하더군요. 같은 시기이긴 하지만, 저는 30대 중반에 워드를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그리고 래리 페이지는 열두 살 때 '니콜라 테슬라(Nikola Tesla, 1856~1943)'의 전기(傳記)를 읽고, 그처럼 세상을 바꿀 발명가로 살기를 꿈꾸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미시건 대학교 컴퓨터 엔지니어링학과로 진학합니다. 그리고 부모님들처럼 교수가 되고 싶어 스탠퍼드 대학원으로 진학해 컴퓨터 과학을 연구하다가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 1973∼ )이라는 친구를 만납니다. 하지만 처음엔 별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그러다가 함께 웹 페이지를 연구하면서 우의를 쌓고, 미국 질병통제본부(CDC) 서버와 독감과 관련된 인터넷의 검색어 빈도를 분석해 환자 수와 유행 지역을 예측할 수 있는 규칙을 마련하고, 그래서 미국과 유엔 그리고 유럽 의회의 웹 사이트 자료를 활용해 64개국 언어를 자동 번역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합니다.

도대체 당신과 뮈가 비슷하고, 대조되는 요소냐고요? 네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그보다 4년 먼저인 1999년부터 앉은 자리에서 우리가 쓴 작품을 발표하고 골라 읽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한국문학도서관(www. kll.co.kr)’을 구축한 사람이지만 완전히 실패하고, 27세나 연하인 그는 성공해 인류사를 바꿨다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그보다 먼저 목표를 세우고도 실패했다는 점입니다.

뿐만 아니라 완전한 실패를 깨닫고 가족들과 문 닫겠다고 합의했지요. 그러다가 페이지가 자기들과 계약을 맺은 출판사 도서 700만 권을 입력한 2009년 2월 12일 다시 미 의회도서관을 비롯해 1만 4000개 정부와 공공 그리고 대학 도서관의 자료를 입력하여 검색 자료로 제공하겠다는 공고를 보고, 2월 29일 한국일보 문화면에 ‘전 국민에게 마지막 드리는 청원’이라는 칼럼을 통해 가족들과 약속을 깨고, 끝까지 구축하겠다고 선언하고도 다시 실패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뭘 깨달았느냐고요? 저는 롤 모델이 없었고, 전공도 아니었으며, 객관적인 인정을 받은 적도 없고, 그를 보완해줄 사람도 없었고, 그래서 가족들도 반대하는데도 내가 생각하는 것은 옳다며 밀어붙였다는 겁니다.

제가 말씀드리려는 의도는 짐작하시겠지요? 그런데 어쩌지요. 자식을 어떻게 설득하고, 또 어떤 방향으로 길러야 하는가를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시작도 못 하고 예정된 지면이 다 됐으니. 보름 후 금쪽들이 성공하는 데 꼭 갖춰야 할 인간관계와 마음씨를 말씀드릴 테니 그때 만나요. 안녕, 안녕, 사랑해요. 그때 만나요,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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