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을 갖춘 시니어 누구나 오케이

도슨트는 전시 공간에서 관객과 함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으로 큐레이터와 영역이 다르다.@이미지투데이
도슨트는 전시 공간에서 관객과 함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으로 큐레이터와 영역이 다르다.@이미지투데이

몇 년 사이 ‘도슨트’라는 영역에 대한 관심이 높다. 도슨트는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서 관람객들에게 전시 작품에 관해 설명을 해주는 해설사를 말한다. 도슨트가 도입됐을 당시 큐레이터와 혼동하기도 했다. 큐레이터는 작품 전시를 기획하는 사람으로, 작품이나 유물에 대한 구입·대여·수집·관리 등 전시 전반에 관여하는 사람이다. 도슨트는 전시 공간에서 관객과 함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으로 영역이 판이하다.

재능기부 넘어 전문 도슨트 속속 출현

과거에는 도슨트가 자원봉사로만 이뤄졌기에 재능 나눔이라는 인식이 있었으나, 최근 전문가가 생겨나면서 전체 도슨트의 20%는 직업인으로서 활동 중이다. 미술이나 역사 등에 관심 있고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든지 도전해볼 수 있는 분야다. 시니어에게도 문이 열려 있다. 문화나 미술 전반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이고 지식을 함양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면 만족도가 높다. 지역의 변천사 등을 전시해 놓은 생활사 박물관이나 역사관이라면 시니어만큼 적임자도 없을 것이다.

탑골미술관에서 실버 도슨트로 활동하고 있는 최경순 씨. 사진 탑골미술관 제공.
탑골미술관에서 실버 도슨트로 활동하고 있는 최경순 씨. 사진 탑골미술관 제공.

2013년에 개관한 탑골미술관(서울시 종로구 삼일대로)은 서울노인복지센터 산하 미술관으로 ‘실버 도슨트’를 양성해왔다. 도슨트 직무 전반에 대한 이해와 작품연구 방법론, 스크립트 작성의 이론과 실제, 스피치, 스토리텔링과 발표 기법 등이 교육 과정에 포함돼 있다. 탑골미술관 도슨트로서의 활동뿐만 아니라 이를 발판 삼아 다른 미술관에 취업하거나 사회 활동에 참여할 기회도 주어졌다. 

2020년 9월부터 네이버 오디오클립 채널 ‘전시 읽어주는 실버 도슨트’라는 채널을 개설해 실버 도슨트들이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말 그대로 전시에 관해 실버 도슨트가 설명하고 읽어주는 오디오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4월까지 '신중년 사회공헌사업 실버도슨트' 참여자를 모집한 바 있다. 지난 5월 25일 막을 내린 탑골미술관 세대기획전 ‘우주라이크’에는 실버 도슨트가 쓴 짧은 작품 감상평도 함께 전시했다. 올해도 6월 안에는 '실버 도슨트'를 모집할 계획이다.

탑골미술관의 실버 도슨트 김영환 씨가 관람객 앞에서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 탑골미술관 제공.
탑골미술관의 실버 도슨트 김영환 씨가 관람객 앞에서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 탑골미술관 제공.

국공립 기관 체계적 교육 시스템 갖춰

국공립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진행하는 도슨트 양성 프로그램도 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 등은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도슨트 교육을 진행하고 있고 대상 범위도 넓다. 전문가를 배출한다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미술 전공자나 경력을 쌓고자 하는 사회 초년생도 많이 모여든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 2월에 제19기 도슨트 양성프로그램 기초과정 교육생을 선발했다. 미술관에서 진행하는 문화교육 프로그램처럼 보이지만 경쟁률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1차에서 80명 선발, 2차 면접을 통해 최종 40명을 뽑아 교육받을 수 있게 됐다. 두 달여 동안 10회에 걸쳐 교육받고 기초 과정을 이수하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도슨트 활동을 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된다.

지난 5월 14일, 국립현대미술관의 ‘2022년 도슨트 양성프로그램’ 4주차 강의 현장.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지난 5월 14일, 국립현대미술관의 ‘2022년 도슨트 양성프로그램’ 4주차 강의 현장.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서울시립미술관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2003년부터 도슨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도슨트 양성 교육을 마친 수료자 중 최종 선발 과정을 통해 미술관에서 전시해설 활동을 할 수 있는 도슨트를 선발한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서소문 본관과 북서울미술관 두 곳에서 도슨트 양성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서소문 본관은 홀수년 하반기라 올해는 실시하지 않고, 북서울미술관은 매년 하반기에 모집한다.

두 미술관은 교육이나 도슨트 선발 방법 등이 조금 다르다. 서소문 본관은 미술사, 미술비평, 전시의 이해, 스피치법 등을 가르치며 80% 이상 수강해야 수료로 인정한다. 도슨트 양성 교육 수료자만 필기시험을 실시하고 여기서 선발되면 작품 해설 시연 실기 시험을 통해 최종 선발된다. 선발 인원은 10~15명이며 오리엔테이션 과정을 거친 후 그다음 해부터 정식으로 도슨트 활동을 하게 된다. 

북서울미술관은 자원봉사의 이해, 미술사, 전시의 이해, 스피치법 등을 다루는데, 커리큘럼은 매년 다를 수 있다. 총 9강 이상 교육 받으면 수료 대상이고 이후 치러지는 시험 과정은 1차 과제평가에 합격하면 2차에서 실기시험으로 작품해설 시연을 해야 한다. 선발 인원은 각각 10~15명이며, 오리엔테이션 과정을 거친 후 그다음 해부터 정식으로 도슨트 활동을 하게 된다. 이외에도 다양한 곳에서 도슨트 양성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전문 도슨트로 활동하고 있는 김찬용 씨는 한 유튜브를 통해 제대로 도슨트 활동을 하고 싶다면 작은 규모의 전시관이 아닌 큰 규모의 기관이나 기업의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전문화된 교육 과정을 밟을 것을 권했다. 기본적으로 교육 과정이 좋고, 큐레이터가 직접 4~5주 교육을 진행하고 도슨트 리허설과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할 내용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성격상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미술을 좋아하고, 사람들 앞에 나서서 말하기를 어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면 된다”고 말했다.

도슨트는 예술을 사랑하고 그림에 대한 관심이 많은 시니어라면 누구든지 도전할 수 있다. 사진 출처 탑골미술관 페이스북
도슨트는 예술을 사랑하고 그림에 대한 관심이 많은 시니어라면 누구든지 도전할 수 있다. 사진 출처 탑골미술관 페이스북

돈벌이보다 좋아하는 걸 하는 마음으로

4년 전 서울시어르신취업훈련센터에서 도슨트 교육프로그램을 듣고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도슨트 활동을 했던 김영선(71) 씨. 그는 “수필가로 등단하면서 도슨트 활동을 그만뒀지만, 당시 작품 설명을 하는 나도, 관람객도 행복했던 시간이었다”며 “작품을 통해 관람객과 공감대를 형성해나가는 것이 도슨트를 하는 재미이면서 보람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관람객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내향적이던 성격이 외향적으로 변해 삶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다줬다”고 회고했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도슨트 활동을 하는 박미령(68) 씨는 앞서 말한 토슨트 프로그램 전 과정을 거쳐 합격했다. 150명에서 필기시험으로 30명, 실기를 통해 15명 안에 들었다. 예술을 좋아해 서울시립미술관을 자주 다니다 보니 도슨트 과정에 관심이 생겼다고 했다. 박 씨가 속한 12기 중 가장 나이가 많고 위 기수에 비슷한 연배는 두 명 정도 더 있다. 박 씨에 의하면 “수고료는 적지만 경력으로 좋아 전공자나 젊은 사람이 많다”며 “시니어라면 정말 관심이 있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처음에 미술사를 공부하고 강의만 듣는 프로그램인 줄 알았고, 시험도 떨어지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도전했다고 한다. 시니어에게 권할 수 있는지 물으니 “도슨트를 하면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어서 좋고, 예술에 관해 관심이 있다면 작가에 대해 충분히 공부할 수 있기에 좋다”고 했다. 단, “예술에 대한 관심 없이 돈벌이로만 생각해 할 일은 아닌 거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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