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호 논설위원, 윤보선민주주의연구원 원장

 김용호 논설위원
 김용호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자유를 35번이나 언급함으로써 새 정부가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가 명확해졌다. 앞으로 새 정부가 국가정책에 자유의 가치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매우 궁금하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자유에 대해 깊이 논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작성한다.

사실 서구에서는 오래전에 개인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많은 피를 흘렸지만, 우리나라는 1945년 해방과 더불어 미 군정과 정치엘리트들이 자유를 국민들에게 선물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하여 자유의 고귀함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1987년, 온 국민들이 대통령 직선제를 요구하며 정치적 선택의 자유를 쟁취한 후 본격적으로 자유를 향유하기 시작했다. 지난 30여 년 동안 민주화와 더불어 자유화가 함께 추진되어 나왔으나 여전히 자유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였다. 일반적으로 좌파가 평등을 강조하고, 우파가 자유를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우리나라 우파가 자유에 대해 체계적인 주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리하여 자유가 심각하게 훼손되거나 위협을 받고 있어도 수수방관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우리 사회에는 자유를 위협하는 요인들이 많이 남아 있다.

첫째, 최근 반공을 핑계로 자유를 훼손하는 일이 많이 줄어들었으나 여전히 사상의 자유를 온전하게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분단국가로서 북한이 여전히 적화통일을 공식적으로 포기하지 않고 있으며, 대한민국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는 '하나의 조선' 정책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산주의 사상을 전면적으로 허용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지난 정권에서 일부 좌파세력이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제한하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강력히 주장하였으나 국회 법사위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심도있게 심사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심의 연기를 만장일치로 결정하였다. 윤석열 정부가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수 있을까? 그동안 우파는 반공과 자유를 동시에 추구하였지만 이제까지 자유보다 반공을 더 강조해 나왔다. 자유를 강조한 새 대통령이 이러한 입장을 바꿀 수 있을까?

둘째, 우리 사회의 강한 국가주의 성향이 자유를 위협하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에서도 이런 경향이 나타났다. 서구 국가가 시민들에게 마스크를 강제로 쓰라고 하자,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지 말라고 시위에 나섰으나 우리나라 국민들은 이런 시위를 하지 않는다. 코로나19 방역을 개인의 문제로 보지 않고 국가의 문제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우리 사회는 왜 이렇게 국가주의 전통이 강한가? 역사적 배경을 보면, 조선조가 망한 후 우리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억압하는 신분 차별을 비롯하여 수많은 내적 모순을 해결하기보다 개인의 자유를 보장해 줄 국가를 되찾는 일이 급선무였다. 더구나 해방 이후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가 주도로 경제성장에 성공한 후 국가주의는 오히려 강화되었다. 그리하여 오늘날 좌파정권이든, 우파정권이든 국가가 경제나 국민의 일상생활에 개입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경향이 있다. 서구에서 좌파와 우파를 구별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국가 개입주의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기준이 통하지 않는다. 좌파나 우파가 모두 국가 개입주의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의 자유, 시장의 자유 등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 과연 윤석열 정부가 경제적 자유를 억압하는 정책을 과감히 폐지할 수 있을까?

셋째, 최근 우리 사회에서 평등이 자유를 압도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어서 자유가 위협을 받고 있다. 좌파는 흔히 자유를 '가진 자의 특권'으로 생각한다. 경제적, 사회적 약자는 실질적으로 자유를 향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좌파는 경제적, 사회적 평등이 이루어져야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기 때문에 평등을 우선한다. 특히 복지를 강조하고,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국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을 정당화한다. 우파도 이러한 점을 인정하기 때문에 복지사회 건설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우리 사회에서 기회와 과정의 평등을 넘어서서 결과의 평등을 기대하는 절대적 평등주의를 옹호하는 경향이 있어서 우려스럽다. 예컨대 지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보면 주거의 평등 내지 투기를 잡는다는 명분으로 주거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경우가 발생하였다. 이처럼 평등을 과도하게 강조하면 개인과 기업의 경제적, 사회적 자유를 훼손하게 된다. 우파 정권인 윤석열 정부가 자유와 평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할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지적할 것은 유교문화가 자유를 위협하는 경향이 있다. 개인 차원에서 보면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고 결정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진정한 자유인이 될 수 있다. 어쩌면 이것은 이상적인 인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유교문화에서는 가족이나 사회관계를 중시하기 때문에 자기 결정권이 약해지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구에서는 부부 중심으로 노년을 대비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자식을 고려해서 노년을 대비하기 때문에 노후계획을 세우기가 매우 어렵다고 한다. 최근 유교문화가 많이 약화되고 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가족이나 사회를 위해 개인이 희생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기 때문에 개인의 자유가 신장될 여지가 줄어든다.

이런 점을 고려해 보면 윤석열 정부가 단시간에 자유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 보다 긴 안목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유인으로, 우리나라가 진정한 자유의 나라로 발전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한다는 소박한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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